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사진보다 음악이 강렬한 기억으로 남는다. 그때의 공기, 그때의 온도, 그때의 소리, 그때의 너. 마치 <어바웃 타임>에서 과거로 돌아가듯 선명하게 그 당시를 만지게 한다.
⠀
Calvin harris의 slide는 내 인생 가장 많이 놀았던 스물여섯 한량, 그때의 내가 있는 이태원 루프탑으로 나를 데려간다.
⠀
5명이 한 달 동안 떠났던 동남아 여행, 그 시작이었던 베트남 호이안의 비좁은 택시 안에서 우리는 갓 나온 Dean의 instagram을 같이 들었고 그 노래는 한 달 내내 울려 퍼졌다.
⠀
요금을 계속 내지 못해 집에 가스가 끊겼던 대학교 2학년 겨울엔 빅뱅의 fantastic baby가 어디나 울려 퍼졌지만 나는 어쩐지 같은 앨범의 Blue만 들었고 어쩌다 이 노래를 마주치는 날에는 아직도 마음 한편이 시리다.
⠀
이탈리아 포지타노의 절벽 해안도로를 달리는 버스 안, 수평선 위로 장렬하게 타들어가는 일몰을 보며 아름다움에 젖어 있을 때 Canto della terra가 흘러나왔다. 수능을 막 마친 그때의 나는 이후로 일몰과 팝페라를 사랑하게 됐다.
⠀
삶의 행복은 순간을 낚아채는 것이다. 그런 순간들은 차곡차곡 우리의 마음속에 쌓인다. 그리고 그런 순간들은 다양한 순간에 불현듯 인출된다. 사진으로, 음악으로, 책 한 권으로, 풍경으로.
⠀
늘 아름다운 순간만 존재할 수는 없지만, '되감기'를 누르는 것은 오직 아름다운 순간이고 싶다. 2020년은 어떤 빛나는 순간들로 리플레이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