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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석 Jun 16. 2023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할까.

회사에는 여러가지 과제가 있습니다.  


물론 모두 좋은 의도로 발제된 것이에요. 자기가 다니고 있는 회사를 망하게 하려고 굳이 프로젝트를 발의하는 수고를 감수하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여러 개의 과제(해야할 것)가 있을 때,   


- 해야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고,

- 진행하기로 한 업무에 대해서는 ‘어떤 순서로 일을 진행해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업무의 우선순위를 결정한다’라고 표현합니다. 


-- 


만약 어떤 회사를 들어갔는데, 

해야할 일이 많고 그 모든 것들이 다 똑같이 중요하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빨리 탈출하셔야 합니다.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일을 진행했는데 처음 생각과 달리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 자체는 괜찮아요. 그 과정을 통해 잘못된 원인을 파악하고 다음 번에 개선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선택장애’에 걸린 회사는 답이 없습니다. 


왜 선택을 해야하지? 다 중요한 일인데? 


제가 다녀본 회사에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보통 일을 굉장히 못하는 사람들이었어요. 여기서 ‘일을 잘 못한다’의 의미는 1) 프로젝트를 시도한 횟수대비 성공확률이 매우 낮다, 2) 간혹 성공했다 하더라도 Impact이 크지 않다 3) 실패했을 때는 완전히 망했다, 4) 그 사람이 주도하는 프로젝트에는 다시 함께하고 싶지 않다 등의 의미를 포함합니다.


그런데 이런 것은 개인 차원까지는 능력치나 성향 차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만약 개인이 아닌 회사 차원에서 ‘업무의 우선순위를 왜 설정해야 하는거지?’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라면 얼른 도망쳐야 합니다. 


무엇부터 해야하는지는 생각이 달라도 논의를 통해 풀어갈 수 있지만, 선택이란 것을 왜 해야하는지는 설득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 


Q: 여러 과제가 있을 때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알겠다, 그런데 어떻게 선택하면 되는가? 


사람마다 답은 다를 수 있지만, 제가 가장 자주 사용하고 실제로 효과를 많이 보았던 방식은 아래와 같습니다.   


- Resource : 그 일을 할 때 얼마나 많은 자원을 써야 하는가? (기획, 디자인, 개발, 돈, 시간 같은 것)

- Impact : 성공했을 때 회사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가? (매출, 영업이익, 서비스지표, 회사가치 등)  


위 두 가지를 기준으로 과제들을 분류합니다. 가령, 아래와 같은 모습이 됩니다.                               


자, 여러분은 위와 같이 4개의 과제가 있다고 할 때 어떤 순으로 업무를 진행하시겠어요? 마음 속으로 생각해보시고 아래 글을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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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B, (A, C), D 입니다.   


- B: 가장 먼저 해야할 과제

- D: 가장 나중에 해야할 과제 

- (A, C): 상황에 따라 판단할 과제  


먼저 A와 B를 비교해볼께요. 


A와 B는 성공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Impact이 동일합니다. 그렇다면 이 두 과제가 있을 때 좀더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는(리소스가 적게 드는) 과제부터 하는 것이 더 낫겠죠. 왜 꼭 그렇게 해야 하냐고 물으시면… 음… 음… 


따라서 A와 B 중에서는 B를 먼저 해야 합니다. 


이번엔 B와 C를 비교해볼께요. 


투입해야하는 리소스는 같은데 기대할 수 있는 Impact가 달라요. B는 크고, C는 적습니다. 그렇다면 두 과제 중에는 당연히 B를 해야겠죠. 왜요? 란 생각이 들면… 음… 음… 


B와 D의 차이는 더 극심합니다. B는 더 적은 리소스로 더 많은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를 선택하는 회사나 매니저가 있다면 빨리 도망치세요. 


따라서, A~D 중에서 일단 확실한 것은,


B를 가장 먼저 하고, D를 가장 마지막에 해야 한다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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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A와 C 중에서는 무엇을 ‘먼저’ 해야할까요? (A, C)와 같이 괄호로 표기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생각하는 답을 먼저 말씀드리면,   


- A, C 두 과제의 기대효율(Impact/Resource)은 같기 때문에

- 덩치가 더 큰 과제(A)의 일정을 먼저 결정하고, 

- 상황을 보아가며 덩치가 더 작은 과제(C)의 일정을 결정하면 됩니다. → 덩치가 큰 과제를 진행하다 보면 중간 중간 비는 시간이 발생합니다. 가령 기획자가 기획서를 만들어 개발팀에 넘기고 피드백을 기다리는 동안 짬이 나게 될 때, 그 때 덩치가 작은 과제인 C를 진행하면 됩니다. 혹은, B와 같은 업무를 진행하다 잠시 짬이 났다면 덩치가 큰 A보다는 C를 먼저 진행하고 여유가 있을 때 A를 진행하면 되겠죠.  


그래서 순서는 B → (A, C) → D가 되는 것입니다. (생각해보시라고, 위랑 똑같은 이미지 한 번 더 놓을께요)


-- 


너무 당연한 것 같으신가요? 


그러면… 기출변형을 한 번 해볼께요. 위의 4개 과제를 검토하다 보니 A에 필요한 리소스를 좀 줄여도 거의 비슷한 Impact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해볼께요. 이 점을 A-1이라고 해보겠습니다.

 

자 이제 과제 4개는 A-1, B, C, D입니다. 어떤 순서로 일을 하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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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B → A-1 → C → D 입니다. 


아까와의 차이가 보이시나요? (A, C)가 아니라 A -1→ C로 우선순위가 확실히 정해졌습니다. 그리고 A-1이 C보다는 좋아졌다고 하나 여전히 B보다는 우선순위가 낮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만약 과제의 우선순위를 높이고 싶다면 ‘그 과제에 투입되는 Resource를 줄일 수 있는지’를 살펴보라는 것입니다. 가령, 꼭 필요하지는 않은 요소를 제거했을 때 리소스는 많이 줄어드는 것에 비해 기대할 수 있는 Impact은 큰 차이가 없거나 생각보다 적게 줄어든다면, 이런 조정작업을 거쳤을 때 해당과제의 우선순위는 올라가게 됩니다.  


보통 Resource와 Impact은 일직선 관계가 아닙니다. 


리소스를 더 투여할 수록 Impact이 늘어날 수는 있지만, 리소스를 투여한 딱 그만큼의 비율로 Impact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에요. 중고등학교 때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 한계비용 증가의 법칙’이라고 들어보셨을 거에요. 보통 한 단위의 리소스를 증가했을 때 추가로 투여한 리소스당 기대할 수 있는 유저의 체감 효용은 감소합니다. 반대로 같은 리소스 단위를 추가했을 때 한계 비용은 증가하게 되고요. 


만약 Resource-Impact이 완전한 일직선의 관계라면 리소스를 줄여도 Impact이 동일한 비율로 줄기 때문에, 프로젝트 덩치만 작아질 뿐 기대효율(Impact/Resource: Impact을 Resource로 나눈 것, 즉 기울기)은 동일합니다. 그러나 투입한 리소스가 증가할 수록 한계 Impact이 감소하는 경우에는 어느 정도의 스펙으로 과제를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Resource-Impact 비율이 달라지고, 이는 그 과제의 우선순위를 높이거나 감소시킬 수 있게 됩니다. → 과제를 정의할 때 MVP를 제대로 설정하는게 굉장히 중요한 이유에요. 유저를 설득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를 포함하되, 어디까지 스펙을 포함하고 제외할 것인가에 따라서 과제의 우선순위가 굉장히 달라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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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B가 A-1, C, D보다 우선순위가 높다는 것을 직관적으로는 알겠는데, 이걸 뭔가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가요? 


예, 있습니다.                               


A와 C의 과제효율이 동일하다고 한다면, 이 둘을 연결한 직선에 위치한 어느 점들도 과제효율은 동일합니다(참고로, 직선은 점들의 모임입니다). 이 직선 왼쪽 위의 모든 점들은 직선AC보다 우선순위가 높습니다. 반대로 직선AC 밑의 모든 점들은 우선순위가 낮습니다.   


- 따라서 각 점이 직선AC를 기준으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 절대값

- 그리고 그 부호가 Plus인지(직선 왼쪽 위), Minus인지(직선 오른쪽 아래인지) → 부호  


이 두 가지 요소에 의해 모든 점들의 우선순위를 구할 수 있습니다. 가령,   


- A     : 0

- A-1: 1 

- B   : 3 

- C   : 0 

- D   : -3  


따라서 과제 우선순위는 B(3) → A-1(1) → (A, C = 0) → D(-3)으로 표시할 수 있습니다.  


즉, Resource와 Impact이라는 두 가지 요소에 의해 정해지는 우선순위의 점수를 단일지표로 정렬할 수 있다는 의미에요. →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과제의 우선순위가 명료하게 정의될 수 있다는 의미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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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실제로 과제 우선순위를 정할 때는 점수까지 정하지는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확히 저 점수가 얼마가 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제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렬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데, 위와 같은 개념을 적용해보면 각 점의 정확한 점수는 몰라도 어느 점들의 우선순위가 더 높은지는 굳이 계산을 해보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왜 어떤 점들이 더 높은 우선순위 점수를 가지게 되는지의 원리만 파악하면, 적용은 매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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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식은 회사 과제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도 사용할 수 있지만, 각자가 자신의 개인단위 업무 우선순위를 설정할 때도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자기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 내에서 Resource(자기가 어느 정도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가)와 Impact(그 과제를 통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는가, 회사의 가치 증가에 기여하는가)을 고려해서 업무를 정리하고 진행하시면 됩니다. 


물론, 개인이 설정한 우선순위와 팀이 설정한 우선순위 간에 충돌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팀장이 결정을, 팀간의 우선순위가 충돌한다면 실장이 결정을, 그리고 전사적인 과제의 우선순위 간에 충돌은 CEO가 조정하면 됩니다. 


이러한 방식은 회사 업무 뿐 아니라 자신의 삶에 있어서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시간을 쏟는가, 그로인해 얼만큼의 효용을 얻게 되는가는 삶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매우 큰 기준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다 잘하려는 사람은 아무 것도 해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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