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아침을 사람하다.
가을 아침이 가장 맛있을 때는 섭씨 4도이다.
새벽 천둥소리를 내가 수술하고 죽은 중년 사내의 부름으로 착각하고 축축하게 젖은 잠옷을 젖히며 일어났을 때, 포도가 먹고 싶었다. 부엌에서 아들이 어제 먹다 남긴 접시 위의 포도 몇 알을 허겁지겁 삼켰다. 그리곤 골방 의자에 앉아서 자기의 젊고 아름다운 모습이 담긴 초상화와 실제 육신을 바꾼 '도리안 그레이'를 보았다.
졸리지만 자고 싶지 않은 몽롱한 얼굴로 아파트 현관문을 막 열었을 때, 가을이 이 성결한 아침을 마시게 해주었다. 인도양 어느 섬의 바다처럼 파아란 하늘이 4도의 온도로 세상에 흩뿌려져 있었고, 아침 나무 사이로 뻗친 햇살에 짙어진 노란 단풍은 칵테일 우산에 찔린 레몬처럼 상큼했다. 이 아침음료가 마지막 경기 끝내기 홈런을 친 선수에게 쏟아진 물세례처럼 내 몸을 적셨을 때, 새벽 비에 고인 주차장 아스팔트 웅덩이 위에는 더 이상 겁 많고 소심한 아저씨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고, 톨스토이의 동화에 나오는 미하일이 두 번째 웃음을 짓고 있었다.
오늘 밤은 모처럼 깊은 잠에 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