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ly park
밴쿠버에 온지도 벌써 3주가 다 되어간다.
그동안 SH의 안내로 이곳저곳 많이 다녀 이제 다운타운 내에서는 어디라고 하면 어느 정도는 감이 잡힌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SH가 나에게 아무리 무슨 스트릿이라고 말해도 생소하기만 했었는데..
사실 다운타운은 서울처럼 크지는 않다. 맘만 먹으면 걸어서 한 바퀴 돌 수 있을 정도??
SH는 이제 곧 레인쿠버의 계절이 온다고 걱정하고 있지만 아직은 화창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이곳에 와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스탠리 파크에 갔던 적 이 있었다.
그냥 무작정 스탠리 파크란 곳을 가보고 싶어서 갔었지만 너무 넓어 걸어서는 공원을 다 둘러볼수 없었기에 입구 쪽에서 잠깐 걷다 돌아와 매우 아쉬웠었다.
하지만 자전거를타고 1시간정도면 공원을 한바퀴 돌아볼수 있다고 해 오늘은 스탠리파크에서 biking 를 해 보기로 했다.
스탠리파크 입구에는 많은 자전거 렌탈샵들이 있다.
우리는 적당한 곳에 들어가 렌탈가격을 문의했다.
최소 1시간 30분부터 빌릴 수 있고 렌탈비는 9달러 정도 했다.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 우리는 그곳에서 자전거를 빌려 스탠리 파크로 향했다.
스탠리 파크의 자전거 도로는 바다를 끼고 있어 흡사 해안도로 같기도 했다
지난번에는 한참을 걸어왔던 길인데 자전거를 타니 금새 지나쳐 갔다.
한쪽엔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 다른 한쪽에는 파란 하늘과 초록 잔디, 쭉쭉 뻗은 초록나무들..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그림 같은 풍경들을 구경하니 내가 진짜 밴쿠버에 와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서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신선한 공기와 풍경들에 저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공원을 돌며 중간중간 자전거를 세워두고 경치를 구경하기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렇게 도로를 따라가다 보니 저 멀리 라이온게이트 브릿지가 보였다.
워낙 긴 다리이기도 하고 얼마 전 휘슬러를 갈 때 지나간 터라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멀리서 보니 다리 밑 바다 위에 연기인지 구름인지 모를 물체가 뭉게뭉게 피어올라 있었다.
조금 더 가까이 가서 보니 그건 다름 아닌 안개였다.이렇게 청량하고 맑은 날씨에 안개라니.. 그것도 극히 일부분만...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재밌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조금 더 가다 보니 어느새 우리는 그 안갯속으로 들어와 있었다.
그렇게 파랗던 하늘은 온데간데없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갯속에 있었다.
워낙에 짙은 안개라 분무기로 물을 뿌려놓은 것처럼 습도가 높아 옷이 축축하게 젖을 정도였다.
그렇게 20분쯤 갔을까? 저 앞에 희미하게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안갯속을 벗어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늘은 파랗고 눈부실 만큼 뜨거운 태양이 내려쬐고 있었다.
귀신에라도 홀린 듯한 기분이었다.
잠깐 자전거를 멈추고 뒤를 돌아보니 마치 다른 세상의 경계인 것처럼 안갯속 세상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도 여기까지는 처음 온 터라 자주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지 아니면 여기서도 보기 힘든 희귀한 현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재밌고 신기한 경험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신기한 세상에서 빠져나와 다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 페달을 힘껏 밟았다.
정말 밴쿠버에 오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