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를 바라보는 창업가의 입장에서..
시작하기전에: 비전문가에 의한 지극히 비과학적이고 개인적인 추론에 의한 글입니다. 당연히 틀릴 수 있습니다. 혹시 잘못된 팩트는 바로 잡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년 3월, 알파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 이후 빠른 속도로 자율 주행, face recognition, 머신 러닝 등 이야기가 뉴스에 넘쳐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많은 대기업이 이미 A.I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소위 말하는 A.I 스타트업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는 것 같다.
다들 A.I에 집중하고, 다들 그 이야기만 하다 보니 인공지능 관련된 일을 지금 당장이라도 시작하지 않으면 정말 큰일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실제로 업계의 많은 분들이 그렇게들 생각하시는 것 같다.
업계의 몇몇 분들이 나에게 우리 (tataUFO,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는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여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묻기도 하시고, 이제 기계가 세상을 지배할 텐데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는 이제 한 물 간 것(?) 아니냐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신다.
그럴 때마다 나는 오히려 우리는 더욱 사람에 집중하고 있다고 대답하곤 하는데, 오늘은 그 이야기를 조금 더 장황하게 한번 해보려고 한다.
나는 수년 전부터 자율 주행의 예찬자였고, 누구보다 더 자율 주행의 시대가 빨리 올 거라고 여기저기 떠들던 사람이다. 그만큼 나는 A.I가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기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심지어 초인공지능(Artificial Super Intelligence)의 도래도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올 거라고 믿고 있다. (초인공지능, 강인공지능, 약인공지능에 대한 내용은 여러분이 이미 알고 있다는 전제 아래 작성)
얼마 전 엘론머스크와 마크저커버그가 A.I의 시대가 인류에게 재앙이 될지 축복이 될지에 대해서 논쟁한 것에 대한 글을 보았는데, 나는 이 논쟁이 매우 당연하며 둘 다 매우 일리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초인공지능의 세대가 다가온다면 우리는 장기적으로 지옥과 천국 둘 중 하나만 경험하게 될이라고 생각한다. 대신 그중 어떤 상황이 될지는 나도 솔직히 모른다. 여하튼 장기적으로 애매한 중간적 상태(천국과 지옥의 중간)는 존재하기 힘들 것이다. 엄청난 역량의 두뇌(초인공지능)에 의해 지구에서 인류는 멸종되던가, 엄청난 역량을 가진 노예(기계)가 생산력 폭발의 시대를 열어 인류는 생존을 위한 노동에서 해방되던가 둘 중 하나의 상황을 맞이하게 것이다.
우리는 사실 인류가 왜 이 지구 상에 필요한지에 대해 설득력 있는 이유를 댈 수가 없다. 단순히 지구 혹은 생태계 입장에서 인간은 오염을 일으키고 다른 생물들에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크게 끼치는 존재일 뿐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쌓아온 대부분의 철학은 인류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는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초지능은 과연 인류의 존재 이유에 대해 우리의 의견에 동의해줄까? 기계는 철학적으로 사유하지 않고 효율에 대해서 더욱 고민할 것이다. 여하튼 그래서 예전에 이미 몇몇 과학자/철학자들이 로봇/기계들을 위한 윤리강령 등을 세워 두었는데, 사실 초인공지능의 존재와 이런 인간이 세워둔 윤리강령은 충돌할 수밖에 없기에 그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독립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초인공지능이 왜 인간이 세운 윤리강령을 준수해야 하는지?) 여튼 만약 초인공지능이 인간의 존재 이유를 인종해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가장 깔끔한 상태 ‘멸종’으로 빠른 속도로 달려가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 판단에 있어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생각보다 별로 없고, 그들의 판단 이후에 있어서도 내 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므로 이런 미래에 대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준비의 여지는 별로 없다고 할 수 있겠다. 불가능한 것에 대해서 고민하는 건 종교 혹은 신념의 영역으로 넘기는 것으로 하고, 나는 나름 인류에게 긍정적으로 보일 것 같아 보이는 방향에 대해서만 고민해보기로 한다. 물론 이 천국이 한 번에 올 것은 아니고 그 과정은 단기적으로 꽤나 고통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A.I가 인류의 완벽한 노예가 된다면, 그러니까 기계들이 우리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으며 동시에 인간들을 위해 성실하게 일만 한다면 우리는 순식간에 생산력의 폭발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이루어 놓은 모든 생산력의 총합을 뛰어넘는 새로운 무언가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폭발적인 생산 수단은 단기적으로 독점 상태를 유지할 확률이 높다. 인프라 영역에서 엄청난 파워를 가지고 있는 구글/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나, 세상의 여러 기업들을 사들여 연결하고 있는 소프트뱅크와 같은 기업이 이런 독점 기업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 독.점.기.업 말 그대로 단 하나의 기업만이 이 자리를 차지할 것이며 2등은 큰 의미가 없어질 가능성도 매우 높다. 초인공지능의 세계에서 지능(혹은 지능의 개선 속도는) 매우 극단적인 멱함수의 분포를 보일 것이기에 결국엔 제일 잘 하는 (가장 빠른) 하나의 두뇌가 다른 두뇌들을 압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적은 리소스를 갖춘 개인, 벤처 기업들은 결국 두뇌 플랫폼 경쟁에서는 밀려날 수밖에 없을 것인데, 이는 개인이 원자력 발전소를 개발하고 로켓을 쏘아 올리는 것으로 경쟁하는 것 그 이상의 난이도 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비관적인가..)
하지만 멱함수 분포의 극단적인 차이로 인해 두뇌 플랫폼 부분은 생각보다 더 빠른 시일 내에 공공재의 영역으로 넘어갈 것이다. (생산수단의 국유화/공유화 혹은 기본 소득의 출현 등등 할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이 부분 로직은 조금 복잡하기에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고) 마치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은 세상을 크게 바꾸었지만 인프라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되었고, 단순히 몇몇 곳에 의해서 독점되지는 않는 것과 같게 될 것이다.
여튼 이런 사유 끝에 나는 이런 지능 인프라는 공공재가 되거나 혹은 반공공재적인 성격을 가질 것이라는 전제 아래 우리의 역할을 역할을 찾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것에서 출발해 조금 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면, 생산력 폭발의 시대는 잉여의 시대로 이어지며 지구 상의 절대적 빈곤은 순식간에 해결될 것이다. 수명 연장과 각종 질병의 해결로 인구 또한 급증하게 될 것이다. 각종 사회 문제가 엄청나게 많이 대두되겠지만 그것 또한 잘 해결된다면 우리의 삶은 분명히 더 천국에 가까워질 것이다. (각종 사회 문제 또한 이 곳에 기술하기엔 너무 복잡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동의 정의가 바뀔 것이다. 더 이상 먹고살기 위해 하는 노동은 사라질 것(적어도 예전보다 적게 일하고도 충분히 먹고살게 될 것이다)이고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 유휴 시간은 크게 늘어날 것이다. 이는 개개인들의 생활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인데, 이는 문화, 철학, 예술 등등 지금까지 노동에 의해 밀려난 많은 것들에 대한 수요 폭발로 이어질 것이다. 실제로 로마시대 때 시민들(물론 그때 시민의 개념은 지금과는 조금 다르지만)은 전세계로 퍼진 식민지에서 들어오는 막대한 부로 인해, 노동에서 해방될 수 있었고 이는 로마 중심의 문화, 예술, 향락 문화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물론 그러다가 로마는 망했지만 이는 또 다른 이슈이므로 패스) 기계들이 노예가 되는 생산력 폭발 시대에 우리들은 얼마나 더 많은 소비를 하게 될까?
사람들은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자기 가치의 추구 등에 할애하게 될 것이다. 이는 취향의 분화, 소비의 다양화 등 형식으로 표현될 것이다. 다시 표현하면 개개인들은 자기의 가치, 취미, 취향 등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자기 자신만의 선호(preference) 등을 더욱 세밀하게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여튼 그래서 우리가 타락해서 망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우리 삶의 방식이 많이 재편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니 나 자신의 이야기로 돌아와 소셜네트워킹 서비스를 만드는 나의 입장에서 어떻게 이를 받아 들여야 할까?
사실 소셜네트워킹 입장에서 봤을 때 가장 큰 리스크는 사람이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영화 매트릭스에서 본 것처럼, 알약 하나 먹고, 전기 코드만 목 뒤에 꼽으면 완전히 새로운, 완벽한 세상에서 다른 나로 태어나 생활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과연 사람을 필요로 하게 될까? 결국 사람의 모든 감각과 감정이 뇌 속에 흐르는 전류로 정해질 수 있다면 그 전류가 꼭 ‘진짜’ 사람에게서만 와야 할 이유는 있는 걸까? 초지능이 가상의 현실(VR)을 더욱 완벽하게 가져올 수 있다면 사람에게 사람이 과연 필요할까?
이미 일본의 많은 매니아들은 애니메이션 속의 ‘캐릭터’와 보내면서 행복해하고 있다. 가상의 그들이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모습으로 당신과 대화해준다면? 아니 그 이상을 해줄 수 있다면? 매트릭스 안에선 많은 이들은 가상 세계 속에 살고 싶어 하며 ‘진실’을 마주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지금도 피시방에서 많은 이들은 게임 속 세상에 빠져 있지 않나? 이런 시대가 되었을 때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는 여전히 의미가 있을까?
내가 바라보고 있는 소셜네트워킹서비스는 두 축으로 이루어진다 1) 나 그리고 2)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현재 서비스에 있어서 두 요소는 모두 매우 중요하며 크리티컬 하다. 하지만 그중 2) 타인과의 관계는 어떻게 보면 위의 설명처럼 VR로 대체되어 ‘나가 아닌 무언가’의 관계로 바뀔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무언가’는 사람일 수도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1) ‘나’는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의 모든 의사결정은 ‘나’로부터 시작한다. 철학의 명제가 그렇고, 취향이 그러하고, 소비가 그러하다. 사라지지 않는 가장 근본은 ‘나’ 하나밖에 없다. 그렇기에 나는 더욱더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쓰다 보니 너무 철학적으로 가는 것 같은데. 좀 더 쉽게 이를 번역하면 ‘개인’에 대한 데이터에 집중해야 한다 정도로 바꿀 수도 있겠다. 개인 데이터는 그 사람의 역사이고 그 사람의 현재이며 그 사람의 미래를 추측하는데 큰 자산이다. 인간은 이성적이지 못하고, 복잡 다양한 존재이며, 개인의 성향을 한마디로 쉽게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개인의 성향 기록과 파악의 과정은 초지능에 대해 대체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오히려 이러한 A.I 시대에 개개인에 대한 이해는 더욱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위 말하는 빅데이터라는 것이 전반적인 추세, 개개인의 익명화로 전환되는 것이라는 것과는 반대 방향에 더욱더 개인화된 데이터는 더욱 큰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다.
결국 기계가 얼마나 큰 지능을 가지게 될지를 떠나 결국 생산품의 최후 소비자는 역시 ‘나’ (사람) 일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인간이 멸종된다면 (최후의 소비자가 기계라면) 뭐 이런 논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좀 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우리보다 훨씬 똑똑해진 기계가 자신의 판단을 넘어 우리의 의견을 받아들일 확률은 희박하다. 그만큼 인간의 개입 여지는 줄어든다. 하지만 인간은 여전히 다른 인간의 의견 개입을 받아들일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더욱더 사람에 더욱 집중하고 사람에 대한 정보(데이터)에 더욱 집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는 페이스북이 엄청난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페이스북에서 타겟 광고를 해본 사람은 그 역량의 매우 작은 부분을 이미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결국 내가 하는 일은 기존의 데이터 플랫폼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거나 분화되는 곳(그것이 연령층일 수도, 지역적인 구분 일수도 있다)에서 압도적인 데이터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개인의 데이터를 더 체계화하고, 넓고 깊게 모으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이에 맞추어 그 사람 개개인의 preference와 관련된 raw 데이터를 모으고 계속 분석하여 검증하고 좀 더 나은 추측을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여튼 길이 너무 길어졌는데, 끝까지 읽기 힘드신 분들을 위해 요약을 해보자면,
1) 초인공지능 시대는 천국과 지옥 중 하나 일 것이며, 어떤 시대가 올진 아무로 모르나 ‘지옥’의 시대의 경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므로 나는‘천국’의 시대에 대해서만 고민한다
2) 인공지능의 세계에서 지능의 분포는 극단적인 멱함수 분포를 보일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결국은 독점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여러 이유로 다시 독점은 무너지고 인공지능 인프라는 공공재 혹은 반공공재로 바뀌게 될 것이다
3) 우리는 이러한 시대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하는데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내 입장에선 소셜 서비스의 두 축인 1) 나 2) 타인과의 관계 중 ‘나’ (개인 데이터)에만 집중하기로 한다.
물론 그렇다고 수많은 사람들이 도전하고 있는 ‘인공지능’의 영역의 도전이 의미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약인공지능에서 강인공지능까지 시간은 분명히 필요할 것이며 그 안에서 의미 있게 시장은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우리(tataUFO)도 당연히 1) 나 와 더불에 2) 타인과의 관계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성장을 이루고 더 잘 발전해나가야 좀 더 먼 미래를 생존해서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가 너무 멀리 뻗어 나갔는데.. 원래 손정의 회장은 배를 타고 가면서 바로 앞을 보면 멀미가 나지만, 먼 곳을 내다보면 바다는 잔잔하다고 했다. 그런데 난 먼 바다를 보아도 아직 멀미가 나는 것 같다. 차근차근 잘 보려고 해도 아직은 너무 어렵다.
ps. 비전문가에 의한 지극히 비과학적이고 개인적인 추론에 의한 글입니다. 당연히 틀릴 수 있습니다. 혹시 잘못된 팩트는 바로 잡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