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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연 Feb 03. 2020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식생활, 그리고 면역력

1월 마지막주의 마크로비오틱 비건 식탁

 며칠을 연달아 작업실에서 손님을 맞았더니 재료도 넘치고 남은 음식도 많다. 손님상에 내었던 펜넬씨드향 양배추샐러드와 당근카츠를 꺼내고, 남은 밥으로는 페페론치노풍 주먹밥을 만든다. 남은 채소들은 다져서 템페와 치내고 데친 배추에 말아 템페롤로 만들어 본다. 

 요즈음 주먹밥을 즐겨 만든다. 이상한 취향일수도 있지만, 현미밥을 손으로 만지는 시간이 즐겁다. 밥알의 촉감, 너무 뜨겁지도, 그렇다고 해서 차갑게 식지도 않은 밥의 온기를 온 손바닥으로 느끼고 있는 시간을 황홀하게 여기는 건 나뿐인걸까. 주먹밥을 빚고, 손을 씻고 난 뒤(비닐 장갑, 랩을 써서 빚으면 제대로 빚을수가 없다. 쓸데없이 썩지도 않는 쓰레기를 만들어낼 뿐이다) 매끈해진 손바닥을 어루만지는 순간 역시 황홀하다. 쓰다 보니, 일종의 페티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게다가 곁들이는 부재료와 조미료를 바꾸며 다양한 레시피를 개발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번에는 페페론치노 파스타 풍의 주먹밥을 빚었다. 밥은 밥인데 맛은 파스타 같은 신기한 녀석이다. 


 어느덧 2월. 곧 입춘이다. 유난히 따뜻했던 겨울이어서 였을까, 봄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입춘을 맞이하는 시기에 맞추어, 겨울의 마크로비오틱 기초수업이 끝나고 정규수업이 시작되었다. 

 정규과정 첫 수업의 메뉴

 팥 현미밥

 봄동 미역 된장국

 미나리 미역 무침

 냉이 아마란스 무침

 갈릭 우엉 조림

 마크로비오틱 깨소금과 깨소금을 활용한 논오일 딸기 쑥갓 샐러드

 초봄을 지혜롭게 나는데 도움이 되는 조리법, 메뉴와 체질에 따른 섭생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메뉴들로 구성해 보았다.(딸기 쑥갓 샐러드는 아직 조금 이르니, 보너스 레시피로...) 

 입춘을 앞두고, 정규과정 첫 수업에서는 봄을 알리는 채소 냉이와 봄동을 사용했다. 

 매년 이 맘때 장을 보러가 냉이를 발견하면 ‘벌써 냉이철이야?’ 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그리고 장바구니에 담아온 냉이를 손질하고 그 향을 맡으며 봄이 눈앞에 온 것을 실감하곤 한다. 그렇게 냉이를 다듬다 보면 다가올 꽃피는 계절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다. 계절의 변화를 식탁에서 실감하고 일상속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을 수업에서도 함께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냉이’라는 이름에는 익숙하지만 내또래 세대나 젊은 주부들은 정작 냉이로 요리를 해본 경험은 적지 않을까. 특유의 향으로 봄이 왔음을 알리는, 매력적인 채소이지만 손질이 엄두가 나지 않아 다들 직접 요리한 경험은 적을 것이다. 하지만 1년중 만날 기회가 유난히 짧은 것들이 봄나물이기에, 냉이를 먹지 않고 초봄을 나기는 섭섭하다. 이 기회에 냉이 손질법을 익혀 초봄을 식탁에서 맞이하시게끔 냉이를 첫수업에 내었다.

 냉이를 먹지 않고 입춘을 나면 마음만 섭섭한 것이 아니라 몸도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계절과 몸의 새로운 활동을 맞이 하며 겨우내 쌓인 염분과 지방, 노폐물을 배출해야 하며, 감사하게도 자연은 냉이처럼 신진대사를 돕는 작물들을 봄철에 내보내 준다.

 기초수업은 끝났지만, 네번의 수업으로 마크로비오틱의 기초 이해가 완전히 끝날리가 없다. 정규 수업 첫수업에서는 다들 현미밥을 제대로 지으실 수 있는지 체크하고, 채수 재료의 기본 비율에 대해 다시 짚어 보는 등, 다시 기초로 돌아가는 가져본다. 우등생도 등장하고, 갑자기 말수가 적어지는 분들도 속출한다. 실천이 없으면 배워봤자 말짱 도루묵인 것이 마크로비오틱이기에 일상에서 실천하고 계신지 틈틈히 확인해야 한다. 아름다운 테이블세팅, 잔칫상과는 거리가 먼 수업이지만 테이블 세팅 기억하실 시간에 밥부터 제대로 지으실 줄 알아야 한다. 

 또 한가지 꼭 알아가셔야 할 기초 반찬이자 조미료인 깨소금도 함께 만들어 보았다. 세상에는 수많은 건강 정보가 떠돌아 다니지만, 95%는 천편일률적인 정보이다. 나에게 맞는 음식과 그렇지 않은 음식이 있고, 조리법, 식단 구성도 마찬가지이다. 마크로비오틱은 천편일률적인 건강 지식을 외워가는 과정이 아니라, 그날 그날 자신에게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익히는 판단력을 익히는 과정이다. 마크로비오틱 깨소금은 체질과 컨디션에 따라 만드는 방법, 재료의 선택, 밥에 올리는 양을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어, 평소의 자신의 컨디션에 맞는 식사를 차리는데 도움이 되는, 기초 중의 기초 조미료이다. 이번 수업 메뉴 중 가장 소박하면서도 반드시 알아두셔야 할 메뉴를 꼽자면 단연 깨소금을 꼽겠다. 

 수업을 마치고 다소 정신없이 오후를 보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걱정이 많을 수강생들에게 조리실 내 위생관리 상황에 대해 안내하고, 최근 중국에 다녀온 분들이 계신지 확인하기 위해 연락을 하다보니 훌쩍 시간이 간 것이다.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씻기를 습관화하는 것 정도이다. 하지만 예방을 위해서는 사실 지금보다도 미리 면역력을 키워두었어야 한다. 면역력을 키워두는 일은 어렵지 않다. 정제, 가공한 음식을 피하고 자연의 섭리를 따른 식습관을 하는 것, 결국 마크로비오틱을 생활에서 실천하는 것이 평소의 면역력을 키워두는데에 연결 된다. 본연의 생명력을 잃은 가공 식품, 백미, 백밀, 백설탕을 입게 달고 살거나, 다이어트를 하겠다며 한겨울에 케이지에서 약품을 맞아 가며 자란 닭의 가슴살과 토마토를 얹은 샐러드를 먹으며 지내면 아무리 영양제를 챙겨먹어도 내 몸의 자연치유력과 면역력은 높아지지 않는다.

 자연은 추운 철에는 몸을 식히지 않는 재료를 보내주고 더운 철에는 몸을 식히는 재료를 보내준다. 노폐물이 쌓이는 시기를 지나고 나면 이를 배출할 식재료를 주기도 한다. 겨울이 지나고 냉이가 보이는 것 처럼. 이처럼 누군가를 괴롭히지 않은, 자연의 섭리를 따른 식재료만 제대로 챙겨먹어도 내 몸은 알아서 스스로를 지켜낼 힘을 키울 수 있는데, 이처럼 쉬운 원리를 실천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아진 세상이 가혹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정신없이 오후를 보냈으니 퇴근 후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기에는 시간이 조금 늦어졌다. 홀로 남은 작업실에서 저녁식사를 한다. 남은 음식들로 차리는 식사이지만 밥이라도 멋지게 차려보고 싶으니 오늘은 은행과 흑임자를 넣고 우아한 밥을 지어본다. 봄동안쪽의 여린 잎을 잔뜩 넣은 미역국에, 달걀, 가츠오부시, 밀가루는 쏙빼고 양배추는 심까지 털어넣은 생명력 넘치는 오코노미야키도 올려본다. 채소로만 만든 음식 세개가 올라온 간소한 식사이지만, 이런 식사가 병원신세를 지지 않는 지금의 내 몸을 만들어왔다. 계절의 변화에 따른 재료를 사용하며, 정제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식재료를 버리는 부분 없이 통째로 사용해 그 본연의 생명력을 얻어가는 것.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것부터 면역력을 키우는 생활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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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비오틱이란? 차근차근 알아가는 마크로비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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