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 20회 차(1개월) 후기
몸에 근육이 붙어 나만 아는 라인이 생기다
아침 아홉 시쯤 기상해서 제일 먼저 하는 것은 세수하고 필라테스 갈 채비를 하는 것이다. 동네에 생긴 가성비 좋은 필라테스 스튜디오 덕분에 그 비싸다는 필라테스를 매일 갈 수 있다.
앞서 불안증 약을 먹고 부작용으로 살이 찌더라는 얘기를 했다. 왜 살이 찌는지 모르고 속수무책으로 불어나는 몸이 당황스러워 의사 선생님께 여쭤보고서야 불안증 약이 여성에겐 살이 좀 찌는 부작용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안 좋아 받은 약이지만 의사 선생님이 처방을 하면서 이런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는 얘길 왜 안 해줬지, 아쉬웠다.
필라테스를 등록하고 매일 아침 열 시 반 클래스를 수강해서 참여했다. 내가 다니는 스튜디오는 특이하게도 오십 분 수업을 반씩 잘라 두 가지 기구를 다뤄볼 수 있도록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운동하며 지루함이 덜하다. 기구들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기구는 캐딜락이다. 이유는 누워서 하는 동작이 많아 일단 몸이 편한데도 기구 의존도가 높아서 스트레칭이 잘 되기 때문이다.
몸무게를 재보지는 않았지만 눈바디로 보았을 때 약간 살이 빠지고 라인이 다듬어졌음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다리를 붙이고 똑바로 섰을 때 물 샐 틈 없이 꼭 붙어있던 허벅지 사이에 간격이 조금 생겼고 허리에 꼭 맞던 바지가 조금 느슨해졌다. 몸무게를 재면 아직은 속이 상할 것 같아서 직접 재지는 않지만 눈바디로 이 정도면 한 2kg 정도는 빠졌을 것이라는 것이 내 짐작이다.
무엇보다도 휴직 중에 집에 하루 종일 뭉개던 생활에 루틴이 잡혔다. 아침에 일어나 갈 곳이 정해져 있어 햇볕을 받고 걸어가 운동을 한 뒤 집에 와서 잠깐 쉬다 공부를 한다. 끼니때마다 식사 준비 두 번까지 합치면 하루가 순식간에 흘러간다. 하루 종일 슬퍼만 하던 것보다 훨씬 건강하게 하루를 보내는 것 같다. 게으르다는 아빠의 비난도 줄었다. 나만 아는 정도의 눈바디에 나 살 좀 빠진 것 같아, 하고 호들갑을 떨면 남편은 반달눈을 하고 그래, 살이 좀 빠졌어하고 맞장구를 쳐준다.
지난달 17일 즈음 시작한 필라테스 1개월(20회) 후기가 이러하다고 남겨본다. 다음 달 목표는 남편 눈에도 확실히 보이는 라인을 만드는 것이다. 한 2kg 정도만 더 빠지면 가능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