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의 첫 아침
호텔 꼭대기층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조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창밖으로는 화창하게 갠 하늘 아래 빨간 지붕의 주택들이 이스탄불 시내를 물들이고 있었다. 토마토 몇 조각과 올리브, 스크램블 에그, 따끈한 시미트* 하나를 접시에 담았다. 시미트의 쫄깃함과 고소함이 입안에서 춤을 추었다.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따뜻한 홍차 한 잔을 마셨다. 평소에는 멀리하던 각설탕도 하나 홍차에 퐁당 빠뜨려 휘휘 저었다. 이스탄불까지 왔다면 홍차에 각설탕 하나는 넣어줘야지- 쌉싸름하고도 달콤한 홍차가 심장 깊숙이 스며들며 이스탄불의 아침을 밝혔다.
오전에는 탁심 광장을 지나 이스티클랄 거리와 뒷골목을 가볍게 둘러보기로 했다.
광장 한가운데 우뚝 선 기념비와 웅장한 모스크를 배경으로 한 탁심 광장. 차도 없는 넓은 광장에서 사람들은 각자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 손을 잡고 산책 나온 아이가 아장아장 걷다가 쫓는 비둘기 무리는 광장을 종횡하며 바닥에 떨어진 빵 부스러기를 찾아 헤맸다. 광장 곳곳의 작은 노점에서 나는 군옥수수와 군밤 냄새가 아침식사로 든든히 채운 배를 다시 주리게 했다.
모든 이들의 일상이 모이는 탁심 광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흩어지며 역사를 품어왔다. 평화로워 보이는 이 곳도 때론 축제의 현장이었고, 때론 봄을 갈구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광장의 역사를 오래도록 함께 했을 빨간 노면 전차가 광장 한켠에서 방향을 틀며 땡땡 울리던 경적은 그렇게 마땅히 다가와야 할 봄을 향한 외침이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전차가 출발하는 길을 따라 이스티클랄 거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상인들의 호객 소리와 행인들의 대화 소리가 거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전차는 이따금 경적을 울리며 거리를 가로질렀다. 돌길 위를 두드리던 구두 소리는 이스티클랄 거리의 심장박동과도 같았다.
거리 양옆으로 늘어선 유럽풍의 고풍스러운 건물에는 상점들과 카페들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었다. 실제로 이곳은 옛날에 유럽인들이 모여 살던 거리였다고 했다. 불쑥 들어간 어떤 건물 안에는 조각상과 아치형의 문을 비롯해 곳곳에 정교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어 마치 이탈리아나 프랑스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에 사람들은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고 빠른 걸음으로 거리를 지나갔지만, 다홍색 원피스와 자색 치마는 옷 가게 앞에서 바람에 퍼르퍼르 춤을 추었고, 건물 2층 테라스 화단에서는 연지색 꽃들이 제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있었다.
그렇게 봄을 꾀꾀로 실어 광장으로 보내던 그 거리.
이 이야기의 전문을 신간 <봄도시>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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