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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레다 Sep 30. 2020

매일매일 빛나는 계절

2020년 9월 30일


잘 익은 홍시 색으로 세상이 달아지는 시간, 산책에 나섰다.

한참을 걷다가 긴 의자에 잠시 앉아 멀리 내다봤다.

나무늘보처럼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려가며 주위를 관람하고 스윽 일어나 카디건 깃을 살짝 여몄다.


일부러 나무와 풀 가까이 바투 서서 걸었다.


사각사각 서럭서러럭, 스윽사악 솨르르르르

여름 동안 축축하고 묵직했던 잎사귀들이

가을맞이로 경쾌하게 건조되어 저들끼리 살갑게 몸을 비비는 소리가 세상을 가득 채웠다.


산뜻하고 맑은 소리 들으며 내키는 대로 걷다 보니

이고 다니기 버거울 만큼 무거웠던 머릿속도 그처럼 가벼워졌다.



버리면 가벼워져.

그리고 비웠던 자리에 언젠가 뭐든 채워질 거야.


라는 문자를 받았다.

지난밤, 초밥과 맥주를 먹으며 대화를 나눈 친구에게서 받은 문자.

많이 말랑말랑해졌다고 느꼈지만 여전히 과도한 긴장이 이면에 깔려있다.

친구에겐 그게 잘 보였나 보다.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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