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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의거북 Dec 07. 2019

다락방 문틈을 살짝-

마음을 들키는 용기




# 마음을 들키려는 노력

나는 숨기고 감추고 아닌 척하고 거짓말을 한다.

최선을 다해 내 마음을 들키려고 글을 쓰기로 했다. 

그래서 매거진 제목이 ‘마음 들키기’다.


내가 보는 것들, 느끼는 것들, 내게 있었던 일, 내가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서 쓰기로 했다.

그중엔 부끄러운 것도 있고, 괜찮은 척했지만 괜찮지 않은 것들도 있고 

오랜 허점도 있고, 마주하기 불편한 것도 있다. 

그래도 마음을 들키기 위해, 용기를 낸다.

지금까지 감추기 위해 온 힘을 쓰고 살아왔으나 그럴수록 더욱 외로워진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이제는 마음의 습관을 거슬러 반대로 가보는 것이다.

몸에 어떤 습관을 익히기까지는 꾸준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요즘은 ‘나는 들키고 싶지 않다’라고 외치는 마음의 완력이 거세진다. 들키지 말자. 그냥 해왔던 대로 하자. 숨어 있자. 그러면 내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설레는 일도 없겠지만 위험도 없을 거야. 

완고한 생각이 거든다. 다시 옛 습관으로 돌아갈까.      


#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예수님은 38년 동안 같은 자리에 앉아 있던 병든 사람에게 물었다. 

“네가 낫기를 원하느냐?”

당연한 걸 뭘 물어! 싶은데, 병든 자는 주절주절 다른 말을 늘어놓는다.

“저기 저 기적의 물에 들어가야 나을 수 있는데 38년 동안 나를 옮겨주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고요!”라고.      

아니, 다시.

너는 낫고 싶냐고. 진정으로 낫고 싶냐고. 

나는 진정으로 나아지고 싶은 걸까. 피해의식과 자기 방어적인 삶의 태도를 바꾸길 진심으로 원하는 걸까. 그냥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안전하지만 외로운 삶을 살기를 바라는 건 아닐까. 다른 사람 탓을 하며.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도 알아주지도 않았다고, 그래서 내가 이렇게 사는 거라고.      


아니요. 저는 낫기를 원해요. 상처 받더라도 솔직한 마음과 생각을 나누며 관계 맺길 원해요. 

자기 방어를 내려놓고 정직해지기를 원해요. 고통스럽고 슬프고, 누군가는 나의 진심을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더 이상 숨지 않을래요. 누군가 내 마음과 생각을 고스란히 들여다본다는 건 무척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는 용기를 내서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줄 거예요. 예전처럼 문을 닫아두지 않을 거예요.     

# 작은 틈새

내가 만든 그림책에는 내 블로그 주소가 작게 들어가 있다. 

주변 사람들이 그 책을 구입했고, 내게 선물로 받기도 했다. 

별거 아닌 일 같아도 블로그 주소를 넣을까 말까 한참을 고민했는데 결국 용기를 내서 넣기로 했다.

꽁꽁 닫아 놓았던 내 다락방 문을 조금 열어두기로 한 것이다.


내가 일상에서 관계 맺는 사람들은 대체로 나를 이렇게 생각한다.

“한결같고 흔들림 없어 보여요.”

“운동하며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늘 밝은 얼굴이어서 좋은 에너지 풍기는 것 같아요.”     

맞아요, 그것도 제 일부분이지만 한 발짝만 이 문을 넘어오시면 제가 얼마나 지질한 생각 속에 하루를 보내는지, 얼마나 부족하고 연약한 게 많은 사람인지도 아실 수 있을 거예요.

글 쓰고 그림 그리고, 대체로 시무룩하고, 관계에서 삐그덕 거리고, 스스로를 많이 부끄러워하고, 마음에 문제가 있어서 상담을 받고 있으며, 하루에도 몇 번씩 미운 마음이 피어오르는 나에 대해서요.


그리고 우리가 친구가 된다면 나는 보다 정직한 마음으로 당신과 우정을 나눌 거예요.

나는 늘 부끄러운 마음으로, 그럼에도 용기를 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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