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okyo
사실 경유지를 도쿄로 정한 건 별다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저렴한 항공권의 선택지 중 하나였을뿐..
하지만 일본, 특히 도쿄란 곳은 나에게 있어서는 많은 의미가 있는 장소이다.
그래서 여러 경유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쿄를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10년 전.. 그래 벌써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네~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내가 처음으로 집을 떠나 2년간 생활했던 곳.
온전히 나만 생각하고 나를 위해 필사적으로 공부하고 생활했던 곳.
'나'란 존재를 느낄 수 있었던 곳.
나에게 도쿄는 그런 곳이었다.
몇 번인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왔었고 도쿄의 어디라고 하면 머릿속에 그려질 만큼 익숙한 동네지만 이상하게도 오늘만큼은 낯선 곳에 처음 온 것 마냥 설레고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SH는 일본에 오는 걸 좋아한다.
사실 나를 만나고 처음으로 일본이란 나라에 와 봤다고 했다.
나와 몇 번인가 일본에 와 보고는 이곳의 문화와 먹을거리, 사람들 그리고 이 거리들을 좋아한다.
내가 SH에게 "이번에 여행 어디로 갈까?"라고 물으면 그는 주저하지 않고 "일본!"이라고 답하곤 했다.
"일본 어디?"라고 다시 물으면 "도쿄!"라고 다시 답한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도쿄는 지겨워~"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이곳이 내 고향도 아닌데 그가 도쿄를 좋아해 주는 것이 내심 싫지만은 않았다.
SH에게 밴쿠버가 삶의 평화로움과 여유로움을 배웠던 곳이라면 나에게는 도쿄가 그런 곳이다.
분명 SH도 이곳에서 나와 같은 느낌을 받았으리라..
이제 우리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하네다에 도착해 밴쿠버행 항공기를 환승하기까지 한나절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있어 공항과 비교적 가까운 긴자로 나가기로 했다.
원래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SH는 나에게 츠타야가 어디냐고 물었다. (츠타야는 우리나라의 교보문고 같은 서점 체인이다.)
그는 츠타야가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서점이 아니라 사회에 도움을 주겠다는 사장의 철학으로 만든 곳이란 기사 따위를 어디선가 봤다고 했다.
마침 우리가 있는 긴자에도 긴자 식스라는 쇼핑몰 안에 츠타야가 있어 가 보기로 했다.
일본에서 내가 가본 츠타야 안에는 항상 스타벅스가 함께 있었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을 수 있다. 분위기도 조명도 책 읽기 좋은 분위기다.
테이블이나 의자가 없어 바닥에 앉아서 책을 읽는 우리나라 서점과는 달리 곳곳에 소파나 테이블이 있어 누구나 앉아서 독서를 할 수 있다.
곳곳에 작품 수준인 디자인 제품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물론 가격이 매겨져 있지만.. 그 가격을 보면 판매할 목적으로 전시해 놓지는 않은 것 같다.
(몇백, 몇천만 원을 호가하는 분재나 진검, 만년필 케이스 등을 과연 누가 선뜻 살 수 있겠는가..)
SH가 츠타야사장의 철학 어쩌고 했던이야기들이 생각나며 정말 돈을 벌려고 만들어 놓은 곳은 아닌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어느정도의 도쿄 나들이를 마치고 다시 공항으로 돌아와 밴쿠버행 항공기에 올랐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나는 이륙 할 때가 가장 설레인다. 새로운 도착지에대한 기대감, 그리고 익숙해진 곳을 떠나는 아쉬움..
서서히 땅위에서 멀어지는 창문밖 풍경을 볼 때 괜시리 두근두근 가슴이 뛴다.
특히 오늘은 더더욱 그랬다.
안녕도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