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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해 Jul 27. 2019

어쩌면 '미안하다'가 가장 적절한 단어일지도 모르지.

연해(우울할 땐 푸딩클럽-매거진 푸딩)

'네가 그립다.'
'네가  보고 싶다.'
'네가 좋다.'
세 문장 중 어떻게 쓰던 글을 마무리 지을까 고민했다.
모두 성이 차지 않고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다.
그립기는 하나 연인들의 뜨거운 열정이 담긴 그리움은 아니다.
보고 싶기는 하나 흘러버린 시간 속에서 우리가 기대하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생각하면 부끄러워 보여주고 싶지 않다.
여전히 네가 좋다고 쓰고 싶지만 솔직히 고백하면 너보다 더 좋은 가족들이 또 생겼고 친구들이 곁에 있는데 여전히 좋다고 고백할 만큼 너에게 정성을 다하지 못했으니 거짓처럼 느껴진다.
.
어떤 문장도 너를 향한 마음은 부족하고 그 마음을 표현할 달가운 단어를 찾을 수 없다.
그립다고 십만 번, 보고 싶다고 백만 번, 좋다고 천만 번쯤 기록할 분량의 노트와 펜과 시간이 있어도 마음속에 차있는 슬픈 우물을 파낼 수 없고 고갈되지 않겠다.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십자가로 받아들여 그 운명이 핏속에 스며들어 흡착된 삶의 무게로 살아내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다.
너는 나, 나는 너, 우리는 깊은 슬픔의 우물에서 하나가 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
네가 다녀간 자리를 바라본다.
또 그 자리에 많은 인연이 다녀갔다.
때론 안타깝고 아쉬워 울고 기쁘고 반가워 웃었다.
사랑, 희망, 행복, 웃음, 믿음, 환희처럼 많은 것이
바람처럼 햇살처럼 머물고 떠났다.
그러므로 나는 항상 슬프거나 아픈 것은 아니었다.
다녀간 것들이 남겨둔 향기, 추억, 에너지가 내 영혼에 스며들어 나는 오히려 행복했다.
네가 없어도 행복했다.
.
너에게 미안하다.
나는 행복하다.
그래서 너에게 미안하다.
그래. 어쩌면 '미안하다'가 가장 적절한 단어일지도 모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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