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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기떨기 Jun 03. 2024

60. 일기떨기: 지원의 밀린일기

사랑은... 좀 괴담 같을지도…




 이 일기는 선란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일기떨기>에서 연애 얘기, 사랑 얘기를 하고 싶은 선란 씨에게서 요구가 있었다는 뜻이다. “너 일기는 연애 얘기로 써오자!”하고. 요즘 어딜 가나 우리 둘 주위를 맴도는 대화의 키워드는 ‘연애’와 ‘사랑’이라, 일단 알겠다곤 했는데... 일기를 쓰려고 노트북 앞에 앉아보니, 사실 뭔가 구체적인 생각은 없다. 노력도 의지도 없다. 일단 나는 없어도 너무 없다. 선란 씨는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다만 이런 고민은 좀 한다. 연애에 대한 욕구는 당최 어디에서 오는가. 연애가 필수적이지는 않지만, 왜 나는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이 도무지 들지 않는가... 근10년 동안 공부만 하다가 연애세포가 다 죽었나? 아니면 정말 어제 뽑았던 타로카드처럼 내가.. 완전해서인가?! 후자가 좀 더 좋긴 한데.

몇 년 전까지는 연애하지 않는 이유가 굉장히 명확했다. 바빠서. 눈앞에 목표가 있어서든, 하고 싶은 게 있어서든, 먹고 살려고든 이리저리 정신이 바빠서 타인을 끼워 넣을 틈이 없었다. 혼자 있는 상태가 외롭거나 쓸쓸하냐 하면, 그것도 딱히 아니었던 것 같고.


 비단 연애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사랑 자체가 좀 부담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랑한다’라는 건 감정적 불편함을 동반하는 일인데, 동시에 ‘같이 있음’에 대한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니. 어쩔 땐 뭔가를 사랑한다는 게 커다란 ‘불편한 덩어리’를 안고 사는 것 같기도 했다. 이렇게 사람이 로봇 같아서야...


 어제 또다른 로봇 천선란 씨와 이야기하다가 깨달은 바는 좀 충격적이긴 했는데. 우리는 ‘사랑이 아닐 이유’를 소거법으로 찾는다. 누군가가 좋다고 느낄 때, 설렌다는 생각이 들 때, ‘아닐 이유’가 하나라도 남아 있으면 이 감정이 사랑이라는 가설은 폐기하려는 것처럼. 


 사실 다 귀찮고, “이게 진짜 사랑이야, 이거라고!”라고 확실하게 외쳐줄 운명적 이벤트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로봇과의 토론을 끝내고, 잠시 카페 화장실에 들렀는데 말이다. 그 화장실 벽 메모지에 적힌 말은... ‘모두 사랑하세요!’였다… 아직도 사랑의 본질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사랑은... 좀 괴담 같을지도…




더 자세한 이야기는: https://podbbang.page.link/N3KgWN9A42RCnsLw6


일기떨기 04. 지원

  일기떨기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illki_ddeol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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