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lnoc Dec 29. 2018

다르지만 같은 모습의 청춘,  영화<레토>

어느 시대에나 같은 청춘

레토 (Summer)

브런치 무비패스 #13

감독 키릴 세리브렌니코프

주연 유태오, 로만빌릭, 이리나 스타른셴바움



영화 <레토>는 자신의 포스터에서 풍기는 느낌 그 자체였다. 한마디로 청.춘.


어느 시대에나 열정적인 청춘의 모습은 비슷하다. 당시의 뻔한 기준들과 다른 삶의 태도,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복장, 사회에 쉽게 적응하지 않으려는 반항적인 모습. 잃을 것이 없는 청춘의 외모는 늘 비슷한 모습이다. 그런 어리숙해보이고 반항적이어 보이는 모습들은 시대의 강한 에너지로 작용하여 조금씩 대중의 마음을 흔든다. 그런 모습을 영화에 버무려 담아내는 영화 <레토>.


영화의 배경은 사회주의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러시아이다. 그런 러시아에서 미국 락의 영향을 받은 밴드가 속속 나타나게 되고, 적국으로 인식되던 미국 음악에 영감을 받았다는 것 만으로도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어려운 분위기였던 시절이었다. 음악에 꿈을 품던 젊은이이자 밴드 Kino의 보컬 '빅토르 최'와 이미 록스타였던 '마이크' 그리고 그의 연인이었던 '나타샤'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세상에는 두 가지 와인이 있어, 좋은 와인과 더 좋은 와인


음악을 두고 하는 이야기 인것 같아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이다. 세상에는 두 가지 음악이 있다. 좋은 음악과, 더 좋은 음악. 그리고 더더 좋은 영화음악. 이 영화는 그 더더 좋은 음악영화이다.


좋다는 카페나 요즘 을지로 카페의 벽면을 자연스럽게 장식할 것 만 같다. 요즘 청춘들을 유혹하는 영화일 듯.


레토=Summer

레토(ле́то)는 러시아어로 여름이라는 뜻이다. 가장 뜨겁고 그래서 모든 것을 벗어던질 수 있는 계절. 밴드 Kino라거나 빅토르 최에 관해서는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영화가 끝나고 그의 음악과 당시의 영상 몇 가지를 찾아 보았다. 밴드 Kino의 Leto 뮤직비디오를 통해 당시의 날것의 감성과 약간은 음울한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그러고보니 뮤직비디오의 일부 장면을 영화에서 일부 적용한 듯 하다. 그리고 빅토르 최의 머리와 옷 스타일, 그리고 전체적인 태가 영화 속 그의 모습과 아주 닮았다.



흑백영화

영화는 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흑백영화이다. 보기에 따라 답답할 수 있겠지만 흑백이었기 때문에 관객이 상상할 여지를 좀 더 남겨둘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시각적인 면 보다 음악에 좀 더 집중하도록 돕는 장치이기도 했다.



The Passengers

영화는 갑자기 뮤직비디오가 되곤 한다. (갑분뮤..?) 그 장면들이 무척 재미있다. 주인공들이 노래를 부르기도 하지만 플래시몹처럼 그 공간의 다른 사람들이 한 소절씩 나누어 부르기도 한다. 갑분뮤 장면 중 가장 좋았던 음악은 빅토르최와 나타샤가 꽁냥꽁냥하며 전차위에서 부르던 The Passenger. 문득 청춘의 모습은 강하고 반항적인 모습도 있지만 이렇게 어설프고 순수한 사랑의 모습도 가지고 있지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빅토르 최를 연기한 유태오의 씨익 웃던 눈매와 입매, 그리고 막으려 하지만 새어나오는 감정을 감출 수 없는 나타샤의 몸짓이 아른거린다.



유태오

극중 빅토르 최를 연기한 사람은 한국계 독일인인 유태오라는 배우이다. 영화 속의 유일한 아시아인인 데다 흑백 영화 속 유일한 검정 머리에 검정 의상이라 홀로 무척 독보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유태오는 무려 2000:1의 경쟁률을 뚫고 빅토르 최로 캐스팅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유태오는 영화 속 많은 노래를 직접 소화했으며 러시아어 연기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고도 하고. 그의 러시아어가 얼마나 자연스러웠는지 나로서는 알기 어렵지만 무척 멋져보이긴 한다. 그가 러시아 영화에 스며드는 모습과 빅토르 최 자체인 그의 연기를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영화.



빅토르 최 ♥︎ 마이크

영화 속 사랑의 모습은 빅토르 최와 나타샤, 마이크와 나타샤를 통해 보여지는지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오히려 빅토르 최와 마이크, 아니 마이크의 빅토르를 향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더 보이는 듯 했다. 이미 유명한 록스타였던 마이크는 물심양면으로 빅토르 최를 지원한다. 그가 음반을 낼 수 있도록,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하며, 데뷔 공연의 분위기가 좋지 않자 갑자기 무대로 올라와 도움을 주기도 한다. 심지어 자신의 아내가 빅토르 최에 대한 감정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인정하며, 둘을 위해 자리를 피해주기까지 한다. 이런 모습을 사랑이 아니고서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들의 동료로서, 친구로서, 멘토로서 혹은 그 이상의 유대관계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영화를 재미있게 보는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물 심리에 집중한 전쟁영화, 영화<저니스 엔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