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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민 Jul 18. 2019

03. 스타트업 창업가에게는 어떤 자질이 필요할까?

- 그릿과 허슬은 필수!

나의 첫 커리어는 24살에 시작되었다.


군대를 갔다오고 대학교 3학년 1학기를 끝낸 시점에, 공부보다는 돈을 벌어야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급하게 구인공고를 뒤적이다, 대우증권 본사 금융상품법인영업부 계약직 사무직원 공고를 보게 되었다. 당시에 경영/재무/회계/경제 공부를 충실히 해뒀었고, 금융권에 관심이 있었기에 바로 지원을 했다.


그리고 다음 날, 바로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금융상품법인영업부에 지원한 이창민입니다. 혹시 이미 적임자가 채용이 되었나요?"



당연히 공고 올라온지도 얼마 안되었고 어제도 오픈되어 있어서, 채용이 아직 안된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전화를 걸었던 이유는 그냥 면접에 가기 전에 나를 각인시키고자 함이었다.

지원만하고 가만히 기다리는 지원자보다는 훨씬 적극적으로 보이니까 말이다.

정규직도 아니고 계약직 사원 지원에 이렇게까지 귀찮게 하는 사람을 없을테고.


여튼 결론적으로 면접이 끝나는 순간, 바로 합격이 결정되었다.

그리고 7개월 동안 신나게 일을 했다.


형들 따라서 북한산도 타고, 대기업 자금부서들을 돌아다니며 영업하는 것도 따라다니고, 폭탄주도 수십잔씩 먹어보면서 달리는 택시에서 문 열고 토하기도 해봤다.


마냥 신나던 시절이었고 모든 걸 다 배우고자 했었다.


3시까지 술을 먹어도 7시까지 칼 같이 출근하는 형들을 보며, 

프로 직장인들의 태도와 비즈니스 매너들을 배울 수 있었다.


다시 학교로 돌아와서 3학년 2학기를 끝냈다. 그리고 25살인 4학년 1학기에는 SK그룹 썸머인턴에 지원했다.

서류와 필기를 합격했고, 면접 1차 / 2차가 남아있었다.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정규직 전제로 진행되는 인턴이라 꼭 붙어야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비타500을 100병 넘게 사서, 내 얼굴과 이름을 하나하나 붙여서 면접 전날 새벽 5시에 정장을 입고 백팩에 넣어 들고갔다.


SK증권 본사 앞에서 출근하는 직원들한테 하나하나 나눠주다가 당시 대표이사님을 만나게 되었고, 

그 다음날부터 시작된 1차 2차 면접은 무척이나 쉽게 진행이 되었고 합격을 하였다.


돌이켜보면 무슨 정신으로 그랬는지 모르겠다.

지금 하라고 하면 글쎄? 과연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당시 어렸었기도 했고 상황도 절박했었고 여러 요소들이 뒤엉켜서 그런 행동을 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목표가 정해지면 이걸 나는 해낼 수 있다는 마음인 Grit이 충만했었고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그걸 다 부수면서 앞으로 나가겠다는 Hustle 정신이 있었다.

모든 상황이 나를 그렇게 만들 수 밖에 없었다.


이 두 가지의 요소가 크게 작용을 했는데, 한 동안 잊고 있다가 스타트업을 시작하면서. 

러닝스푼즈를 시작하고 운영하면서 다시금 떠오르게 된다.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제대로 운영한다는건 사실 쉽지 않다.

2년이 된 우리 러닝스푼즈도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고, 하루 하루가 즐겁지만 동시에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이런 시간들을 무사히 겪어내려면 앞서 말한 Grit과 Hustle은 정말 필수적인 자질이다.

선천적으로 타고 나든지, 후천적으로 만들어 내든지. 그건 상관없고 그냥 필요하다.


창업자라고 별 다른게 없다.

대단한 비전을 가지고 사업을 하는 것 같지만, 결국 직원들하고 별 다른 건 없다.


똑같이 안갯속을 걷는 기분이고, 보이는 척을 하지만 창업자들 또한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리고 걷다보면 여기저기에서 주먹이 날아오는데, 묵묵히 그걸 맞아가면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 지겹고 고통스러운 길을 기꺼이 걸으며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창업자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Grit과 Hustle이 필수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그래야 포기를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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