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직장에서 점심시간 혼밥(혼자 밥), 따밥(따로 밥)이 흔한 거 같다.
코로나 이전인 3년 전만 보더라도, 혼밥을 검색하면, 사회적 문제인가, 사회적 현상인가 말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런 말들이 들어간 거 보니, 일상적인 모습이 되어가고 있는 거 같다.
우리 회사도 혼밥이나 따밥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다.
팀이랑 먹지 않고 혼자 밥 먹는다고 하더라도 다들 그러려니 하고, 밥을 먹지 않고 따로 점심시간을 보내도, 혼자서 점심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봐도 크게 뭐라 하지는 않는다.
코로나가 창궐할 때는 어쩔 수 없이 따로 밥 먹고, 개인 공간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했지만, 코로나가 끝나가는 지금도 이렇게 점심 혼밥, 따밥을 계속하는 것을 보면 이제는 일시적인 현상은 아닌 거 같다.
어제도 홀로 머리를 식힐 겸, 팀장님에게 혼밥 한다고 얘기를 하고 회사 뒷동산에 올라갔는데(사실은 혼밥보다 홀로 시간이 필요해서 갔는데) 가는 길에 홀로 점심시간을 보내는 우리 회사직원 3명을 만났다.
각자의 이유가 있었겠지만 홀로 점심시간을 보내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건, 단순히 mz세대만의 전유물이나, 낭만은 아니라고 느꼈다. 이제는 많은 직장인들이 혼자만의 점심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높을 물가에 점심값을 아끼려고 측면에서 도시락을 싸고, 자기 계발을 위해 간단히 먹고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는 건 그럴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이유 말고 우리가 회사에서 점심시간을 홀로 보내고 싶을 이유가 뭘까 한번 생각을 정리해봤다.
첫 번째는 공감이 아닌 휴식이 필요해서이다. 세대 간 소통 교육에서 많이 다루는 주제이자, 항상 교육 때 단골처럼 나오는 것이 '공감'이다. "공감과 동감의 차이는 뭘까요?", "mz세대와 잘 지내기 위한 공감법" 등 '공감'이라는 주제는 직장교육 소재 하나로서 참 많이 다뤄진다.
나도 전 HRD담당자였지만, 이제 와서 느끼는 것은, 소통에 있어 '공감'보다 중요한 것이 적절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것인 거 같다. 공감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건 상대방이 정말 공감을 바라고, 조언을 얻고 싶을 때이다. 공감을 얻고 싶었으면 찾아가서라도 얘기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는 것은 지금 누군가의 어설픈 공감 혹은 대화보다는 혼자만의 휴식이 감정을 회복하는데 더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공감이라는 소재가 자주 등장하지만, 타인이 원치 않은 시기에 공감을 유도하는 것은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 공감보다는 혼자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상대를 위한 배려이다
INFJ인 나는 여러 가면을 가지고 있다. 사실상 가면이라기보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보이는 내 모습의 단면이기도 하다. 꼭 내가 INFJ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누구나 각자만의 가면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상사를 대할 때, 동료를 대할 때, 후배를 대할 때 우리는 상대방에게 비치기를 바라는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대방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 언정, 사람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상대방에게 비치고 싶은 모습으로 행동을 한다. 그 가면의 두께가 두껍거나 혹은 얇은 뿐, 우리는 내 마음속에 생각과 다르게 행동하는 모습을 사회생활을 하면서 종종 마주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점심시간을 유일하게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다.
사회생활에서 어느 정도 가면은 필요하다. 그렇지만 가끔 그 가면을 벗고 혼자 있을 시간도 필요하다. 점심시간에 혼밥, 따밥을 한다는 것은, 잠시 그 가면을 벗고 온전히 내 시간을 보내는 싶다는 표현이다. 유튜브를 보던, 책을 읽던, 잠을 자던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은 오로지 나의 시간을 존중해 주는 건 어떨까.
회사라는 곳은 결국 돈을 벌기 위해 다니는 곳이라 생각한다. 넓게 보면 자아성장을 하기 위한 발판이요. 삶의 축소판이라고 하지만, 결국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한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조직에서 원하는 바, 내업무를 잘 수행하고 그런 퍼포먼서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한 과정으로 누군가는 잠시 에너지를 충천할 시간이 필요하다. 점심시간에 친목을 다지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다. 물론 이렇게 에너지를 쓰는 게 불필요한 건 아니겠지만, 인간관계에 에너지를 쏟는 것보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업무에 집중하는 게 우선인 사람도 있지 않을까?
팀원과 같이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고 하여, 홀로 시간을 보낸다고 하여 업무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잠시 모니터와 동료들에게서 벗어나, 혼자 방법을 찾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회사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일 수 있다. 그러니 혼자만의 점심시간을 가진다고 해서 회사생활 밖에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이렇게 점심시간에 혼밥, 따밥을 하는 것에 대한 장점을 정리해 봤다.
MZ세대라서, SNS에서 익숙해서, 상사가 XX같아서, 개인주의라서 그런 거 말고, 이제는 우리가 혼자 밥 먹고, 따로 밥 먹고 하는 점에 대해 편견을 가지지 말고 바라볼 시기가 온 거 같다.
팀원들과의 협력과 시너지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꼭 점심을 함께해야 하지만 얻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싶다
근로기준법 제54조에 따르면 근로시간 8시간 이상에 대해서는 1시간 이상 휴게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전 노무담당자로서) 점심시간은 팀원들과 함께하는 것이 아닌 휴식시간임을 다시 한번 인지하고, 우리 모두 자유롭게 점심식사하고 회사생활에 임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