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스의 음악을 좋아하진 않지만 스윙스를 좋아한다. 발뮤다 제품은 하나도 없지만 발뮤다 창업자 테라오 겐을 좋아한다. 두 사람은 노빠꾸 상남자의 삶을 본인의 삶으로 직접 증명한다. 특히 테라오 겐의 에세이 <가자, 어디에도 없었던 방법으로>를 보면 그는 두끗에 5억을 태우는 타짜의 고니처럼 남다른 배짱을 보여준다.
어떤 순간에도 자기 확신을 잃지 않는다. 실패하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낭떠러지 앞에서 삶을 송두리째 내 던진다. 자존심 따위는 접어둔 채 장모 님과 투자자를 통해 자금을 만든다. 그리고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모른 채 그는 몰입한다. 그리고 결국 성공한다.
나는 반했다. 테라오 겐의 자기확신, 몰입력, 실행력에. 그래서 나는 그의 삶을 닮고 싶었다. 나심 탈레브의 <블랙스완>을 읽기 전까지는.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은 대부분 복잡계이고 운의 영역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성공에 있어서도 육상처럼 0.1초라도 빠른 놈이 이긴다는 명확한 측정 기준이 없으면 복잡도는 더 높아진다. <블랙스완>은 이렇듯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세상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지침이 되어준다.
<블랙스완>은 쉽게 읽히는 책이 결코 아니다. 두껍고 졸리지만 때론 정신을 번쩍들게 하는 이 책의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최대한 찝적거릴 것. 나머지 하나는 언제나 플랜B를 준비할 것.
최대한 찝적거려야 하는 이유는 앞에서 이미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플랜B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0.1%의 사건이 당신이 집중하고 있는 플랜A를 송두리째 날려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블랙스완이 발생하는 것이다.
블랙스완이란 전체를 바꿔버리는 결정적인 단 하나의 사건을 말한다. 우리는 찝적거리는 행위를 통해 끝없는 시도를 하면서 긍정적인 블랙스완을 만나기 위한 연결과 운을 극대화 해야한다. 반면에 부정적인 블랙스완을 피하기 위해 단 하나의 사건이 우리의 인생을 덮치지 못하도록 늘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리먼 브러더스도 하루 아침에 무너지고, 국가가 파산 위기에 처하며, 돈과 명예를 얻었던 연예인도 한 순간에 날아간다는 사실을 우리는 목격했다.
나는 이제야 테라오 겐이 참 운 좋은 남자였음을 깨달았다. 내가 모르는 그의 플랜B가 있었겠지만 반짝이고 빠꾸없이 대담한 그의 에세이에는 플랜 B가 없었다. 대출 받은 돈에다 결혼 자금까지 탈탈 털어 비트코인에 몰빵했는데 때마침 코인 가격이 치솟아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는 스토리보다 조금 더 감동적일 뿐이었다.
이제 나는 테라오 겐의 자기확신에 플랜B를 더하고 싶다. 앞으로 가져야 할 자기확신은 내가 가진 플랜B로부터 더욱 단단해져야 하니까. 그래야 이 극단의 왕국에서 한 방에 훅 가는 일이 없을테니.
인생은 생각보다 길고 영광의 순간은 폭죽처럼 짧다. 내일의 해는 다시 떠오르고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야 한다. 지난한 삶의 과정에서 성공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실패하지 않는 것이다. 마세라티를 타서 얻는 만족감보다 아픈 가족을 치료하지 못할 때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