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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Jan 29. 2023

애매하게 간절한 날들

등 따시고 배 따시지만, 20% 부족할 때

성장과 성취, 인정 욕구 수준이 비슷하게 높은 직장 동료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초년생 때는 월급이 너무 적고 직장이 너무 불안정해서 악착같이 승진을 하거나 이직을 해서 연봉을 올렸다고. 그런데 이제 남들이랑 비슷하게 벌게 되니, 엄청나게 특출 나지 않는 이상(그게 업무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시장의 통상 테이블 안에서 크게 오르지 않을 게 보인다고. 특별히 더 좋아 보이는 회사도 없고. 이게 대기업에서 회사생활 시작한 친구들의 마음이었을까.




특히, 업계와 직군 특성상 업무적으로 아웃퍼포밍하기 힘든 지원 파트이다 보니 상황이다 보니 여기서 더 성장하려면 결국 '사회력'에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는 걸 알겠다. 그 말은 연차가 찰수록 눈치로 먹고살아야 한다는 말이고. 매일 곳이 많다는 뜻이다. 실제로 윗분들을 보면 24시간 사내 돌아가는 흐름을 파악하면서 치고 빠지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신다.


그분들을 비난하는 건 아니다. 솔직히 매우 부럽다. 만약 내게도 '정치적으로' 감각이 있어 가능성이 보였다면, 난 살아남기 위해 주저 없이 그 길을 택했을 테니까. 그저 내가 이권 다툼과 권력 투쟁에 자신이 없어 엄두 내지 못한 것을 신포도라고 비아냥 거릴 생각은 없다.


일찍이 동네 골목에서부터 시작된 근 25년의 사회생활을 통해 나는 사람 다루기에는 완전 잼병이라는 걸 경험했을 뿐이다. 도망친다고 도망칠 수 없는 영역이지만, 어느 순간 이기지도 못할 싸움 나대는 대신 관망하고 입을 다무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너무 섣불렀을까. 오히려 학생 때보다도 점점 더 퇴화하는 소셜 스킬을 체감하며 후회하기도 한다. 지금이라도..?라고 하기엔... 자유의 맛... 못 잃어…


어쩌겠나. 내 타고난 기질과 성격이 그런 것을. 아무튼 사회력에 힘을 뺐다면, 업무 전문성에 힘을 줘야 하는데. 젠장. 지금 내가 하는 업무에 있어 전문성은 또다시 사람이다. 네트워크가 없으면 일을 할 수가 없다. 내부 커뮤니케이션도 매우 중요하고. 그래 사람 사는 세상에서 '사회성' 필요하지 않는 곳이 어디 있겠어. 하지만, 그 중요도가 유별나긴 해도.


내 나이 서른 하나. 사회성이 떨어져서 고심 끝에 이 업계와 직무를 택했는데, 누구보다 사회적으로 살아야 한다니.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어렵게 손에 쥔 것을 놓고 다른 것을 찾자니 애매하다. 기회비용은 커졌는데, 보상의 기댓값은 글쎄. 그렇다고 이렇게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기엔 간절하다. 더 늦으면 더 어려워질 텐데. 조금만 더 의미 있고 가치 있을 수는 없을까.




정말 애매하게 간절한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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