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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지환 Dec 03. 2018

미디어 산업의 구조와 콘텐트 제작사의 위치

지환이의 콘텐트/미디어 생각 #2

이 시리즈는, 미디어/콘텐트 산업에 대한 대표이사의 생각을 칠십이초 사내 구성원들과 공유하기 위하여 얼마 전부터 시작한 연재입니다. 내부에만 공유하려다, 혹시라도 콘텐트와 관련하여 사업을 시작할 생각을 하고 계시거나, 저처럼 업계의 현황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가고 계실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외부에도 공유하기로 하였습니다. 노파심에 앞서 말씀드리자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므로 이에 대한 판단은 오로지 읽는 분들의 몫으로 돌리겠습니다. 그리고 이 글은 비 정기적으로 발행될 예정입니다.

이 시리즈에서 앞으로 무수히 언급될 '미디어'라는 용어는 '콘텐트 + 플랫폼'을 통칭하는 뜻으로 사용될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콘텐트’는 주로 '엔터테인먼트성 영상 콘텐트'를 가리킵니다.


지난 주,  ‘미디어 시장은 결국 광고 시장이다’라는 주제로 첫번째 글을 전해드렸었습니다.


오늘은 그에 이어서 미디어 산업의 전반적인 구조와 그 구조 내에서 콘텐트 제작사의 위치에 대한 견해를 말씀드려 보려고 합니다.



1. 미디어 산업 내 돈의 흐름 구조


먼저 미디어 산업 내 주요 구성원 및 돈이 흐르는 방향을 살펴 보면 아래와 같은 도식이 그려집니다.  각 구성원들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대행사들은 도식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이 도식을 한번 면면이 살펴볼까요?


미디어 산업의 주요 구성원은, 보시는 바와 같이 광고주, 제작사, 플랫폼, 시청자 등으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이 산업의 구조와 돈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어떤 구성원들이 포함 되느냐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 구성원들이 미디어 산업 구조에서 어떤 위치에 자리하고 있느냐도 매우 중요합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광고주와 시청자는 도식의 양 끝에, 그리고 제작사와 플랫폼은 도식의 중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작사와 시청자 사이에는 플랫폼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배치는 미디어 산업의 시작과 끝에는 광고주와 시청자가 자리하고 있으며, 플랫폼과 제작사는 결코 이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설명합니다.


구성원들을 연결하고 있는 빨간색 화살표는 돈이 흐르는 방향을 표시한 것입니다. 돈의 액수에 따라 실선과 점선으로 화살표를 구분하였습니다. 실선이 더 많은 돈을, 점선은 적은 수준의 돈을 의미합니다.


도식 내에서 굵은 실선의 화살표가 비롯되는 곳, 즉 많은 돈이 흘러나오는 곳은 단 한 군데 뿐이죠. 바로 ‘광고주’입니다. 광고주는 제작사와 플랫폼 모두에게 많은 돈을 지불합니다. 플랫폼이 제작사에게, 또 시청자가 플랫폼에게 돈을 지불하는 경우도 있어 점선으로 화살표를 그려넣었지만, 시장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그 수준은 광고주에게서 나오는 돈에 비하면 아주 미미합니다.


이 도식에서 도출 될 수 있는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미디어 산업 구조 안에서 흐르고 있는 대부분의 돈은 광고주에게서 비롯되고, 그 돈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을 소비하는 주체는 시청자다. 결국 광고주는 시청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트를 방영하는 플랫폼에, 시청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트를 제작할 제작사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콘텐트 제작사와 시청자 사이에는 언제나 플랫폼이 존재한다. 콘텐트 제작사가 직접적인 접점을 가질 수 있는 구성원은 광고주와 플랫폼 뿐이며, 시청자와 직접적인 접점을 가지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


아마 ‘콘텐트 제작사는 시청자와 접점을 가질 수 없다’는 것에 의문을 품는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2. ‘콘텐트 제작사는 시청자와의 직접적인 접점을 가질 수 없다’의 의미


이 명제에서 비롯될 수 있는 예상질문 몇 가지를 먼저 뽑아뽈까요.


Q. 72초의 오구실 유료 판매는 시청자와의 직접적인 접점을 만들었던 사례가 아닌가요?

- 표면적으로 보면, 시청자가 ‘시청료’를 지불했다는 점에서 접점처럼 보이지만 결국 유튜브라는, 그리고 네이버라는 플랫폼들을 통해 72초는 유료 판매를 진행했습니다. 유료 판매의 수익 또한 플랫폼과 쉐어를 하였고요.


Q. 영상을 앱으로 만들어 앱스토어에서 판매하면, 시청자와 직접적인 접점이 되지 않나요?

- 앱스토어도 하나의 플랫폼입니다. 그리고 영상을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든다는 것 자체가 앱이라는 형태로 상품 및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는 구조, 즉 하나의 플랫폼 안에 편입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Q. 콘텐트 제작사가 전용 웹사이트를 만들어 그곳에만 영상을 올리면 되지 않나요?

- 콘텐트 제작사가 본인들의 웹사이트에 직접 영상을 업로드하여 그곳에서 시청자들이 영상을 보게 한다는 것은 콘텐트 제작사가 플랫폼을 직접 소유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이 경우는 콘텐트 제작사가 “자체 보유한 플랫폼을 통하여”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접점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플랫폼의 소유자가 누구인지만 달라질 뿐, 콘텐트가 시청자에게 닿기 위해서는 플랫폼을 거쳐야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미디어 산업의 구조 안에서 콘텐트 제작사는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는, 시청자에게 절대 닿을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이는 콘텐트 제작사 마음대로 시청자에게 새로운 판매 방식이나 감상 방식을 제안할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시청자와 직접적인 접점을 가질 수 없는 것은 시청자의 수나 콘텐트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을 제대로 수익화 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뜻합니다. 시청자의 반응들이 모이는 곳은 플랫폼이며, 그것에 대한 수익 구조는 플랫폼에서 운영되고, 제작사와의 계약 형태에 따라 해당 수익을 제작사와 분배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즉 콘텐트 제작사 자체적으로는 ‘콘텐트가 히트하면 수익도 대박나고 우리 회사도 부자가 될거야’라는 꿈이 가능하지 않은 것입니다.


여기서 유의 깊게 생각해 봐야 할 점은, 조회수가 높은 영상이 콘텐트 제작사의 수익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조회수가 아무리 높아도, 해당 영상에 대하여 플랫폼이 제작사에게 그 조회수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유튜브를 비롯한 몇몇 디지털 플랫폼들이 조회수 대비 수익을 주기는 합니다만, 그 수익이 미미함은 이미 다들 알고 계시죠?)

그리고 광고주가 지불하는 돈은 이미 콘텐트 제작 전에 금액이 확정됩니다. 그 결과물이 높은 조회수나 라이크를 기록하더라도, 이에 대해 제작사가 광고주로부터 추가적으로 받게 되는 이익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고로 콘텐트 제작사에게 높은 조회수란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 더 많은 광고주를 유치할 수 있는 도구이자, 제작사의 인지도를 높이는 수단에 불과합니다.



3. 그렇다면 72초는?


72초는 콘텐트 제작사로서, 설립 후 지금까지 많은 비즈니스 모델들을 시장에 제시해 왔습니다.

드라마의 특별편으로 광고주와 협업하는 모델을 처음 시장에 제시했고, 플랫폼의 광고 영역을 콘텐트사가 직접 판매하는 최초의 사례도 만들었습니다. TV콘텐트들의 온라인 유통과 그와 관련된 광고를 유치하는 SMR을 통해 디지털 콘텐트를 유통시킨 최초이자 유일한 사례를 남기기도 하였고, 메이저리그 본사와 계약을 맺은 전세계 첫번째 디지털 콘텐트 제작사이기도 합니다.


72초가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것들은 이 외에도 많습니다. 72초라는 회사는, 어찌 되었던 견고했던 미디어 산업의 구조 속에서 많은 변화구들을 제시해왔고, 그 시도들은 업계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었습니다.


이러한 성과들에 대한 결과로 지난 9월 BCWW NEWCON 시상식에서 미디어사업자 특별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상은, "이 기업이 있었기에 디지털 시장에 후발주자들이 있을 수 있었고 그래서 우리나라 디지털 콘텐트 업계 발전에 이바지한 바가 크다"는 의미로 받은 상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72초가 이 시장 속에서 계속 생존해 나가기 위해서, 72초가 걸어온 길들을 조금 더 냉철하게 반추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위에서 열거한 ‘최초’들은 사실 기존 TV시장에서는 대부분 존재해왔던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앞서 제시했던 미디어 산업의 구조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들도 이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72초의 현주소는 미디어 산업의 구조 안에 존재합니다. 대부분의 돈은 광고주들에게서 나오고, 72초와 시청자 사이에는 늘 플랫폼이 존재했습니다.


72초가 쌓아온 업적들은 디지털 콘텐트 사상 ‘최초’는 맞지만, 전반적인 미디어 산업의 구조로 확장해서 보았을 때는 그리 새로운 수익 모델이 아닌 것입니다. 오히려 기존의 수익 모델을 TV 시장에서는 존재할 수 없던 새로운 형태의 콘텐트들에게 최초로 적용시켰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콘텐트가 바뀌었을 뿐입니다. 즉, 상품이 바뀌었을 뿐입니다. 상품이 바뀌니 TV콘텐트 시장과 분리해서 바라보게 되고, 그러다보니 72초가 "비즈니스 모델이 없던 시장에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게 된 것입니다.



4. 정리


미디어 산업 내에서 콘텐트 제작사는, 직접적인 접점을 가지고 있는 광고주나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서만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이것이 미디어 산업 내에서 콘텐트 제작사가 가지고 있는 한계이자 어려움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떠올려 볼만한 궁금증들이 있습니다.


요즘 ‘스튜디오 드래곤’이 잘 나간다는데? ‘시청률 대박’이 스튜디오 드래곤의 성공과 직결되는 걸까?

그럼 콘텐트 제작사인 디즈니와 마블은 어떻게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콘텐트 제작사는 ‘미디어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돈을 벌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저의 생각은 다음 글을 이어 나가면서 계속 말씀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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