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 버티기
퇴근하고 발레 수업을 들으러 갔다.
오늘 수업은 그 유명한 뉴욕 발레단 (New York Ballet Academy) 연습장이 있는 스튜디오에서 하게 되었다. 복도에는 발레 꿈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괜히 내가 슬그머니 끼어든 느낌이었다.
30분 준비 운동을 마친 뒤, 오늘의 메인 동작, 수스(Sous-sus) 연습이 시작됐다.
수스는 프랑스어로 ‘아래-위’라는 뜻이다. 두 다리를 단단히 붙인 채 발끝으로 올라서는 동작으로, 바에서도 센터에서도 자주 쓰인다. 플리에에서 시작해 수직의 다리 선을 만드는 동작이다. 다리를 강화하고 코어를 잡아주는 기본 포지션이기도 하다.
설명만 들으면 우아하다. 막상 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수스 위치에서 나는 균형이 잡히지 않는다. 앞뒤로 매트리스처럼 휘청거린다.
선생님이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하나하나 설명해 주셨다.
- 먼저 배에 힘을 주고 상체를 길게 늘인다.
- 다리 안쪽에 힘을 준다.
- 발가락은 구부리지 않는다.
- 열 개의 발가락의 힘으로 올라서서 수직의 다리를 만든다.
- 몸의 중심은 엄지발가락에.
- 얼굴은 살짝 위로.
- 그리고 미소도 잊지 말 것.
…인간이 이 모든 동작을 동시에 할 수 있나요?
혼자 애쓰다가, 선생님과 눈이 딱 마주치고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둘이서 한참 웃었다.
내가 노력하는 모습에는 A 점수을 줄 수 있다고 하셨다.
다리 모습과 수직 발목 사진을 보며 눈으로 연습 중..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수스 포지션을 잡았다. 오늘의 목표는 10초 버티기.
다섯 번을 반복했다.
한 번은 발이 나아졌지만 상체가 무너졌고,
두 번째는 발과 상체는 괜찮았지만 다리 안쪽이 풀렸다.
세 번째는 다리 안쪽에 집중하다 발을 놓쳤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매번 조금씩 달랐다. 무너지는 지점이 바뀌고 있었다.
어영부영 10초 버티기에 성공했다. 선생님의 칭찬을 듣는 순간 정말 해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늘도 등에 땀이 흥건했다. 발레는 동작이 그렇게 크지 않은데도 다른 운동보다 더 땀이 난다. 작은 움직임 하나에 온몸을 다 쓰기 때문이다.
수업을 마치고 스튜디오를 나오니 뉴욕 바람이 시원했다. 콩쿠르 리허설을 준비하고 있는 발레 꿈나무들을 보며 괜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언젠가 나도 수스를 한 채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그날까지, 천천히 계속 해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