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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석 Jun 28. 2020

나를 힘들어하는 사람들

나와 같이 일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


처음엔 그 사람의 잘못이라고 생각했고, 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경험을 하는 것을 관찰한 후에는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름대로 나를 개조해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았다. 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해 최적화되어 있고, 그 과정에서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의도치 않은 상처를 준다. 이를 막기 위해 내가 가진 날카로운 부분들을 무디게하여 누군가의 마음을 살피면 나는 뭔가 '썰리지 않는 칼' 같은 것이 된다. 쓸모가 없어진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받은 상처에서 벗어나지도 못한다. 새벽에 깨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를 발견한다. 이런 경험들은 나를 한 없이 바닥으로 끌고 내려갔다.  


정말 잘하는 사람들과 같이 있으면 괜찮을 거야.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정말 잘하는 사람들은 자기 것이 있을 거라고, 그래서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건 어떻게 일하건 간에 좋은 점만 받아들이고 원하지 않은 부분들은 흘려보낼 거라고.


실제로 나와 같이 합이 잘 맞는 아주 소수의 사람들은 이런 내 고민들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들은 괜찮다고, 나는 그대로 나의 방식대로 살아도 된다고 한다. 이 사람들은 내 강점을 흡수하고, 나와 같이 보내는 시간을 즐기고, 그것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단서를 찾는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나와 맞지 않지만 일을 잘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한 두 명이 아니라 많다. 나와 잘 맞는 사람의 숫자보다 더 많게 느껴진다. 따라서, 일을 잘 하는 사람들이 나와 맞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나와 맞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때부터는 누군가를 만날 때 '나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이름하여 대니얼 사용법.


업무를 시작할 때 나에 대한 이야기를 굉장히 오랫동안 한다. 나는 어떻게 일하고, 나와 같이 일하면 어떤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좋은 점도 있겠지만 '왜 나를 공격하지?'란 생각이 들 수도 있다는 것과, 그럴 때면 절대로 마음 속에 쌓지 말고 말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과...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은 재밌어하기도 하고, 가볍게 웃어넘기기도 한다.


그러나 업무가 시작되고, 풀어야 할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을 위해서는 정말로 온 힘을 다 해야 한다는 것과 그 Pressure를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것, 그 과정에서의 노력은 중요한 것보다는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고, 해결 가능성에 한 걸음 더 나아갔는가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나는 일은 무조건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도 '즐겁게' 일을 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이 '즐겁다'라는 것이 애초에 굉장히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면 어떨까.


해결해도 괜찮고, 해결하지 않아도 괜찮은 문제를 푸는 것이 즐거울 리 없다. 애초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문제를 푸는 과정은 압박과 상처투성이가 되는 것이 맞다. 정말로 중요한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는 것은 언제나 '포기하기 직전'이다. 다 내려놓고 싶을 만큼의 전력을 다했을 때, 무엇인가 내가 가지고 있던 믿음이 산산조각 나고 더 이상 나를 신뢰하기 어려울 그런 순간에 해결책을 찾는다. 뭔가 웃으며, 즐겁게 서로를 응원하는 과정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들을 해본 적은 없다. 애벌레는 탈피를 거듭하며 성장하지만, 날아오르려면 고치 상태를 버텨야 한다.


언제나 상처투성이가 되는 것이 맞는가.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해결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혹은 특별히 문제를 인지하고 있지 않았던 사람들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같이 해결하고 싶게 만드는 것도 중요할 수 있다. 아니, 원래 리더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런데 이것은 '정답'이라기 보다는 '다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옳다'는 것이 아니라, 같은 성향과 다른 장점을 가진 그런 팀을 원한다. 서로를 믿게 하기 위해서 끊이없이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믿기 때문에 여과없이 말하고 몰입할 수 있는 그런 팀(Team).


그렇게 할 거면 혼자하지 그래요.


이런 말을 꽤 많이 들었다. 지금까지 들었고, 앞으로도 들을 것이다. 음... 어떻게 말해야 할까.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나는 강점이 있지만 약점도 많다. 정말로 의미있는 것을 하려면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는 다른 사람들, 다른 조각이 필요하다. 혹은, 그들도 내가 가진 조각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 조각들은 같이 붙여 놓았을 때 깨지기 않아야 한다. 굳이 서로를 참지 않아도, 항상 무엇인가를 확인하지 않아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압박에 스스로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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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같이 일하는 동료로부터 피드백을 받았다. 인턴, 혹은 정규직으로 디자이너를 채용하는 것이 필요했는데, 내가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나와 같이 일하면 힘들 수 있다'고 말하는 대신 아래와 같이 해보라고 조언해 주었다.


- 대니얼이 디자이너가 아니기 때문에 디자인 가이드를 디테일하게 드릴 수는 없다

- 목표에 대한 방향성만 있으면 알아서 이것저것 할 수 있는 분이 좋다

- 당장 급한 일이 없더라도 역시 알아서 필요한 것을 찾아보거나 생각해보거나 하는 것이 필요하다.

- 놀고 있다고, 당장 할 일이 없다고 해서 필요 없는 일을 시키지 않는다

- 대니얼이 하는 질문은 지적이 아니라 질문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저는 '대니얼이랑 같이 일한 사람이 마상을 많이 입는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대니얼에게 마이너스라고 생각해요. 그게 설명 Fact라 하더라도 말이에요. '울면 안된다'도 그렇고요. 질문을 질문으로 듣고, 작업물에 대한 피드백을 개인적(personal)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되고, 동의하지 않는 부분(disagree)이 있으면 말 하면 되는데... 이게 안 되는 분들은 어려우실 수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낫겠죠.


'울면 안된다' 혹은 '울지만 않으면 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대니얼을 잘 모르는 사람 입장에선 이게 뭔 소린가 싶을 거에요. 그렇다고 제가 울지 않는 사람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요. 저는 주로 너무 답답하거나 억울하면(?) 울 때가 있는데.. 대니얼과는 그럴 일이 없었어서.


'울면 안된다, 마상을  입는 분은 곤란하다' 하는  대니얼이 소통을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공격적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게 개인적인 공격(personal attack) 아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대니얼의 실제 의도와는 상관없이) 나의 어떤 말도 견디라는 선전포고처럼 들리고, 관계를 깍아먹고 시작하는  같아요. 특히 자기 자신,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한 분들은 더욱 그럴  있을 거에요.


--


내 안에는 두 개의 서로 다른 내가 있다.


왼쪽 아이는 문제를 풀라고 한다. 더 어려운 문제, 더 강한 자극을 원한다. 마침내 풀었을 때의 그 짧은 순간의 감각에 중독되어 있다.


오른쪽 아이는 마음이 약하다. 사람들에 도움이 되고 싶고 손을 잡아주고 싶어한다. 반대로 가끔씩은 누군가 지친 나를 잡아주기를 바란다. 같이 살고 있는 왼쪽 아이가 사람들에게 주는 상처에 슬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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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아직 입사 첫 날의 흥분을 기억한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오늘부터 어떤 사람을 만나, 무엇을 하게 될까. 마침내 나도 한 사람의 직장인이 되어 한 사람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여전히 어느 날을 기다리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 일곱개의 서로 다른 조각을 가진 사람들과 '우리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를 이야기하는 것.


글을 쓰는 것은 그 사람들에게 보내는 모르스부호와 같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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