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의 첫날밤

#3 Paris

by 박고래

'내가 쫄지 않으면, 저들도 나를 우습게 보지 않을 거야.’


혼자 남겨진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겁먹으면 범죄의 대상을 찾는 무서운 사람들이 위축된 나를 쉽게 발견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파리의 지하철이 익숙한 듯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두려움이나 설렘의 마음을 감추고, 담담하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퇴근하는 프랑스 시민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조금 피곤하고 무심한 얼굴로 말이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잠들지 않기 위해 바짝 긴장한 상태를 이어갔다. 민박집으로 향하는 길이 제법 멀게 느껴졌다.


파리의 민박집은 주거용 오피스텔 건물에 위치해 있었다. 나는 4인 1실의 도미토리를 예약했는데, 주인 아주머니의 안내로 방에 들어서니 다소 앳되 보이는 여자 아이가 수줍게 인사를 했다. 한국인인데, 지금은 미국에 살고 있고 프랑스에는 예술 대학교 입학시험을 보기 위해 왔다고 했다. 짐을 푼 뒤 그 아이에게 산책을 가자고 권했으나 피곤해하는 기색이 역력해 보여 혼자 산책을 하기로 했다. 혼자 방을 나서는 나를 보며 1일 룸메이트가 ‘소매치기를 조심해요!’하고 주의를 주었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동네 주민 코스프레를 해보려 애를 썼다. 주변을 두리번거리지 않고 숙소 건너편의 눈에 띄는 빵집으로 가 크루아상을 하나 샀고, 큰 마트에 들러 생수도 한 병 구매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맥도널드로 들어가 평소엔 너무 달아 먹지 않는 핫초코를 한 잔 시켜 두고 사람들을 구경했다. 맥도널드 매장에 앉자, 이 거대 프랜차이즈가 주는 익숙함에 마음이 다소 편안해졌다.


처음 만난 파리의 인상은 생각보다 더 압도적이었다. 그 이유는 다양한 인종 때문이었다. 새하얀 피부를 가진 백인 뿐 아니라, 조금 다른 생김새를 가진 독일, 영국 등 이웃 유럽 국가 출신의 사람들, 그리고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에서 온 이민자들이 지나다니는 거리의 풍경은 뉴욕에서 본 인종의 다양성을 능가하는 것처럼 보였다. ‘쫄지 않겠다!’는 결심은 어디로 간 것인지… 나는 금방 새로운 환경 속에서 주눅 들고 위축되었다. 아름답기는 커녕 춥고, 언어도 통하지 않고, 물가는 비싼 파리라니! 어서 순례의 시작 지점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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