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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쓸 만한 조과장 Apr 20. 2023

우리가 다시 브런치를 찾는 이유랄까

오랜만에 다시 브런치에 들어와 글을 쓴다.


3년 전 브런치 작가로 승인을 받고 매주 한편씩 글을 쓰던 날들을 뒤로한 채, 해가 갈수록 점차 브런치와 멀어진 한 주 한주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뜨문뜨문 브런치는 계속 접속을 하게 된다 지금은 잘 가지 않는 식당이나 카페를 거닐며 요즘은 장사 잘되고 있나 하며 쓱 보는 느낌이랄까.?


결코

"작가님의 소식을 궁금해할 구독자에게 새 글 알림을 보내주시겠어요"


라는 브런치 속삭임에  "맞아" 하며 번뜩 들어온 것은 아닌데 말이다. 참 묘하게 한 번씩  보게 된다.


돈도 안 되는 브런치글에 왜 나는 눈팅을 하며 또 글을 쓰고 있을까?


우선, 내가 브런치를 클릭하고 싶을 때는 공감을 얻고 싶을 때이다. 지식이나 정보를 얻고 싶다면 브런치보다 네이버나 유튜브에서 검색했을 것이다. 몇 분 전에 일어난 일들도 콘텐츠화되어 빠르게 생성되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기분 말고, 내가 느끼는 감정과 기분, 그 안에서 위안과 공감을 얻고 싶다면 브런치 만한 곳이 없다.


같은 "퇴사"를 유튜브와 브런치에 각각 검색해 봤다. 유튜브에는 퇴사결심 전 체크리스트. 퇴사 시그널, 퇴사 후 월급 벌기 등의 콘텐츠가 나온다. 반면 브런치에는 퇴사의 계절, 습관적 퇴사증후군, 퇴사 등 개인의 경험들이 담긴 스토리가 나온다. 창작자로서 제목을 신경 쓰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브런치 글은 감성이 있다.


이 외에도 나보다 더 힘든 길을 가면서 용기 내는 분들의 글을 보며 힘을 얻기도 한다. 부모가 되면서 자식들을 바라보는 글, 여러 사람들의 생사를 보며 삶을 대하는 글, 결혼과 이혼,  새로운 시작과 휴식 등 다른 사람의 일상을 글로 읽으며 내 일상을 대입해 본다. 브런치는 그런 기분을 맞볼 수 있는 거 같다.

유튜브
브런치, 비슷하지만 다른 느낌


두 번째로는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이다. 세상에는 별의별 다이내믹하고 재미난 일들이 참 많이 일어난다. 유튜브, 넷플릭스, 왓차 등 내 눈과 시간을 순삭 하는 콘텐츠들도 끊임없이 생산하고 나에게 봐달라고 알림을 보내준다. 하지만 그렇게 다이내믹하고 재미나지는 않지만 내 서랍 속 얘기를 꺼내고 싶을 때가 있다.


뭔가 친구들이나 주변에 얘기하자니 진지해질 거 같고, ("아무리 생각해도 고통은 셀프야") 일기에 쓰자니 아쉽다.(나 혼자 볼 거면 이렇게 안 쓰지) 그렇다고 마음속에만 담아두자니 답답한 내용 (전하고 싶은 말이 있잖아) 그런 글들을 어딘가 펼쳐놓고 싶을 때 브런치를 켜게 된다.  


광고주의 돈을 받은 것도 아니고,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글이 아니기에 진솔한 얘기들이 나온다. 그래서인가 서툴지만 재밌게 글을 쓰게 된다. 그런 글들은 차곡차곡 쌓여 브런치 매거진, 브런치북처럼 하나의 작품으로 묶여 이야기의 에필로그까지 완성시켜 준다. 브런치는 내 삶을 이렇게 기록하고 완성해 준다. 


마지막으로는 광고 없는 곳에 있고 싶을 때이다. 어느 플랫폼을 가더라도 요즘에는 다 광고가 붙는다. 광고가 싫어서 유튜브 프리미엄을 깔았지만, 영상을 보다 보면 PPL에 나온다. 생각을 잊고 싶어 게임을 하며 광고가 나오고, 기사를 클릭하면 오른쪽에 광고가 스크롤 따라왔다 갔다, 광고 없는 플랫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브런치는 클린 하다. 애초에 수익창출 목적이 아닌 플랫폼이다 보니 광고가 붙을 일도 없고, 특정제품이나 서비스를 광고해 주기 위해 많은 작가들이 달라붙어 글을 쓰지도 않는다. 그런 선입견도 없다 보니 브런치를 보는 것은 뭔가 좀 가벼운 느낌이다. 눈의 피로감도 덜하다.


사실 처음에는 브런치에 글을 쓰며 수익모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수익이 달려있는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얼룩소 같은 글쓰기 플랫폼을 보니 지식이나 정보전달에 취중 되어 있어 브런치 같은 글들은 나오기 힘들 거 같다. 요리하고 실패한 글처럼 브런치에는 브런치 글만의 감성들이 녹아져 있다.


휘뚜르마뚜르 생각나는 대로 글을 써봤는데, 어쩌다 보니 브런치가 지우기 아쉽다를 넘어 좋다는 내용이 돼버렸다.  작가라는 네임으로 웹상에 내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글들은 서점에 가지 않더라도 매 순간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브런치만의 매력인 거 같다.


브런치가 따끈따끈한 내 손 안에서 서점으로 남아주기를 소망하며, 마지막으로는 아름다운 작품을 공유해 주는 작가님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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