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입성

#2 Seoul ▶︎ Paris

by 박고래

그렇게 사귄 미정은 내가 공항에서 파리 시내까지 무사히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준 좋은 인연이 되었다.


나는 여러가지 까미노 (*CAMINO: 스페인어로 ‘길’이라는 뜻이다.)중에서 프랑스 길을 선택했다. 이 길은 프랑스 남쪽 끝에 위치한 생 장 피드포르(Saint-Jean-Pied-de-Port)에서 시작하여 스페인 동북쪽에 위치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로 향하는 약 800km 길이의 루트로, 가장 대표적인 순례길이라고 했다.


내 삶의 첫 번째 유럽 여행을, 그것도 혼자 하는 여행을 ‘산티아고 도보 순례’를 하는 것으로 호기롭게 결정했지만 한편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게다가 내가 여행을 떠난 시점은 순례객이 비교적 적은 비수기인 3월이었다. 때문에 나는 8가지의 까미노 중 비교적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대중적인 길을 선택했다.


여러 자료를 찾아본 결과 프랑스 길을 걷기 위해서는 보편적으로 스페인의 마드리드(Madrid)나 바로셀로나(BARcelona), 또는 프랑스 파리(Paris)로 가서 도보 순례의 첫 시작 지점인 생 장 피드포르로 가는 것 같았다. 나는 파리행 왕복 비행기표를 끊었다.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 까미노 여행 커뮤니티와 여행 블로거들의 글을 통해 파리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다. 이를 통해 내가 알게 된 사실은 예술과 낭만의 도시 파리가 ‘소매치기’의 천국이라는 것이었다. 특히 체구가 작고 언어가 통하지 않는 한국 여자 여행객이 파리 여행 후 남겨놓은 리뷰들은 내 마음에 파리에 대한 두려움을 자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에펠탑 앞에서 소매치기를 당했어요.”

“흑인들이 둘러싸고, 강제로 팔찌를 사도록 강요했어요.”


미정 또한 나와 비슷한 글을 읽은 것 같았다. 파리가 가까워질수록 설렘보다는 걱정이 커져갔다.미정은 프랑스인 펜팔 친구가 공항으로 마중 나올 계획이라고 했다. 그리고 내게 자신과 함께 파리 시내로 이동하자고 권했다. 파리 지하철의 소매치기나 범죄를 두려워하는 나를 배려한 제안이었다.


미정이 펜팔 친구를 만나는 자리인 만큼 둘 사이에 끼어들지 않고 나 혼자 공항을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파리의 복잡한 지하철 노선도를 보자 나는 그녀를 쿨하게 보낼 수 없었다. 커다란 배낭을 멘 초보 여행자의 모습으로 혼자 매표하는 뒷모습을 보이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절대 뒷모습을 보이지 말 것!’이라는 블로그 포스팅의 글이 이 두려움을 키우는데 한몫 했다.) 결국 나는 미정의 펜팔 친구와 인사를 나누고, 그 일행에 잠시 신세를 지게 되었다.


가방을 찾고 공항 출구 쪽으로 이동하자, 미정의 펜팔 친구인 ‘루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프랑스 시내로 들어가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루이가 우리에게 파리 시내로 진입하는 방법을 몇 가지 알려주었고 우리는 그중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들어가기로 했다.


복잡한 파리의 지하철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도, 뭐가 뭔지 여전히 혼란스러웠던 나는 엄마 오리를 따르는 새끼 오리 마냥 미정과 루이의 뒤꽁무니를 쫓았다. 무사히 파리 시내로 도착한 뒤엔 루이가 다시 한 번 지하철 표를 발매했다. 그리고 헤어지기 전 그가 내게 여러 장의 지하철 표를 손에 쥐어주었다.


“Jin! 여행하는 동안 이 표를 써, 선물이야!”


미정을 만나러 공항에 온 루이가 그날 처음 만난 나까지 챙길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그는 공항에서 처음 만나 파리 시내까지 잠시 동행한 여행객을 위해 이것저것 파리에 대해 설명해주고, 내 일정에 맞는 표를 발권해 선물해 준 것이었다. 그의 호의로 인해, 파리에 들어서며 처음 느꼈던 막연한 두려움이 잦아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벼운 포옹을 끝으로 나는 그들과 반대 방향의 지하철을 타기 위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파리의 긴 지하철 환승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어쩐지 마음 속의 두려움이 잦아들고, ‘이 여행을 잘 해낼 수 있다.’는 호기로운 마음이 다시 샘솟는 기분이 들었다.



책, <배움의 시간을 걷는다>의 일부입니다. 출간 전 사전 펀딩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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