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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Oct 29. 2023

나도 나를 사랑하고 싶은데

그게 가능하긴 한가요?

또 자꾸만 내가 싫어지는 요즘. 유튜브에 '자기혐오'라고 쳤더니, 화면 속 누군가가 그럴 땐 어린 시절의 사진을 꺼내라고 했다. 사진 속 그 아이를 지금의 나처럼 거칠게 몰아붙일 수 있겠냐며. 꼭 안아주고, 잘 자랄 수 있을 거라 응원해주지 않을 거냐며. 



나에게 조금이라도 다정하기 위해 오랜만에 앨범을 뒤적였다.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겁먹은 표정. 네모난 턱, 어쩌다 웃으면 사라져 버리는 눈과 벌어진 앞니. 아무리 어린아이라도 귀엽게 봐줄 수 없는 패션과 헤어스타일. 차마 괜찮다고 말해주지 못할 것 같아 그대로 두고 앨범을 덮었다. 

거울을 본다. 울퉁불퉁한 코, 튀어나온 치아, 커져버린 모공과 과거와 현재의 여드름으로 발 디딜 틈 없는 피부. 휴. 답이 없다. 언제라고 예뻤던 적이 있었느냐마는 삼십 대가 되니 정말 앞으로 더 못나질 일만 남았다는 생각에 한숨만 나온다. 


얼굴이 이 모양이면, 몸매라도 좋던가. 푹 꺼진 가슴과 엉덩이, 누가 보면 개발자인 줄 아는 어깨와 짧은 목. 운동했냐고 물을 법한 발. 통짜 허리. 젠장. 조금만 신경 쓰지 않아도 전방위적으로 차오르는 살. 


그래 백번 양보해서 외모가 다는 아니라면, 그럼 성격이라도 좋을 수 있는 거 아닌가? 성격은 진짜 최악이다. 너무나도 예민하게 자극을 느끼고 받아들인다. 느껴지는 게 많아서 그런지 겁도 많고 미리 좌절한다. 그럼 욕심이라도 없던가. 가지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왜 이리 많은지. 일, 물질, 관계. 다 가지고 싶다. 그만큼 에너지를 쏟지도 않을 거면서. 



나를 유심히 바라보면 조금이라도 나를 이해하게 될 줄 알았는데. 작더라도 사랑스러운 점 한 두 개쯤은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내가 더 싫어지고야 말았다. 땀 흘리며 실내 자전거를 타고, 피부과도 다니고, 일터에서 성취와 인정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애써 다정한 관계를 여러 곳에 구축해야만 이 지긋지긋한 자기혐오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걸 안다. 


체중이 줄고, 얼굴이 깨끗해지고, 관계가 좋아지고, 일이 잘 풀리면... 다 괜찮아지겠지. 그렇지 않은 순간에는 날 용서할 수 없겠지만. 십 년째 나 혼자 하는 이 지겨운 사랑놀음. 그래도 어떻게 해. 헤어질 수가 없잖아 나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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