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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안 Apr 20. 2022

짧은 글,  긴 여운  1


밥 하면  엄마가  떠오른다.

엄마는 자주  고두밥을 지었다.

물기 없는  그 밥은  왠지 인정머리가

없게  느껴져   난 싫었다.

고두밥이  싫다는  내게  엄마는  눈 흘기며 말했다.


-그냥 먹어


엄마는 일하느라   항상 바빴다.

그래서  쌀과 물 비율에  정성이 없는 거라고

내 식대로 생각했다.

어느 날  아빠가 말씀하셨다.


-엄마가  고두밥 짓는 거  뭐라 하지 말어라.

    이유가  있으니까.


엄마는  전쟁 고아라 했다.

피난길에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고두밥을

좋아했는데  객사한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그런다는 것이다.

처음 듣는  이야기에  마음이  먹먹했다.

정성이  없는 게  아니라,

정성을 다한  고두밥인 줄  어린 나는  

미처  몰랐다.


몇 해 전 엄마가  돌아가셨다.

나도 가끔  고두밥을  짓는다.

엄마와의   사이는  애틋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한번씩  먹고 싶다.

아마도

싸우다  정들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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