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Paris ▶︎ Bayonne
오전 9시 40분. 헐레벌떡 바욘(Bayonne)행 고속열차(TGV)에 올라탔다. 아침부터 온갖 고생을 하며
출발 시간에 맞춰 기차에 올랐는데, 나의 노력이 무색하게 기차는 10분이 넘도록 출발 지연 상태로 플랫폼에 머물러 있었다.
아침에 민박집에서 출발할 즈음엔 기차역까지 닿기에 시간이 넉넉하다고 생각했다. 전날 지하철을 타고 파리 시내로 이동한 경험 덕분에 몽파르나스(Montparnasse)역까지 쉽게 찾아갔고, 그래서 의기양양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곧 다시 길을 헤매는 신세가 되었다. 기차역은 생각보다 컸고, 나는 프랑스어로 가득한 표지판을 전혀 읽지 못해 진땀을 뺐기 때문이다. 문득 ‘읽는다’는 자각조차 할 필요없이 내게 필요한 정보가 가득한 한국이 그리워 졌다. 내 나라의 언어, 그리고 익숙한 것들에 둘러싸여 사는 일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는 꼭 멀리 나와봐야 깨닫게 된다. 기차를 타는 플랫폼 하나 찾는 일이 이렇게 힘들 일인가 말이다.
길을 헤매는 동안은 태어나 처음 대중교통 타기를 시도하는 꼬마가 된 기분이었다. 작은 도전을 앞두고 느끼는 기분 좋은 설렘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잘못된 기차에 올라타 어딘지도,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말을 알아들을 수도 없는 시골 동네로 가버리게 되는 건 아닌지 절로 상상하게 되었다. 하지만 두려움을 떨치는 방법은 그저 부딪쳐 보는 것 뿐! 잡생각을 물리치고 무엇을 해야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 지 방법을 찾는데 집중했다.
마침 파리지앵들의 출근 시각이라 나는 커다란 배낭을 메고 길 한편에 우뚝 서서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누가 걸음을 멈추고 내 질문에 답을 해 줄까?’
“익스큐즈미.(Excuse me)“
비교적 인상 좋은 사람을 붙잡고 질문을 했다. 첫 번째 사람의 설명이 이해되지 않으면, 두 번째 사람에게 다시 물어가며 길을 찾았다. 객차 출발을 10분쯤 남겨둔 시점에야 나는 겨우 바욘행 기차가 있는 플랫폼을 찾을 수 있었다. 비로소 긴장했던 마음이 슬며시 놓였다. 그리고 우습게도 ‘커피를 사 왔어야 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땀을 뺐던 기억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내가 탈 기차를 발견하자마자 금새 마음이 해이해진 것이었다. 아직 타야 하는 객차와 좌석을 확인하지도 않았고, 기차 출발시각까지 10분여밖에 남지 않았는데 ‘커피’를 사겠다니… 잠깐 망설였지만, 다행히 실천에 옮기지는 않았다. 한국에서는 버스 출발 시각 5분 전에 버스 고속버스 터미널 지하철역에 도착해서 버스 탑승장까지 달려가며 스릴을 만끽(?)하기도 하지만, 차마 파리에서 기차를 놓칠 위험을 자처하고 싶지는 않았다.
곧 커피를 사러 가겠다던 내 생각이 얼마나 허무맹랑 했는지도 밝혀졌다. 열차 출발 전까지 남은 10분동안 나는 내 좌석을 찾지 못했다. 다행히 열차 출발 시각이 10분 이상 지연되었고, 그사이 나는 길고 긴 기차 내를 서성이며 겨우 예약한 좌석을 찾을 수 있었다. 순례 여행을 위한 첫 관문인 생 장 피드포르(Saint-Jean-Pied-de-Port)를 향한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책, <배움의 시간을 걷는다>의 일부입니다. 출간 전 사전 펀딩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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