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오늘 하루 살아가기에도 벅찬데 쉬는데도 노력이 필요하다니, 이 놈의 자기 계발서들을 다 불태우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면, 힐링, 휴식에 관한 책은 늘 스테디셀러다. 필요하니까. 잘 안 되니까.
아는 형님의 초대로 레이싱 경기를 보러 간 적이 있었다. 페라리나 맥라렌 같은 슈퍼카들이 득실거릴 줄 알았던 경기장은 생각보다 둔탁한 녀석들로 가득 차 있었고 어릴 적 나의 우상이었던 야인시대의 안재모와 류시원도 선수로 출전했다.
경기는 생각보다 평범했다. 경기 중반으로 갈수록 역전의 희망은 점점 줄어들었다. 굉음을 뿜으며 가슴을 뒤흔들며 마지막 결승선 앞에서 순위가 바뀌는 스릴은 현실에선 좀처럼 없었다. 그런데 1등이 2등이 되는 경우는 없었으나 신기하게도 1등이 꼴등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있었다.
사고가 나는 경우다. 충돌이 나거나 타이어 혹은 차량 자체에 문제가 생겨 멈춰버리면 답이 없다. 분노의 질주의 도미닉처럼 부스터 한 번 쓰고 차를 버릴 생각이 아니라면 무리하다 아예 퍼지는 일은 피해야 한다. 경기 중 발생하는 충돌 같은 외부의 리스크가 아니라 차체의 결함이나 타이어의 문제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그래서 F1의 경기를 보면 이대로만 쭉 가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굳이 타이어를 교체한다. 타이어를 제대로 갈아주지 않으면 49번째 바퀴까지 1등을 유지한다고 해도 마지막 바퀴에서 고꾸라질 수 있으니까.
그래서 F1 레이싱 팀들은 가장 효율적으로 타이어를 교체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타이어를 교체하는 찰나의 시간으로 인해 경기가 좌지우지될 수 있으니까. 경기를 위한 최적화된 타이어가 최소의 시간으로 타이어를 교체해야 1초라도 앞서갈 수 있다.
우리의 인생도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하나의 타이어로 굴러갈 수 없다. 오늘 밤을 새우면 당장 내일이 힘들다. 50바퀴가 아니라 50년, 100년을 제대로 달리기 위해서 우리는 최적의 타이어를 최적의 타이밍에 갈아줘야 한다.
한 놈만 패라는 <원씽>이라는 책에서 놀랐던 부분은 휴식에 대한 부분이다. 본인의 인생에서 선택과 집중을 할 'one thing'에 대해 고민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데 제일 처음으로 해야 할 것이 휴식이다. 그만큼 휴식은 중요하고 휴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휴식 없이 경주마처럼 달리기만 하는 순간에는 노을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여유가 없다. 평범한 일상에서 반짝이는 순간을 바라볼 여유가 없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는 것 외에 구조적으로 수입 구조를 변화시킬 생각의 여유가 없다.
그래서 휴식은 중요하다. 당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기 위해, 행복을 더 오래 만끽하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과 자유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부지런히 달려가면서도 <언제 할 것인가>,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와 같은 책을 주문해 둔 이유다.
폭죽같이 반짝 터지고 사라지는 인생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우리 이제 잘 자고, 잘 먹고, 잘 쉬자. 오래가는 행복엔 휴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