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긴 여운 3

by 주안


학교


아무도 없다.

또 일등을 했다.

아침 일곱 시. 꾹 닫힌 철문을 밀자

경비 아저씨가 나를 향해 걸어왔다.

또 너니? 부지런도 하구나.

가볍게 목례하고 교실로 들어갔다.


텅 빈 교실 안.

차가운 냉기에 목덜미가 서늘했다.

책을 꺼내어 크게 소리 내 읽었다.

교실은 금세 목소리의 편린들로 가득 찼다.

몸에선 열기가 돌고 가슴도 뜨끈해졌다.

내겐 책이 있으니 하나도 외롭지 않았다.


갑자기 뒷문이 열리며 경비 아저씨가

들어오셨다.

목소리가 컸나 싶어 벌떡 일어섰다.

크림빵 한 봉지를 말없이 주고 가신다.

아침 굶은 걸 아신 걸까.

책만 친구이던 학교에 나이 많은 친구가 생긴 행복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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