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Introduction
밴쿠버 생활 두 달이 지났다.
용기있게, 다른 말로 하면 계획없이 회사를 나가고 SJ와 무작정 밴쿠버로 가보자고 한 것이 어느새 두 달이 지났다. 중간 중간 글을 써보려고 했지만 간만에 생긴 중요한 시간을 SJ와 오롯이 같이 보내고 나중에 한 번에 정리할 것이 나을 것 같아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려고 한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처음 가본 외국이라서 그런지 밴쿠버는 늘 나에게 남다른 장소이다.
그곳에 가면 ‘뭐든지’는 아니지만 ‘뭐라도’ 해내겠다고 다짐하며 절박했던 20대의 나를 다시 마주할 수 있는 곳이어서 회사를 떠난 내가 다시 가고 싶었던 곳이 아닐까 하다. 캐나다에 도착하고 나서 3일만에 왜 영어가 늘지 않을까 고민(돌이켜보면 어이없는 생각이었던)하는 글을 적고 있었던 그때처럼 돌아갈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2002년의 밴쿠버와 2017년의 밴쿠버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개인적으로 느꼈던 것이라 어쩜 다를 수 있겠지만 흡연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건물 앞에서는 물론이고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 중 입에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Correction: 실제 밴쿠버가 있는 BC주의 흡연율과 흡연자 수 모두 감소하였다. 역시 개인의 느낌으로 알 수 있는 직관은 한계가 뚜렸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예전 보기 힘들었던 BMW나 AUDI 등 독일 수입차들이 현저하게 늘어났다. 아마 밴쿠버 부동산 가치가 올라가면서 우리나라처럼 갑작스레 부를 이룬 사람이 많아져서 그런지, 독일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수입차는 많이 늘었다.
그렇지만 가장 달랐던 점은 15년 전엔 밴쿠버에 혼자 왔었다는 것이고 지금은 SJ와 같이 왔다는 것이다. SJ와 나는 하루 24시간 중 21시간을 거의 같이 붙어있었다.(나는 군대를 현역으로 가지 않아서 누군가와 이렇게 오랫동안 계속 붙어있는 경험이 신기했다) SJ가 어학원에 가있던 3시간을 제외하고는 예전 내가 갔었던 곳에 SJ와 같이 가서 둘러봤고, 나도 가보지 못 했거나 해보지 않았던 것(가령, 스탠리파크를 자전거를 타고 완주하는 것, 그렇다 난 15년 전에 이런 것도 해보지 않았었다)을 같이 해보고 우리는 서로를 힐링했던 것 같다. 10년 가량의 회사 생활, 혹은 사회 생활을 통해 지쳤던 우리에게 이 두 달이라는 기간은 앞으로 살아가면서 또 마주할 힘든 시간들을 버티게 해 줄 좋은 버팀목이 될 거 같다.
SJ와 두 달 동안의 밴쿠버 생활동안 ‘우리가’ 좋았다고 느꼈거나, 특별하다고 느낀 일과 경험을 공유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