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Valcarlos ▶︎ Roncesvalles
둘째 날 아침. 7시 30분쯤 잠에서 깼다. 첫날의 경험을 통해 겨울에는 동이 튼 후에 걸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나의 기상 시각은 자연히 늦어졌다. 자리에서 일어난 뒤, 주방과 다이닝룸이 붙어있는 공용공간으로 가 물을 마시고 있을 때 다고 할아버지가 내게 다가오셨다.
“Jin, 알베르토는 오늘 우리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갈 거야.”
몇 해 동안 무전 여행에 가까운 방식으로 도보여행을 하고 있던 알베르토 아저씨는, 다고 할아버지가 계속 잠자리와 음식을 제공해 줄 것을 염려했던 것 같았다. 처음 만났을 땐 부르고스(Burgos)까지 함께 걷자고 말했었는데 그의 마음이 하룻밤 사이 바뀌어 있었다.
첫날 힘들게 길을 찾아주었고, 걸음이 느려진 나와 알리샤를 목적지까지 에스코트하며 화이팅을 외쳐주던 알베르토 아저씨가 떠난다고 하니 아쉬운 마음이 절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가 우리와 따로 길을 걷는다는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서운하다거나 싫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자기에게 주어진 까미노를 어떻게 걸을 것인가’는 당사자만이 결정할 수 있을 뿐 그 누구도 그 방식에 대해 참견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알베르토 아저씨는 일찍 길을 나섰고, 남겨진 나와 알리샤, 다고 할아버지가 함께 둘째 날의 여정을 시작했다. 하지만 다고 할아버지는 굉장히 걸음이 느렸고, 무거운 배낭을 메고 길을 걷는 것을 힘들어하셨기 때문에 우리 셋은 각자의 페이스에 맞게 거리를 두게 되었다. 그 결과 알리샤, 나, 다고 할아버지 순으로 걷게 되었다. 나는 자주 뒤돌아보며 다고 할아버지가 잘 걷고 계신지 확인해야 했다. 커브길이 이어져 그가 시야에서 사라지거나, 그의 속도가 너무 느려 보이지 않는 지경에 이르면 알리샤와 나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제 자리에 서서 다고 할아버지가 보일 때까지 기다렸다. 그 기다림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잦아질 때 즈음 알리샤와 나는 그를 위한 메시지를 산티아고의 노란 화살표 위에 남기기로 했다.
Keep going Tago! You can do this
Take care of yourself!
Buen Camino!
Alissa & Jin.
그날 알리샤와 나는 먼저 론셀바예스(Roncesvalles)에 도착했고, 숙소의 라운지에 앉아서 도착하는 순례자들에게 다고 할아버지의 안부를 물었다. 그 중 이탈리아 청년인 안드레아가 길 위에서 우리가 적어 둔 쪽지를 발견하고, 휴대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었다. 물론, 다고 할아버지도 저녁 무렵 론셀바예스의 숙소에 무사히 도착해 우리 셋은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각자에게 주어진 까미노를 각자의 속도와 방법으로 걷고 있지만, 서로를 그리워하고 걱정하는 동료가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밤이었다.
책, <배움의 시간을 걷는다>의 일부입니다. 출간 전 사전 펀딩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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