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형석 Dec 19. 2020

불만과 비판은 어떻게 다른가

무슨 말을 해도 부정적인 사람들이 있다. 매일매일 하고 있는 업무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늘 하는데, 막상 그 업무를 개선하자고 하면 더욱 부정적이 된다.


그게 그렇게 쉬운 거면 제가 벌써 했겠죠.

회사가 그렇게 둘 리 없어요.

예산이 없어요. 사람이 없어요. 리소스가 없어요. 없어요. 없어요. 없단 말이에요.


괜찮아요. 바꿀 수 있어요.


이렇게 이야기하고 실제로 그 사람들이 하고 있던 업무를 없애거나 더 이상 힘들지 않도록 개선해주려고 노력하곤 하는데, 결과가 꼭 좋지는 않다. 정말로 없애거나 개선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되도 그 사람들이 이전보다 더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하나를 없애면 다른 것도 없앨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 좋은데, 다른 모든 것들을 없애주지 않는 한 불만은 사라지지 않을 태세다.


--


무슨 말을 해도 긍정적인 사람들이 있다. 똑같은 업무를 해도 표정이 밝다. 업무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면 더 밝아진다.


오,,, 이런 것이 가능하군요

업무가 반이나 줄었네요. 그 시간에 다른 것들을 할 수 있겠어요!


밝다. 밝다. 분명히 밝다. 업무를 개선하기 위해 접근하는 방식을 보여주면 귀를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피드백을 주고, 해결되면 누구보다도 좋아한다. 그런데... 분명히 좋긴 한데 뭔가 아쉽다. 항상 부정적인 사람보다는 항상 긍정적인 사람이 좋은데... 그래도 뭔가 허전하다.


문제는 프로젝트가 산으로 갈 때 발생한다. 초긍정적인 것은 좋은데, 이 사람들은 프로젝트가 산으로 가도 초긍정적이다.


개선하면 되겠죠!


그렇게 해맑게 웃고 있는데... 어떤 말을 더할까.


--


사실 중요한 것은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 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문제에 접했을 때,


생각을 하고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가.


이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어떤 일을 하자고 할 때마다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한숨을 쉬는 사람이 좋을 리야 없겠지만, 리더가 순간적으로 잘못 판단했을 때에도 당장 그것을 하러가자고 하는 사람도 무섭다. 이런 사람과 같이 일할 때에는 실수를 하면 안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게 된다. 브레이크가 없는 차를 모는 느낌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비판'이다.


비판은 누군가 이야기했을 때 무조건 맞장구를 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반대되는 의견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고, 같이 점검할 필요가 있는 다른 차원의 관점을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다. 팀장이 이야기를 하건, 팀원이 이야기를 하건, 대표가 이야기를 하건 대통령이 이야기를 하건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의견을 맹목적으로 따르거나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잠깐 멈추고, 생각한 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이 비판이다.   

 

--


직장에서 '비판'은 표면적으로만 장려된다.


팀장이나 대표가 들어와서 '주말동안 진짜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데, 자 괜찮으니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해봐요'라고 하면 다들 동공이 흔들린다. 그래도 이렇게 분위기가 좋을 때에는 그래도 그 중에 1-2명은 정신을 차리고 가래로 막을 사태는 미리 호미로 막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문제는 분위기가 안 좋은 미팅에서 발생한다.


가령 매출이 안 좋거나 치명적인 버그가 발생했거나, 대외적인 커다란 이슈가 발생한 경우에는 굉장히 무거운 분위기에서 회의가 시작된다. 이 때는 한바탕 훈시가 내려오거나, '왜 그런 것들을 사전에 생각하지 못했는지' 혹은 '그것을 급조하여 어떻게든 해결해보려는 삽질같은 제안'이 나오게 된다. 이 때 잠깐 멈추고, 생각하고, 손을 들고, 비판적인 의견을 드라이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런데 어렵다고 하지 않을 것인가. 그렇게 살 수 있는가.


반대로 리더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제대로 된 리더라면 어떤 말을 하든 반대하거나 찬성하는 사람들 보다는 자신이 괜찮은 이야기를 할 때 눈을 반짝이고, 자신이 허접한 이야기를 할 때 브레이크를 밟아줄 사람들을 더 원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매우 희소하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잡고 싶어한다.


따라서, 누군가 말을 했을 때는 생각을 한 뒤 자신의 이야기를 이야기하면 된다. 그 사람이 좋은 리더라면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 것이다. 그 사람이 나쁜 리더라서 당신을 해꼬지할 수 있는 것이 걱정된다면 그 회사를 그렇게까지 해서 계속 다닐 필요가 있는가를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이 더 낫다. 만약 이야기를 했는데 자신이 순간적으로 착각을 했던 것이라면 잘못 생각했다고 인정하면 된다. 그 자리에서는 몰랐는데 집에 돌아가서 실수가 떠올랐다면 그것을 발견한 다음날 출근해서 이야기하면 된다. 건강한 조직이란 이런 느낌이다.


--


다만, 불만과 비판은 스스로 분명히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둘이 갖는 결정적인 차이는 문제에 대한 해결의지에 있다. 불만을 하는 사람들은 수동적이다. 불만의 원인이 '외부'에 있다. 회사, 대표, 팀장, 사회, 문화, 제도, 그것이 뭐든지 간에 불만의 원인은 자신이 아닌 '외부'에 있고, 그것을 해결할 주체도 '외부'의 무엇이다.


비판은 다르다.


비판을 하는 사람들의 관점은 '문제해결'에 있다. 누군가의 의견에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은 그 사람을 공격하기 위함도, 견제하기 위함도 아니다. 괜히 딴지를 거는 것도, 그 사람을 개인적으로 싫어하기 때문도 아니다. 비판을 하는 목적은 그 사람이든 자신이든 누구이든 간에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확률을 높여가는 것에 있다.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 업무가 자신에게 오더라도 Take한다. 불만을 표하는 사람들은 그 업무가 자신에게 오지 않도록 노력한다. 행여나 그럴 가능성이 있으면 조개처럼 입을 닫는다.


불만을 표하는 사람은 정말 엄청나게 많다. 비판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로 적다. 이 둘의 차이를 알아보는 것이 바로 리더의 역할이다.

작가의 이전글 인터벌 트레이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