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거의 기억과 싸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비극적인 운명의 한 여자가 있었다. 그녀의 전 남자친구는 강도에 의해 살해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원인을 자신에게 두었다.
'만약 내가 그 남자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그는 죽임을 당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 생각은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어 심지어 자신은 주변 사람들을 병들고 다치게 하는 저주에 걸렸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자신으로 인해 주변이 불행해진다는 것이다. 그녀를 위로하던 사람들도 그의 닫힌 마음 앞에 결국은 하나씩 둘씩 떠나갔다. 외로움은 더욱 심화되었지만 그녀는 스스로에 대한 죗값이라고 받아들였다.
시간이 흘렀다. 그녀는 자신을 아끼는 좋은 남자를 만났다. 하지만 둘의 관계가 가까워지자 심연의 불안함이 다시 엄습했다. 마음의 문을 더 열 수가 없었다. 남자는 그녀를 깊이 사랑했고 하루빨리 결혼하기를 바랬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둘은 비극적인 운명을 맞을 것 같다는 두려움에 승낙할 수가 없었다.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지금쯤 헤어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새로운 관계에 자신이 없었다.
'나도 이 사람을 정말로 사랑하는데… 내가 더 다가가면 이 사람은 또다시 불행에 빠질거야.'
용기를 내야했다. 마침 하와이에 있는 일주일짜리 코칭 프로그램을 발견하고선 자신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극복할 계기로 시도해 보자 싶었다. 남자친구는 그녀의 급작스러운 하와이행 결정에 그것이 이별을 통보하는 것이라 받아들여 간혹하게 그녀가 떠나지 말기를 간청했다. 그녀를 잡고 싶은 마음에 만약 떠난다면 둘의 관계는 끝난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끝났어”라고 차갑게 말을 던진후 하와이로 떠나 버렸다.
그녀가 참석한 이 코칭 프로그램의 특징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감정들을 온전히 들여다보고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마음 속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그 감정의 실체를 마주할 수 있는 훈련을 하는 것이었다. 훈련이 막바지에 다달을 무렵, 코치들은 사람들에게 여러가지 극단적인 상황을 제시하고 그 순간에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선택들을 행동에 옮기도록 요구했다.
“만약 지금부터 9일 후에 죽게 된다면 당신은 누구에게 전화를 하겠습니까? 그리고 그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무엇을 하겠습니까? “
내가 만약 곧 죽는다면… 이라고 생각하자 자연스럽게 남자친구가 떠올랐다. 그녀는 그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함께하고 싶었다. 남자친구는 자신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자신의 것을 내려놓고 그녀에게 당장 달려오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삶이 끝나는 마당에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거지?
'나를 바라보는 그 사람을 위해 나는 정작 사랑한다 말 한마디도 쉽게 하지 못하고 있는걸…'
그날 밤, 고민 끝에 그녀는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하지만 6시간의 시차로 인해 남자친구가 자고 있는 시간이라 그런지 전화를 받지 못했다. 전화를 끊을까 하다가 지금 용기가 들었을 때 말해야겠다는 생각에 음성 메세지를 남겼다.
“자기, 사랑해, 내가 당신과 결혼하고 싶다는 것을 자기가 꼭 알았으면 해. 내가 바보같았어”
전화를 끊고 나니 갑자기 밀려들어오는 그리움에 목이 메였다. 이토록 좋아하고 보고싶고 사랑하는데 나는 이토록 지금까지 그에게 내 감정을 알려주지 못한 것일까… 생기지도 않은 비극을 염려하면서, 행복해지면 곧 불행이 찾아올 것이라는 근원을 찾을 수 없는 믿음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갑자기 배 속이 뜨거워지는 느낌이었다. 마음 속으로 행복감이 차 올랐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가슴이 두근두근 터질것만 같았다. 아 이거구나... 내 마음 속의 사랑, 내 마음 속의 행복감. 나는 그것을 이토록 외면하고 있었구나. 나 스스로 행복을 멀리하려 애썼구나… 이 느낌조차 스스로에게 원망감이 들었다. 돌아가면 꼭 그와 당장 결혼식을 올리겠노라 다짐도 했다. 행복의 눈물을 흘리며 그녀는 기분 좋게 잠들었다.
남자친구가 다시 전화를 걸어왔을 무렵, 그녀가 있던 하와이는 새벽 3시, 그녀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음성 메세지에 남겨진 남자친구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자기야, 나 이걸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모르겠어. 자기는 나한테 이 세상 최고의 선물을 줬어. 내가 그토록 듣고 싶어하던 말… 들려줘서 정말 고마워… 아… 나 정말 어떻게 이걸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자기야… 난 이제 곧 죽게 돼”
그 남자가 있던 곳은 월드트레이드센터. 2001년 9월 11일. 테러리스트의 공격으로 무너져 내리던 마지막 순간의 건물 안이었다. 그녀가 사랑했던 또 한 명의 사랑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만약 내가 그에게 나의 진심을 이야기하기로 선택하지 않았다면 평생 후회하며 살았을 거에요.
이 사건은 실화이며 래리킹 라이브에 출연하여 그녀가 녹음된 육성을 들려주며 전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녀는 말했다. 지금 당장 무언가를 선택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선택을 미룸으로써 후회할 것이니 지금 당장 결단을 내리고 행동을 하라는 말을 할려는 것도 아니다. 물론 그것은 정말 중요하다.
지금 당면한 고민이나 생각들이 과거의 어떤 부정적인 경험이나 상처에 의해 지나치게 왜곡해서 받아들여진다.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른 것이다. 여러분이 지금 당면한 고민이나 생각들이 과거의 어떤 부정적인 경험이나 상처에 의해 지나치게 왜곡해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느냐 하는 것이다. 지금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과거의 것들과는 독립적인 것임에도 그것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것이 당신을 나아가도록 하는데 방해하고 있다.
‘자신감’은 현재 내가 이 순간에 온전히 머무르고 있음을 느끼는 마음이다
선택을 하든, 하지 않든 그것의 파급 효과나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으로 인해 우리의 생각과 마음은 현재에 머무르지 못하고 있다. ‘자신감’은 현재 내가 이 순간에 온전히 머무르고 있음을 느끼는 마음이다. 사실 우리에게 있어 과거와 미래는 가상의 개념일 뿐이다. 오직 나에겐 현재 이 순간이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생각의 세계에 우리는 압도당하며 정작 중요한 것을 번번히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마음 속을 다시 들여다보자.
‘괜찮아,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라는 말보다
‘내가 지금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자꾸 물어보자.
당신을 괴롭히는 일로부터 벗어났으면 하는 마음으로 '괜찮아,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하는 말로 위안을 하는대신, 내일 내년에 무엇을 하면 좋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대신 지금 이 순간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가?를 되물어보자. 사랑하고 싶은데, 상대가 섭섭하게 한 일에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것인가? 만나서 대화하고 싶은데 상대방이 당신을 어떻게 볼 것인가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가? 내면의 목소리보다 과거의 기억과 당신이 알지 못하는 지점의 가능성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런 감정들은 해소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여러분의 마음을 괴롭힐 것이다. 대신, 지금 당신의 마음 속에 정말 일어나는 욕구는 무엇인가.
명심하자.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은 바로 여기다.
바로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소중한 인연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It does not exist, except in your memory.
Drop it.
And stop worrying about how you're
going to get through tomorrow.
Life is going on right here, right now -
Pay attention to that and all will be well.
- Neale Donald Wals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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