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에 젖은 빵 한 조각
요즘 아침을 잘 챙겨먹지 않고 출근하는 날이 많다. 아침을 먹는 시간에 잠 10분이 더 달콤한 나는, 요즘 자주 아침을 거르고 하루를 시작한다. 밤이면 그렇게 오지 않았으면 하는 잠이 아침만 되면 왜 그리도 꿀 같이 맛있는 건지.
어느 날 저녁, 동생이 맛있는 빵을 사왔다며 내일 아침으로 챙겨 먹고 출근을 하라고 한다. 나는 알았다고 대답을 하고는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막상 아침이 되니 '조금만 더, 조금 더 자자'가 이브를 유혹한 뱀의 유혹보다 더 달콤한지라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더 늦게 일어났고, 그렇다고 맛있는 빵을 포기하기는 또 싫어서 몇 조각 잘라 비닐랩에 싸들고 출근을 했다.
출근 하는 길. 매일 똑같은 시간, 똑같은 칸의 지하철 안에서 왜 하필 그 빵 한 조각이 간절했는지. 조금만 참으면 회사니까 다독다독해보는데 그럴수록 빵 한 조각에 대한 간절함은 더욱 커질 뿐이다. 아니, 아무 것도 없을 땐 별 생각 없이 잘 출근했는데, 막상 뭐든 먹을 게 있고, 그걸 자각하는 순간 먹고싶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해지다니 사람이 참 간사하다.
암튼 결국 참다 참다 '그래, 한 조각인데 뭐 어때?' 하는 결론을 내리고는 지하철 안에서 빵을 조금 뜯어 먹었다. 그리고, 빵 한 조각 조심스레 잘라 얼른 입으로 집어 넣으며 뿌듯해하는 그 순간, 내 앞에 앉은 아주머니와 하필 눈이 딱 마주쳤다.
하하.. 그 때의 민망함이란..! 그래 조금만 참지 그랬어! 민망하고 어색해서 살짝 웃었는데 그 아주머니 나를 보더니 얼른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이구, 내가 지금 봤어. 여기 앉아서 먹어요, 난 이제 내려.
지하철에서 밥 챙겨먹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선뜻 자리를 내어 주시는 아주머니. 아니 안 그러셔도 되는데. 이제 안 먹을 거예요. 아하하.. 민망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고. 어찌됐건 자리를 양보해주신지라 나는 또 그 자리에 몸을 구겨 넣고 앉았다. 순간 생각나는 단어는 '엄마'.
늘 아침밥을 챙겨주던 우리 엄마의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학교 다닐 때에도 아침은 꼭 챙겨 먹어야 한다며 새벽 같이 일어나 등교하는 나를 위해 아침밥을 차려 주던 우리 엄마. 요즘도 안부 전화 할 때면 늘 아침밥은 잘 챙겨 먹고 다니냐며 물어보고는 하신다. 그러면 나는 대충 그러고 있으니 걱정 말라며 얼버무리고.
내 아침밥을 항상 걱정하던 그 엄마의 마음이 생각이 나서, 목에 무언가가 걸린 듯 울컥한 느낌. 눈물 젖은(아니고 젖을 뻔 한) 빵을 오물거리며 혼자 감동에 겨워하는 순간, 지하철은 다음 역에 도착했다.
이번 역은 ㅇㅇ, ㅇㅇ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 입니다.
문이 열리고, 아주머니가 내리려고 하자 나는 얼른 아주머니께 내 모든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 "안녕히가세요." 한 마디를 전했다. 그러자 미소를 머금은 채 살짝 눈인사하며 내리시는 아주머니. 나는 또 그게 그렇게 감동이 되어서 출근하는 내내 마음이 훈훈하다. '하루종일 일에 시달리고 고생할 텐데, 아침이라도 편안하게 먹어야지'하는 마음에 자리를 양보해주신 누군가의 어머니. 세상 모든 엄마의 마음이 그렇겠지. 그 마음이 잔잔하게 여운으로 남아 그날 하루종일, 오래도록 마음에 감동을 준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어디에 있든, 어디를 가든 하루하루 더 없이 건강하고 즐겁게, 행복하게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늘 당연하게 생각했던 관심과 사랑이 실은 당연하지 않다는 걸 나이가 들며 조금씩 깨닫게 됩니다. 진심으로, 감사하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