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풍선꽃언니 Apr 15. 2022

누나 운동한다니 기분이 좋아

수험 체력 운동화 '솔티 매직'

어제 하루 쉬니 온 몸의 근육통이 조금 가라앉았다. 코치는 그걸 못 참고 쉬냐 하는 표정으로 나를 맞았다. 저는 8년 만에 뜀박질이 처음이거든요. 내일모레 실기 보는 애들이랑 상황이 달라요.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코치는 내가 줄곧 운동하던 애들과 체력이 같을 수 없다는 사실은 고려하지 않는 것 같았다. 지옥의 셔틀런을 하며 수험용 신발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장비 탓을 하기 전에 몸 탓을 해야겠지만 제대로 해보려면 장비점검이 좀 필요할 것 같았다. 앞으로 반년을 이 난리를 칠 테니 말이다.


며칠째 온다 온다 하고 안 오던 남동생이 집에 왔다. 빨리 돌아가서 올케랑 밥 먹어야 한다고 잠깐 들른 거란다. 한 아름 신발 박스를 안 고왔다. 아빠 꺼랑 남편 꺼랑 내 거. 속건 티셔츠도 두장 사 왔다. 운동복 바지도 두장.


"누나가 운동한다니 기분이 좋아서 샀어."


며칠 전에 체대 입시학원에 경찰 체력반 등록했다고 얘기했더니 운동화는 자기가 사주겠다고 했다. 내가 필요한 운동화가 뭐다 뭐다 얘기를 하니 택배 오기를 기다렸다가 받아오느라 차일피일 늦게 왔다고 했다. 때마침 아식스 공홈에서 세일을 하고 있던 터라 그 값비싼 운동화를 대충 반값으로 구입했다고 했다.


"누나 필라테스 다니고 자시고 하는 것보다 거기 다니는 게 살이 더 쪽쪽 빠질걸 하하하."


고등학생 때 자기 친구들 체대 입시 준비한다고 다니던 바로 그 체육관인 것을 알고 내 동생은 낄낄거렸다. 한 달 지나면 날씬해지겠네.


동생은 차 밀리기 전에 집에 가야 한다며 커피 한잔 마시고 돌아갈 채비를 했다. 저녁거리로 먹으라고 양손 가득 식자재를 싸줬다. 노파심에 뭐는 어떻게 해 먹고 뭐는 냉장고에 넣어야 하고 하며 막 설명했다. 동생은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마음이 급한지 후다닥 엘리베이터를 호출했다. 배웅해준다고 온 가족이 복도로 나갔다.


"아빠, 누나 운동하더니 얼굴 밝아진 거 봐. 맨날 죽는소리만 하더니. 사람은 운동을 해야 해."


힘들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긴 하지만 정신 컨디션은 확실히 좋아지는 것 같은데 그게 얼굴에 드러나는 것 같다. 솔직히 몸뚱이 쑤신데 온 신경이 집중되니 이런저런 생각할 여유가 없기는 하다. 무념무상이랄까. 게다가 너무 졸리다.


"그러는 너는 왜 운동 안 하냐."


맨날 야식 먹고 해대서 내동생 살찐 게 못마땅한 아빠는 한마디 했다. 그러게, 너는 왜 안 하냐. 나도 속으로 한마디 보탰다.


"우리 운동화보다 네 거 진짜 좋아 보인다."


동생을 보내고 돌아온 아빠는 내 운동화를 앞뒤로 뒤집어 보며 말했다.


"아빠 이거 내가 옛날에 순경 공채 볼 때 신던 거(타사질) 상위 버전(솔티 매직)이야. 만져봐. 엄청 가볍지. 앞에 돌기도 있어서 트랙 돌 때 치고 나가기 좋다니까."


"야, 근데 이거 신발 밑창이 얇아서 잘못하다가 관절 나가겠다. 조심해야겠네."


"이거신고 장거리는 못해. 50m랑 셔틀런 기록 잴 때나 신는 거야."


아빠는 딸내미가 몸 쓰는 일을 직업 삼은 사실도 구두 대신 운동화가 어떻고 하며 체력실기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도 신기해한다. 하긴, 나조차도 내 인생의 흐름이 신기한데 뭐. 쨋든 동생 덕분에 체육관에서의 전투에 꼭 필요한 아이템을 확보했다. 내일은 남편이랑 나가서 여름 체육복을 몇 개 사 와야겠다. 다음주도 화이팅!

아식스 솔티매직, 진짜 가볍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