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도 하뛰하쉬

잘 뛰고 싶다면 잘 쉬어줘라, 더 잘하고 싶다면 아쉬울 만큼만 노력해라.

by 아침에달리

혹시 하뛰하쉬라는 말을 아시나요?

하뛰하쉬는 하루 뛰고 하루 쉰다는 달리기 용어입니다.

일반적으로 생각 할 때, 잘 달리고 싶으면 매일 30분 이상 꾸준히 뛰어야만 할 것 같은데 도대체 왜 하루 뛰고 하루 쉬라니 이상하지 않나요?



사실 우리 몸은 매일 뛰고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자기도 모르게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고 한다. 오늘 열심히 뛰면 내일은 몸이 조금 무거워지고, 또 그 다음날도 뛰면 종아리든 허벅지든 어딘가는 근육통이 오기도 한다. 심한 경우 발바닥의 족저근막염으로 꽤 오랫동안 뛰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잘 달리고 싶어서 매일 오랫동안 달리려다가 한 달 이상을 못 뛰게 되면 오히려 그 전 만도 못한 몸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기록 내고 싶은 전날은 무조건 쉬어주고 그 주의 달리기 연습은 약하고 가볍게 한다.

뛰다 보면 주변에서 부상 때문에 쉬게 되었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잘 뛰고 싶을수록 쉽게 부상당하는 것이 달리기인 것 같다. 준비 없이 더 많이 더 빨리 뛰다가는 근육통은 기본이고 무릎이, 골반이, 발바닥이, 발톱이 아려온다. 잠시 아프고 말면 다행이지만 그 후에도 통증이 지속되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 나는 꽤 오래 전부터 뛰어 왔지만 큰 부상은 없었다. 즐거울 만큼만, 아쉬울 만큼만 뛰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는 나더러 달리기에 욕심을 좀 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나는 더 자주, 더 빠르게 뛸 자신이 없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적당히 뛰었기 때문인지 수 년이 지금 돌이켜 보면, 부상 때문에 달리기를 쉰 적은 없다. 아직도 원한다면 원하는 만큼 뛸 수 있는 건강한 몸임에 감사한다.

최근에는 달리기 실력을 높이고 싶어서 달리기훈련에 참가하였다. 즐겁게 뛰는 것도 좋지만 잘 뛰는 것은 또 다른 기쁨이라는 얘기를 드디어 인정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첫 수업 날, ‘우리는 일주일에 세 번만 뛸 수 있다.’ 라는 얘기를 들었다.

월요일은 50분동안 뛸 수 있는 가벼운 러닝 리듬 만들기, 수요일은 속도를 높일 수 있는 30분 집중 러닝, 그리고 이틀 쉬고 일요일은 10KM실전 러닝.

쉬는 날 없이 뛰면 한 마디 들었다. 잘 뛰고 싶으면 잘 쉬어 주어야 한다고 말이다.



인생도 비슷한 것 같다.

나는 무엇을 끝까지 좋아하는 법이 없다. 영화도 집에서 보면 끝까지 보지 못하고 게임도 오래하지 못한다. 새로운 고양이 키우기 게임을 하고 싶을 때가 있긴 하다. 그런 날은 하루 날을 잡고 밥도 대충 먹으며 고양이를 키운다. 이틀째도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간식을 마련해준다. 밤을 지새우며 고양이 집을 꾸며주고 난 삼 일째 새벽아침, 게임아이디를 삭제한다. 할 만큼 했기 때문이다. 계정을 살려서 다시 고양이를 키우려면 처음부터 다시 최초의 아기고양이 한 마리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과정은 차라리 안 하면 안 했지 반복하고 싶지 않은 일이 되어버리고 만다.


만화를 하루 종일 보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런 날도 마찬가지로 캐쉬를 만원씩 긁고 만화만 본다. 머리가 띵 해질 때까지 누워서 스마트폰만 들여다 본다. 삼일 째 되는 날, 대충 완결을 알 것 같다 싶으면 마지막화를 본다. 마지막으로 네이버에 검색해서 결말을 찾아보고 나면 이제 그 만화를 다시 보고 싶어 지지 않는다.

너무 한 순간에 몰입했기 때문에 빨리 결과를 내고 싶어서 애쓰고 노력했다. 그래서 그 삼 일간은 밥도 거르고 잘 씻지도 않고 외부와 단절한 뒤 하얗게 불태워 버린다. 그 뒤는 없다. 궁금하지도 않다.

반대로 어떤 일의 더 큰 성취를 위해서는 한 번 푹 빠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과 연결하여 꾸준히삶 속에 녹여내야 한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힘들 때까지 하면 안 된다. 아쉬울 만큼만 딱 하고 그만 멈춰버려야 한다.


두 번째 취업 준비가 그랬다. 고민과 걱정과 불안이 한데 뒤섞인 첫 취업준비 때와 달리, 퇴사 후 다시 준비하게 된 두 번째 취준 시절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하루 24시간을 애쓰지 않았다. 나와 잘 맞는 회사에 들어가게 되겠지, 하며 정해진 공부시간 이외에는 운동도 하고 나를 위한 시간을 보냈다. 오늘 인적성을 한 권 더 풀고 싶어도 풀지 않았다. 풀어둔 문제를 다시 보았다. 자소서도 억지로 쓰지 않았다.

매일 조금의 쉼을 가지고 취업준비를 했더니 스트레스가 덜 했다. 결과적으로 꾸준히 더 많이, 다양하게 준비를 할 수 있었고 지금의 회사에 들어올 수 있었다.


더 잘 뛰고 싶다면 더 잘 쉬어줘라.

더 잘 알고 싶다면 적당히 공부해라.

더 잘 지내고 싶다면 적당히 거리를 둬라.

더 나아지고 싶다면 아쉬울 만큼만 노력해라.

꾸준하게 지속한다면 잠시 열정적이었던 지나가는 사람들보다 더 큰 성취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꾸준히 열정적이면 제일 좋겠지만 시간도 돈도 마음도 유지되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끝까지 지속할 수 있도록 하뛰하쉬하자.


앞전에 언급했던 달리기 훈련도 잘 달리고 또 잘 쉬어주었다. 그리고 내 인생 최고 기록을(10km, 55분 28초) 달성하게 되었다.

인생도 달리기도 하뛰하쉬 인가보다.



하뛰하쉬.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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