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햇살이 좋다.
겨우내 신었던 부츠를 이젠 넣어야겠다.
현관문 앞에 쪼그려 앉아 마른 수건으로
부츠를 닦았다.
오른쪽 부츠를 들어 올려 살피다가 깜짝
놀랐다.
굽이 한쪽으로 치우쳐 닳아 있었다.
갑자기 웃음이 났다.
크게 느끼지 못했을 뿐.
나는 절름발이구나 싶었다.
똑바로 잘 걷는 줄 착각했다.
살다 보면 이런 일 얼마나 많을까.
균형이 깨진 줄도 모르고 열심만 내는 인생의 동력들.
오른쪽 부츠는 내가 그런 시간을 보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제대로 가고 있는지 돌아보라고
자신을 갈아 알려준다.
신발 한 짝도 스승이 되는 오후.
나는 부끄러워 먼 산만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