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친구들과 한참 신나게 웃고 떠들고 난 저녁, 집에 돌아와 이불 뒤집어쓰고 펑펑 울었던 적이 있다. 그냥 공감하며 들어주었으면 해서 꺼낸 얘기에 ‘너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나 같으면 이러이러하게 할 것이다’ 갑자기 쏟아지는 화살 같은 충고와 조언에 당황해 어물쩡 상황을 넘어가버렸는데, 그게 나에게 상처였었나보다.
내가 그동안 잘못 살고 있었나 봐, 근데 나는 그냥 내 마음 알아주고 공감해주길 원했던 건데 그냥 들어줄 수는 없는 거였나? 내가 뭐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니고 일단 그냥 좀 들어주고 나면 옳고 그름의 판단은 마음이 진정된 후에 내가 선택하고 그 선택의 결과 또한 내가 책임질 텐데.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친한 친구들에게 받은 비수 같은 ‘옳은’ 조언들에 마음이 닫혀버렸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웃고 넘길 수 있는 말들, 왜 자꾸 곱씹고 곱씹으며 상처가 되어버린 걸까. 나 요즘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힘든가 보다. 당분간은 관계 다이어트하고 꼭 필요한 만남 아니면 만남을 자제해야지.
숨 죽이며 울다 결국 이렇게 결론지어버린 마음. 참 좋고 사랑하는 사람들인데 내 마음이 힘들고 보니 평소 편하고 즐거운 만남 조차 버거워 스트레스를 좀 덜어버릴 때까지 ‘잠시만’ 안녕하기로 했다. 그냥 공감만 좀 해주면 되는데. 물론 나 또한 누군가 위로해주는 게 서툴기는 매한가지니 친구들을 비난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
코로나로 인해 다양한 활동이 제한되면서 집콕하며 콘텐츠 소비가 많아진 요즘이다. 오늘은 뭘 보며 점심을 먹을까 하다가 지난 어쩌다 어른을 이어보기 하던 중에 정혜신 정신과 의사 편을 보게 되었다. 무심코 찾아본 프로그램 하나가 마음에 큰 울림을 주다니. 프로그램을 집중하여 보면서 내가 왜 그때 그렇게 마음이 닫히고 힘들었는지 이제야 내 마음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나는 ‘옳은 판단이나 조언’이 필요한 게 아니라 그저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내편인 사람이 필요했던 건데.
내 모습이 잘못되었다는 누군가의 평가에 남도 또 나 조차도 폭력적으로 대하지는 않았나. 마음이 와르르 무너짐과 동시에 말할 수 없는 위로가 온 마음을 덮쳤다. 뜻하지 않게 본 프로그램 하나에 눈물 쏟아냈던 시간. (나이를 더 먹어갈수록 눈물도 더 많아지고 있다. 후)
힘들고 어려운 사연을 보고 눈물 흘리는 건 공감이 아니다. 감정적 리액션일 뿐이다. 공감이라는 건 아는 만큼 할 수 있는 게 공감이다. 알 때까지 이해될 때까지 물어봐야 한다.
우리가 어줍지 않게 지레짐작, 해석을 한다. 해석하고 판단하고 분석해주고 조언해준다. 내 상황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하는 말들은 들으면 화가 나기만 한다.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을 하지 않아야 진짜 공감할 수 있다.
코로나로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코로나 블루에 빠져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요즘 같은 때에 더없이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내가 그날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나조차도 명확히 설명할 수 없었는데 왜 그랬는지 이제야 이해가 된다. 프로그램을 보며 또 한 바탕 눈물을 흘리고 나니 눈물에 스트레스와 힘든 감정까지 모두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다.
충분히 힘들고 아파야 또다시 일어설 힘을 낼 수 있는 것! 자꾸 ‘난 괜찮을 거야’하며 외면하지 말고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겠다. 내가 건강해야 남을 돌아보고 챙길 수 있음을 잊지 말기! 조만간 정혜신 전문의가 쓴 ‘당신이 옳다’라는 책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