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ul Lee Mar 09. 2017

1년-2

어학원을 다니다-2

1년 동안 어학원을 다니다 보니 별 희한한 사람들을 다 만나게 된다. 정말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

제일 많이 만난 친구들은 콜롬비아 친구들.. 그리고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브라질, 베네주엘라 등의 남미 사람들.. 정말 말이 많고 성적으로 개방적이어서 그런지 옷차림도 시원시원(?)하고 성격도 대체로 쿨하다. 어학원 규칙 중 하나가 "English Only"였는데 개의치 않고 자기네들끼리 떠드는 애들이 정말 많다. 가끔은 수업에 방해가 될 정도.

그리고 유럽 친구들..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스위스, 폴란드, 러시아.. 동유럽 쪽 친구들은 대체적으로 조용한 편이었고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친구들은 남미 애들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말이 많다. 가끔 두 명씩 짝을 지어 대화할 시간이 있는데 이탈리아 친구랑 짝 먹으면 이야기 듣다가 시간이 다 가버린다. 내가 말할 틈을 주지 않는다. ㅡㅡ;

드물게 아시아 친구들.. 일본, 태국, 대만, 홍콩... 특이하게 중국 친구들은 하나도 못 만나봤다(홍콩 애들은 자기네들을 소개할 때 중국인이라고 하지 않고 홍콩사람이라고 한다.) 나중에 듣기로는 일반어학원으로는 거의 안 가고 대학 부설 랭귀지 스쿨로 대부분 간다던가... 그리고 한국 사람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시안들은 대부분 말수도 적고 내성적이다.

어쨌든,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공부를 시작하고 약 3개월 쯤 지나서 만난 한국아줌마이다. Upper-intermediate반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는데, 하루는 새로 온 학생이라며 50대 중반의 아줌마 한 명이 서투른 영어로 자기소개를 한다. 한국에서 왔단다. 반가운 마음이 있었지만 클래스 도중 자리를 맘대로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나중에 인사를 나누기로 하고 눈인사만 한다.

"English Only" 규칙 때문에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먹으면서 서로 어색한 영어로 반갑다고 소개를 하게되었다. 소개를 하다가 어디서 왔냐고 물으니 수원에서 살다고 왔다고 한다.

"나:우와, 저도 수원에 살다가 왔어요.(물론 영어로)"

"아줌마:수원 어디였어요?"

"나:율전동이요."

"아줌마:어? 나도 율전동에 살았었는데.."

"나:율전동 어디요?"

"아줌마:성대 앞에 삼성아파트에 살았었어요."

"나:네? 저도 삼성아파트 살다가 왔어요."

"아줌마:진짜요? 몇 동이었어요?"

"나:207동이요."

"아줌마:아!!! 같은 동이었네요. 이런 우연이!!!"

그렇다. 한국에서 이역만리 떨어진 곳에서 만난 사람이 같은 동네, 같은 아파트, 같은 동, 같은 라인에 살던 사람이었다니!!!! 심지어 이 분은 율전동 전철역 앞의 파리바게트를 운영하시던 분이었다. 매번 퇴근하다가 들러서 빵도 사고, 케익도 하고 하던 바로 그 파리바게트의 사장님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우연이 만들어 준 인연은 몇 달 동안 계속 되었고 누님이 몸이 안 좋아서 한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좋은 학원친구로, 이야기 친구로 지냈었다. 점심 도시락도 같이 먹고, 가끔은 수업 후 커피도 같이 마시고.. 수업 후 커피를 마실 때면 어학원이 아니기에 "한국어"로 하염없이 수다를 떨었다.

내가 영주권을 받기 위해서 한국에 들어갔을 때도 특별히 연락을 하고 잠깐 얼굴을 보기 위해 서울에서 수원으로 내려갔을 정도로 특별한 인연이었던 것이다.

시골 고등학교 친구를 서울 지하철 역에서 딱 마주쳤을 때보다 몇 배나 더 반가웠다. 그렇게 또 영어공부의 시절은 흘러가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1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