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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gendary Hero May 24. 2016

여덟 번째. 담론

#2016 독서 Project

 얼마 전 '담론'이라는 책의 작가인 신영복 선생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뉴스에서 소식을 들을 때까지 이 분이 누군지 몰랐다. 검색을 해보니 ‘처음처럼’이라는 소주의 글씨체를 만든 사람, 경제학자, 그리고 20여 년의 감옥 생활을 한 사람 정도라는 사실을 찾을 수 있었다. 뉴스에서 나오는 그의 발자취가 흥미로워 이 책을 고르게 되었고,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가 얼마나 생각이 깊었고, 겸손했으며, 항상 자기를 뒤돌아보며 살아왔는지 느낄 수 있었다. 20년이라는 기나긴 시간 동안 감옥에서 이루었던 생각의 깊이는 우리 인간과 세계에 대한 강렬한 통찰력으로 다가왔고, 그야말로 진정한 지식인이라는 호칭이 가장 걸맞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관계다

  요즘 인기 있는 자기계발 서적들, 강의들을 들어보면 하나같이 비슷한 말을 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

 “네 마음에 귀를 기울여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라.”

 

 대체로 이런 말을 하는 우리 사회의 멘토들은 여러 적절한 예를 통해 우리가 세상의 중심에 있고, 우리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진짜 이러한 조언이 제대로 된 것인지에 대해서 우리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신영복 선생은 다르다. '나는 관계다'라고 말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나’는 내 주변의 사람들과의 관계에 의해서 정의되며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내가 혼자 중심이 되고 잘 나가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나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작가가 주장하는 관계론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겸손이다. 겸손한 자세에서 나를 바라보고, 남들과의 차이를 인정할 때 비로소 우리는 발전할 수 있다. 비로소 우리는 배우고 학습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변화할 수 있다. 따라서 작가가 말하는 자기 변화의 최종 단계는 인간관계로서 완성된다.


대인춘풍 지기 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나를 지킬 땐, 추풍과 같이 하고

    남을 대할 땐, 춘풍과 같이 하라


 나 스스로에게는 엄격하게 해야 하지만, 남에게는 관대하게 하라는 이 말은 우리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말한다. 요즘과 같이 시기에 가장 필요한 말이 아닌가 싶다. 도로에서 빈번한 보복운전, 강남역에서의 묻지 마 살인, 인터넷상에서 지속되는 비방 등은 상대방은 입장은 생각지 못하고 나만을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방 또한 나만큼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에게 관대하게 하는 것이 결국 나를 변화시키고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고, 실수와 사과와 도움과 감사가 어우러지는 관계가 된다면 그것이 바로 최고의 관계가 아닐까. 이런 관계를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슴에 손을 얹고 한 점 부끄럼이 없는 '양심적인 인간'이 되는 것이다. 내가 스스로 양심적일 때 관계가 좋아지고, 그로부터 우리 사회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자본주의.. 그리고 관계

 요즘 들어 여러 가지 사회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데에는 수많은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긴 하지만, 자본주의 자체의 내제 된 특성이기도 하다. 자본의는 화폐를 기본 단위로 하고 이 화폐는 자본을 만든다. 자본은 스스로 축적하려고 하기 때문에 자본 축적은 점점 심해지고 격렬해진다. 자본 축적이 심해지면 이 시스템 안에 모든 주체들은 결국 결과를 위한 ‘성과 주체’ 전락한다. 더 많은 성과를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달린다. 얼핏 보면 현재의 우리는 과거와 달리 어떠한 것에도 지배받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상 우리는 더 부자유스러운 삶을 살고 있고, 이는 자기 착취로 이어 진다.

 또한 이러한 자본주의 안에서 개인은 나의 정체성을 개인의 특성이 아닌 물질로서 표현한다. 작가가 주장하는 관계론에서 개인의 정체성은 내가 맺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정의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정체성은 개인이 치장하고 있는 옷, 액세서리, 물건 등 나를 포장하는 것에 의해 정의되는 경우가 많다. 즉, 나의 소비에 의해서 나의 정체성이 생성된다느 것이다. 이는 우리를 더욱 자기 착취라는 것에 빠지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만든다.



 신영복 선생이 생전 강의했던 내용을 엮어 만든 이 책에서 작가는 본인의 생각을 진솔하게 표현한다. 세계를 바라보는 인식론에서부터, 자기가 감옥에서 느꼈던 생각과 경험들, 그로부터 이어진 반성과 겸손...... 사회로 돌아와 강의를 통해, 책을 통해 그가 전달하는 내용은 우리 시대 진정한 지식인이 있었다는 감탄과 함께 벌써 가셨구나라는 안타까움이 동시에 들게 한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우리들에게 신영복 선생은 잠깐 멈춰 서서 우리 주변을 돌아보라고 말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돈도 아니고, 명예도 아니고,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라는 것을 작가는 말한다. 지금 이 순간 다시 한 번 우리 주위를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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