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씨만큼이나 힘든 날의 연속이었다.
이럴 때 ,
아무 생각 없이 수다 떨 친구라도 곁에 있다면
조금은 덜 외로웠을 텐데.
혼자 꾸역꾸역 마음을 삼키다가
겨우 책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얼마 전 빌렸던 책을 꺼내 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몇 장을 넘기다가
문장 하나가 마음에 박혔다.
마치 오늘을 이 날을 위해
내가 이 책을 빌린 것처럼
마음에 꽂힌 문장들.
얼른 메모지와 펜을 꺼내 들었다.
하얀 종이 위에 마음을 꾹꾹 눌러쓰듯
그렇게 내가 마주한 문장들을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써나갔다.
봄이 어디 있는지
짚신이 닳도록 돌아다녔건만
돌아와 보니 봄은
우리 집 매화나무 가지에 걸려있었다.
일상이 무너지면 그건
잠깐의 여행으로도,
아니면 또 다른 취미로도
결코 회복되지 않는다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내가 지금 있는 이곳에서 행복하지 않다면,
그 어디를 가더라도 행복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봄은, 행복은,
지금 내가 선 이곳에서 찾아야 한다.
일상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 말.
일어날 객관적인 사태는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은 단지
그 운명을 받아들이는
나의 주관적 태도일 뿐입니다.
나는 다만 내가 어쩔 수 없는 운명 앞에서
나 자신의 주관적 태도를
고상하게 만들 수 있을 뿐인 것입니다.
"일어날 일은 결국 일어나게 되어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질 때가 있다.
이미 일어나버린 상황인데
내가 좌절하고 실망하고 분노한다고
상황이 바뀔 리 없다.
이왕에 나빠져버린 상황이라면,
책의 저자의 말처럼
"넌 날 결코 불행하게 할 수 없어!"
하는 배짱을 가지기.
내가 어쩌지 못하는 상황으로 인해
마음이 무너질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에 굴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를 무너뜨릴 수 있는 건
나 자신밖에 없다.
그러니 용기를 가지고
보란 듯이 잘 살아내기.
나도,
그리고 당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