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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롱지다 Nov 05. 2023

새벽 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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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러시안 블루, 고혹스런 하늘빛에 이끌려 창문을 활짝 열었다. 초췌한 얼굴에 마알간 기운이 쏟아진다. 새벽공기를 가르는 자동차들, 날카로운 초록빛 선율을 따라 화면이 이동한다. 새하얀 가로등이 점선을 그리고 아스라이 서있는 고층빌딩의 새빨간 항공장애등이 반짝, 템포를 맞춘다.


잠이 오지 않은 이유를 알았다.

오늘 내가 먹은 알약처럼 생긴 창밖의 빛이 반짝인다. 오늘 내가 먹은 알약의 개수만큼 창밖의 빛이 깜빡인다. 내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버린, 저 밑바닥으로 끌어당기는 은근한 중력을 느끼며 간신히 버티고 있는 나.


 

편두통

편두통이 불러온 소화불량

그리고 환절기마다 심해지는 비염


빨리 나아라! 주문을 읊으며 하나의 약이 흡수되기 전에 다음 약을 한 움큼 먹고 또 먹고… 조급한 심보가 결국 화를 불렀다.


밤을 꼬박 새우고 나니 좀 나아진다. 다짐을 하는 편은 아니지만 오늘은 해야겠다. 약을 줄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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