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끊임없이 입체적이다. 마치 자석이 움직이면 철가루가 따라 움직이듯 맥락에 따라 사람의 모습은 바뀐다. 때론 내가 알던 내가 맞는지,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맞는지 헷갈린다. 그래서 설경구가 불한당에서 '사람은 믿는게 아냐. 상황을 믿어야지 상황을' 이라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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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늘 혼란스럽다.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저 사람의 진짜 모습은 무엇인지. 아니, 애초에 진짜 모습이라는게 존재하기나 하는 것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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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님 코끼리 만지듯 하나의 단면으로 사람을 판단할 수는 없다. 심지어 그게 나일지라도. 아는만큼 보인다. 그리고 그 아는 과정에 우리는 한달매거진 리더 진선 님이 있다. 진선 님은 글쓰는 디자이너이자 본질과 디테일에 아주 강점을 갖고 계신 분이다. 본질와 디자인을 같이 하다보니 브랜딩은 당연히 잘하신다. 진선 님이 제시하는 30개의 질문을 통해 다행히 우리는 우리가 가진 입체적인 면을 최대한 많이 더듬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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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내 안에 공존하는 모순된 성향을 통해 나의 입체감을 만져보기로 했다. 나는 어떤 모순된 성향 또는 욕망을 갖고 있을까. 그리고 그러한 내적 갈등을 어떻게 풀어가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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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완벽주의 vs 일단시작
나는 완벽주의가 있기도 하면서, 일단 시작해보자는 마음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일을 시작할 때 테이블이 지저분 하면 정리부터 하고 본다. 컨텐츠를 제작하거나 남에게 드러내는 일을 할 때 컨텐츠 자체보다는 디자인에 집착하기도 한다. 때론 글은 다 써 놓고 글의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아 3시간을 넘게 고민하다 제출 마감일을 넘긴 적도 있다. 특히 남자들은 공감할 것이다. 내 마음에 들 때 까지 머리 스타일링을 하는 것보다 약속 시간을 지키는 것이 100배는 중요하지만 마음에 들 때까지 좀처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 쓸데없는 곳에 완벽주의가 있어서 시작이 굉장히 더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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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떨 때는 말도 안되게 실행력이 좋다. 그냥 시작한다.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그냥 해 버린다. 이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래서 책상이 지저분하든 말든, 디자인이 개판이든 아니든, 준비가 되어있든 말든 일단 한다. 이러한 추진력은 내가 가진 차별화된 강점 중 하나다. 그래서 겉으로 보이게 각잡고 쿨하게 시작은 못할지라도 일단 한다. 이런 태도는 내가 아웃풋을 통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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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완벽주의에 집착하기 보다는 최대한 많은 아웃풋을 내기 위해 실행에 방점을 두고 있다. 생각 즉시 실행해버리기다. 그리고 '원씽'이라는 소규모 그룹을 통해 매일 매일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순서로 to do list를 공유하면서 중요한 것에 실행력을 쏟는다. 사람의 에너지는 무한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아직 내 방은 리모델링이 끝나지 않은채 창고처럼 쓰이는 부분도 있다. 물론 볼 때 마다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에 집중을 하고 있기 때문에 밸런스 조절이 잘 되고 있다. 입체적인 자신의 모습을 알고, 활용하는 것. 그게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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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정받기 vs 개썅마이웨이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학생회장을 했고 고등학교 때는 3년 내내 학생회장을 했으며 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기관에 전국 학생회장들의 네트워크가 있는데 거기서도 회장단을 했다. 어릴 때부터 책임과 권한을 느끼면서 자랐다. 인정 받는게 좋아서 시작했다. 그 때는 몰랐다. 그 자리에 가려면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는 것을. 뭔가 하나를 시작하면 제대로 해버리고 말겠다는 다짐을 하기 때문에 내가 해야 하는 일에 무한 책임감을 가졌다. 그러다 보니 내 욕구에 솔직하고 귀 기울이기보다는 외부의 목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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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등학교 때 공부를 조금 열심히는 했지만 아주 잘 하지는 않았다. 대학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던 때 1회 졸업생이자 학생회장인 나에게 SKY라는 입시 결과를 기대하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심지어 부모님까지 말이다. 나는 내가 원치 않는 것을 기대하는 주변의 시선에서 너무나 벗어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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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대학생이 되면서 결심을 하나 한다. 절대, 절대로, 다시는 집단을 이끄는 책임을 맡지 않겠노라고. 나는 아동가족학과를 나왔는데 남자 과대가 꼭 한 명 필요한데 남자도 원래 없는데 군대까지 가버리니 할 사람이 나 밖에 없다고 해서 한 학기 맡은 것 말고는 단 한 번도 대표 역할을 하지 않았다.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스스로에게 씌운 굴레를 20살 이후로는 벗어 던졌다. 그렇게 '20대의 평범함은 죄악이다'라는 모토가 나왔고 나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남이 아닌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며 살게됐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나에게 솔직한 삶을 살다보니 당당해지고 사는게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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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을 위해 집단의 인정은 필수다. 하지만 내면의 목소리를 억누르면서 까지 모든 부분에서 인정을 받을 필요는 없다. 내가 원하는 분야에서 인정을 받으면 된다. 아무에게나 인정 받으려고 하지마라. 모두에게 사랑받으려고 하지마라. 행복의 비밀은 관계에 있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수도 없고 나도 모두를 사랑할 수는 없다. 늘 자신의 욕구에 솔직하면서 세상의 기준과 균형 맞출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끝없는 여정에서 때론 비틀거리기도 하겠지만 죽는 순간까지 나 자신에게 당당하고 솔직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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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의 스타일 vs 대중적인 스타일
얼마 전 편의점을 갔다. 한달쓰기 30일을 기념하기 위한 이벤트를 준비하다 당이 떨어져서 바로 옆 이마트24시 편의점을 갔다. 근데 들어가자마자 직원이 '저희 담배 안 파는데요'란다. 누가 담배 달라했나. 이런 오해가 잦다. 겉으로 보기에 담배 피고 여기저기 놀러만 다니게 생겼다는 오해를 많이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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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는 무조건 블랙이지만 여름에는 화려하게 입는 걸 또 좋아한다. 그냥 그렇게 입으면 내 기부니가 좋으니까. 그래서 여행지를 가면 극도의 자유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내가 뭘 하든 어떻게 입든 아무도 신경을 안 쓰니까. 연애할 때도 그런 적이 있다. 훈훈한 대학생 남친룩처럼 슬랙스에 깔끔한 민무늬 티셔츠에 하얀 스니커즈를 신어주면 좋겠다고. 그렇게 입어도 봤다. 내가 볼 때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그것만 입고 싶지는 않았다. 아직도 기억난다. 결별 후 자라에서 내가 입고 싶은 옷들을 잔뜩 사서 내가 입고 싶은대로 입고 다니는데 그게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사람은 자기 색깔대로 살아야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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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TPO(Time Place Objective)를 깡그리 무시한 채 살 수는 없다. 그래서 요즘에는 적재적소에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한다. 그런데 고민은 또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해주는 사람만 만나기에도 바쁜데 굳이 대중적인 스타일을 맞춰야 할까 라는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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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에서 보면 대중성 70-80%와 개인의 개성 20-30%가 섞이면 대중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기 가장 좋다고 한다. 누구보다 개성이 뚜렷하고 창의적이라고 불리면서 성공까지한 예술가들을 데이터로 분석해보았을 때 이런 패턴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책을 보고 나는 옷을 입을 때도 종종 이걸 적용한다. 내 개성이 묻어나되, 너무 튀지는 않게. 튀는 것과 개성은 한 끗 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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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나의 입체적인 면을 알아가면서 세상과 조화를 이루는 과정은 죽을때까지 해야할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을 잊지 않는 것. 죽는 순간에 '그 때 소개팅에서 무난한 슬랙스를 입었어야 했는데...'라고 후회하진 않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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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al #한달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