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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해 Oct 01. 2019

다행이다. 이렇게 다른 언어를 쓴다는 것은.

연해(두 번째 시선)

'까똑’
하루에도 몇 통씩 받는 카톡 문자였기에 오랜만에 네가 보낸 문자였어도 대수롭지 않게 확인을 했지.
‘어제 엄마가 돌아가셨어, 심장마비였어’
단 두 줄로 선명하게 새겨진 너의 문자에 메시지를 확인한 1이라는 숫자가 없어진 지 한참이 지나도록 한 줄의 답장도 보내지 못했던 건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정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기 때문이야.
답변을 바라고 보낸 문자는 아니었을 것이지만 답변을 안 해줄 수 없는 문자였고 섣부른 위로나 어설픈 글귀들의 나열로 너의 마음을 돌려보내기 싫어서 한참을 망설였어.

너는 마음이 무너졌을 테고
아팠을 테고
슬펐을 텐데
너와 나의 거리가 꽤 먼 시차를 계산하고 문자를 보냈는지 따위의 고민을 한다는 건 무의미할 뿐이었어.
어쩌면 너는 말이 통하는 가까이 있는 친구들이나 친척이 아니라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내게로부터 위로를 받고 싶었는지도 모르지.

너에게 보낼 위로의 메시지를 영문으로 작성하는 동안 나는 십수 년 동안 영어를 써오던 내게 가장 어려운 영작의 시간임을 알았지.
내가 너의 언어를 모르고 너는 나의 언어를 모르고 우리가 영어로만 소통할 수 있어서 다행히 이라고 생각했어.
상대의 언어를 안다면 결코 나는 너에게 어떤 답변도 해주지 못했을 테지만 둘 다 익숙하지 않은 영어로 쓰인 짧고 어설픈 글귀는 네가 듣고 싶고 받고 싶은 위로의 말로 해석할 테니까.
그래,,,

어쩜,,,

다행이다,,,

이렇게 다른 언어를 쓴다는 것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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