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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인혁의 리얼월드 Oct 05. 2016

사랑의 포스트잇 이벤트

동시에 절대로 애인이 보면 안되는 이벤트!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납니다. 침대 맡에 붙어있는 포스트잇을 처음 발견합니다. 

"일어났어?"


어라, 블라인드에도 뭔가가 붙어있습니다. 가까이 가서 봅니다.

“아침이 시원하니 참 좋네요~ 커튼 걷어봐요.”

커튼을 열고 공기를 환기시킵니다. 시원한 바람이 들어옵니다. 곁에 있는 대나무목의 옆에도 뭔가 붙어있습니다.

“커피 한잔 어때?”


거실로 나갑니다. 나가려고 보니 안방 문에도 포스트잇이 붙어있습니다.


“잠은 잘 잤나요?”


거실에 나갔더니 방금 내려놓은 커피가 있네요. 원두가 스타벅스 페루 커피인데, 향과 맛이 일품입니다. 옆에 오곡쿠키도 있네요. 커피 잔이 하트로 가득하네요.

커피 잔을 쥘 때, Love is… 와 하트 모양이 딱 보이는 면으로 다시 옮겨두었습니다.


그래도 뭔가 이걸로는 한가지 빠진 것 같아서 여기에도 포스트잇을 붙여 둡니다. 어제 그녀와 사소한 것으로 다투었던 터라 뭔가 기운을 내게 하고 싶었거든요.


“오늘도 기분 좋게 오늘도 기분좋게 하루를 보내요~~~”


사실 저에게 하는 말이죠. 아직도 나는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 진실은 죽었어! 죽었다고 생각하자!

마침 오늘은 출근하기 전까지 여유가 있어 편지를 꺼내 다시 씁니다. 사랑을 담뿍 담아서.


앗… 적다보니 저도 모르게 머그컵에 담긴 커피를 다 마셔 버렸습니다. 컵을 씻어서 다시 따라놨습니다 하하.

편지를 다 쓰고, 포스트잇을 또 하나 붙여두었습니다. 그녀가 일어났을 때, 향긋한 커피향과 함께 이 편지를 읽으며 이 모든 것들을 아침에 준비해서 떠나는 저의 마음을 느끼도록.


단지 포스트잇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이벤트입니다. 그와 그녀의 눈길이 닿는 지점을 시작으로 짧은 시간동안 당신 마음의 여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이끄는 일이죠. (이런거 피곤해 하는 분들,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 포스트가 상대에게 발견되지 않도록 주의하셔야 합니다. 행여나 내 남친이나 여친은 이런거 안해주나? 하는 마음으로 공유라도 하는 날에는 재앙이 시작됩니다. 해도 문제, 안해도 문제 ㅠㅠ )


이런 이벤트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상대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 그렇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이벤트를 시작한 이유는 어제 밤에 두 사람이 서로 다투었기 때문입니다. 상대의 마음을 푸는 것보다 더 선행하는 것은 나의 마음을 푸는 일이죠. 이유야 어쨌거나 새로운 아침을 불편한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은 모두에게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가 아닐까요. 그래서 권하는 이벤트입니다.  막상 시작하기 전에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더라도 준비하는 과정에 기분이 다 풀려버릴테니까요. 왜냐하면 내가 '마음을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커피를 내리고 기분 좋은 커피향과 함께 편지도 쓰고, 그녀가 다니는 곳곳의 동선에 붙일 포스트잇에 메세지를 생각하고 그러면서 다시, 아유.. 내가 쪼잔했지하며 스스로 반성도 하고~ 얼른 기분 풀고~ 오늘은 즐겁게 지내야지? 하고 위안을 하게 되니까요.


여러분도 한번 준비해 보시면 어떻겠어요? 상대와의 사랑하는 형태에 따라 다양한 응용이 가능할 거에요. 꼭 애인이 아니더라도, 가족이나 아이에게도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한 일이죠. 전혀 돈 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요. 기대하지 못한 이벤트, 마음의 선물. 포스트잇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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