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모르는 사이에서 우연히 한 번, 그리고 한참 뒤 갸웃하며 또 한 번.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 아니, 친구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누구도 먼저 친구하자. 하고 얘기한 적은 없었다. 우리는 귀가 쨍 할 만큼 추운 겨울에 입김을 불어가며 걷고 또 걸었다. 겨울이 지나면 함께 해 볼만한 것들을 추려보았다.
당시 나는 일주일에 하루는 달리기 수업을 갔다. 풀마라톤 대비를 위해 체력과 속도를 높이는 수업이었다. 걷고 뛰었다. 달리기 수업을 위해 스키장갑을 끼고 바지를 두 겹씩 입었다. 본격적인 수업 전, 온도를 높이기 위해 3km씩 조깅은 필수였다.
작년 겨울은 참 길었다. 3월의 하늘이 여전히 희멀건했다. 찬 공기가 가득했다. 겨울이 지나지 않았지만 콧물을 흘려가며 또 많이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