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아무도 없다.
또 일등을 했다.
아침 일곱 시. 꾹 닫힌 철문을 밀자
경비 아저씨가 나를 향해 걸어왔다.
또 너니? 부지런도 하구나.
가볍게 목례하고 교실로 들어갔다.
텅 빈 교실 안.
차가운 냉기에 목덜미가 서늘했다.
책을 꺼내어 크게 소리 내 읽었다.
교실은 금세 목소리의 편린들로 가득 찼다.
몸에선 열기가 돌고 가슴도 뜨끈해졌다.
내겐 책이 있으니 하나도 외롭지 않았다.
갑자기 뒷문이 열리며 경비 아저씨가
들어오셨다.
목소리가 컸나 싶어 벌떡 일어섰다.
크림빵 한 봉지를 말없이 주고 가신다.
아침 굶은 걸 아신 걸까.
책만 친구이던 학교에 나이 많은 친구가 생긴 행복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