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일기장을 꺼내거나 브런치를 쓰거나.
자신감은 나의 의식이 현재에 머무르는 상태를 말한다. 과거에 지나간 일을 후회하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온전히 현재에 집중하는 상태. 하지만 우리는 수많은 이유로 현재의 상태에 몰입하기가 참 어렵다. 그러다보니 불안하고 주변 생각에 휘둘리는 스스로를 발견하며 자꾸만 작아질 때가 많고 결국 무력감으로 빠지곤 한다. 무엇보다 내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잘 모르게 되고, 어떤 사안에 대해 나의 의견은 무엇인지 조차 명확하지 않게 된다. 이런 문제를 바로 잡는데 가장 확실한 방법 중의 하나는 바로 '글을 쓰는 행위'이다. 가급적 단문 위주의 트위터/페이스북/인스타그램 같은 것이 아니라 브런치, 블로그 등의 비교적 중/장문의 글을 쓰는 것을 말한다. 왜 그래야 할까? 분명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보다도 훨씬 어렵다. 글을 쓴다는것은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생각과 감정의 파편을 내 눈에 보이게 만들어주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작가이든 아니든, 자신의 단상을 담고자 하는 어떤 이들도 글을 쓰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글을 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지금 일어나는 생각 너머로의 여행을 떠나야만 한다. 글쓰기는 지극히 내 생각의 여정을 목적지까지 안내해 주는 확실한 방법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를 들겠다. 당신은 카페에 들렀다가 아름다운 낭만과 환상의 풍광을 담은 휴양지 사진이 인쇄된 엽서를 발견했다. 첫눈에 오 멋지다! 내가 꿈꾸던 바로 그거야! 라는 생각이 일어났다. 좋아, 바로 행동으로 옮기자! 그런데 출발하는 순간부터 삐걱거리고 만다. 정작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순간부터 고려하지 못했던 수많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음을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 어려움은 막상 여행을 마음 먹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적정 비용에 맞는 여행사/숙소/렌트카를 비롯해 현지에 머무르기 위한 기본 사항들을 챙기는데만 해도 진을 다 빼게 된다. 사실 더한 여정이 기다린다. 공항으로 가는 긴 시간,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의 긴 대기 시간, 그리고 자도 자도 제자리처럼만 느껴질 정도의 긴 비행 시간, 입국 수속, 그리고 현지 숙소에 가기까지의 긴 시간. 도착할 즈음에는 이미 기진맥진이다. 그 뿐인가, 엽서속의 아름다운 풍경은 그저 머리속의 순간적인 이미지였을 뿐, 정작 현장에 머무르면서부터는 머무르는 며칠 동안의 단 몇분 아니 몇시간동안만의 느낌일 뿐이다. 그리고 돌아올 때면 마찬가지의 긴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내가 처음에 상정했던 기대와 다른 수많은 요인들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글쓰기도 이와 비슷하다. 머릿속에 떠올랐던 심상을 가지고 글을 내려쓰기 시작하는 순간 그 느낌은 순간적인 것이었을 뿐 동시에 머리에서 떠오르는 몇 배에서 수십 배가 넘는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결국 예상치 않았던 생각의 홍수속에서 그 상황에 압도되어 버리고 금방 의욕을 잃어버리고 만다. 마치 홍수가 일어났을 때 물은 넘치지만 정작 마실 물은 없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블로거와 작가들은 기나긴 터널을 외로이 기어가는 거북이와도 같은 존재가 아닌가 싶다. 마음 속에는 엽서속의 환상적인 이미지마냥 자신의 이야기가 널리 퍼져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욕심을 간직한채 말이다. 이것이 아마도 작가를 꿈꾸는 수많은 이들이 시도해 보기도 전에 포기하는 이유이거나, 블로거들이 야심차게 블로그를 개설하지만 얼마 못가고 사실상 폐쇄나 다름없는 상태로 방치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저 내 생각을 글로 정리해 봐야지 하는 작은 의욕에서조차 말이다. 머릿속의 환상과 실제 도달하는데 걸린 시간과 생각의 갭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우리의 두뇌는 정신분열증 환자와도 같다.
글쓰기는 바로 이 지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사실 이런 현상에는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우리의 생각들은 방사형이라서 이 생각 저 생각 수없이 왔다갔다 하는 비연속적인(Non-linear) 사고를 하는데 반해 글이라는 것은 저만치 멀리 뛰어가 버린 토끼를 따라잡는 거북이마냥 선형적으로(Linear)하게 느릿느릿 이어가야만 한다. 즉 사고라는 것은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두더지잡이처럼 그야말로 종잡을 수 없이 도약적이다. 하지만 우리의 말과 글은 도약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당신은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시도를 꾸준하게 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이 지점 때문이다. 우리의 두뇌는 정신분열에 가까울 정도로 여러가지 생각들이 일어나게 만들어 있지만, 잘 이용할 경우 오히려 다양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전개하기에 최고의 도구가 된다.
글을 쓰게 되면, 지금 작성되고 있는 내용에 따라 당신의 두뇌는 요동을 치게 된다. 배고프다 라는 말을 쓴다고 해 보자. 한번 써 보라. 그렇다면 자동으로 뭘 먹어야 하나, 일시적인 공복감이야, 뭔가 스트레스가 쌓인건가, 늦은 시간이야 등 짧은 시간동안 여러 생각들이 마구 일어나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당신이 무엇을 쓰느냐에 따라 당신의 생각들은 신기하게도 멋대로 튀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관련해 나도 예기치 않았던 생각들이 그 표현을 감싸않는 상황이 벌어진다. 즉, 지금 당신이 고민하고 있는 주제에 대해서 일단 적기 시작하면 당신의 생각은 소용돌이치며 그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생각들을 데리고 와 주는 것이다.
때문에 글을 쓴다는 것은 추상적으로만 느껴지던 마음 속의 수많은 생각의 파편들, 감정들이 마침내 실체를 드러나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글을 씀으로 인해서 평소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수많은 자기 자신의 생각들과 조우를 하게 된다. 그리고 요즘처럼 전화/문자/카톡을 비롯한 SNS등 수많은 알림으로 인한 방해요소가 일상화된 환경, 이 속에서 무언가 온전히 나만의 의식 속으로 풍덩 빠져 그 심연으로 들어가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글쓰기가 그 어떤 명상보다도 훌륭한 수단이라고 본다. 사색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숨겨진 비밀이 있다. 글쓰기는 스스로의 지적인 수준을 높이는 최고의 수단이기도 하다.
수신을 하려면 발신을 해야 한다.
발신을 하려면 수신을 해야 한다.
글을 제대로 쓸려고 하면 할수록 관련된 글과 책을 훨씬 많이 읽게 된다. 방사적으로 뻗어나가는 자신의 생각의 많은 부분에 있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많음을 깨닫기 때문이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몰랐었네? 이건 뭐였지? 하면서 자연스럽게 따라가 보는 자기를 발견하는 경험 누구나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더 깊이있는 지식이나 지혜를 원한다면, 그것과 관련해서 자연스럽게 더 학습하고자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기꺼이.
그렇다. 자신을 들여다보고 지식과 지혜의 깊이를 더해주는 글쓰기.
나를 들여다보는 가장 최고의 방법이 아닐까?
거듭 말하지만, 그저 한 문장, 한 호흡 수준의 짧은 글 말고,
어떤 관심 주제에 대해 다양한 생각의 흐름을 풀어낼 수 있는 충분한 글을 써라.
가장 쉬운 방법을 알려주겠다.
1. 브런치를 개설해라.
2. 컴플렉스든, 힘든 일이든, 관심 주제에 대해서든 일단 한편을 쓰고 발행해 보라.
겨우 하나에도 내면에 변화가 일어남을 목격할 것이다.
3. 이 참에 여러분도 이렇게 단상을 한번 작성하고 나눠주면 어떨까? 언제든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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