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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다 Sep 13. 2023

일곱. 프랑스 / 아름다운 도시, 파리

튈레르 정원/노트르담 대성당/팡테온

▶"이 사진을 보니, 꽃이 정말 예쁘구나"라고 동현이가 탄복했다. 쳇. /튈레르 정원/

“Can you speak English?"

아우 귀찮아.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튈레르 정원 입구에서 사진을 찍는데, 정말 30초 간격으로 A4용지를 든 여자들이 추근댄다. 연신 No! 를 단호히 외치는데도 왔다갔다 하면서 어찌나 귀찮게 구는지 모르겠다.  

이들은 속칭 ‘야매 유니세프’들이다. 관광객들에게 접근해 영어 할 줄 아냐고 물어본 후, 관심을 가지거나 ‘영어 할 줄 안다’고 하면은 자신들이 ‘유니세프’에서 나왔다면서 준비한 종이를 내민다. 종이 상단에는 유니세프 마크가 찍혀있다. 이들은 엄청나게 빠른 영어와 프랑스어로 ‘유니세프에서 불우한 아이들을 위해 애쓰고 있다. 당신의 사인으로 이 아이들을 살릴 수 있다’는 요지의 말로 관광객의 혼을 쏙 빼놓은 후에 종이에 이름과 사인‘만’해달라고 한다. 사인을 하고 가려하면, ‘기부금’으로 1~2유로를 달라고 한다. 돈에 대한 말이 없지 않았느냐, 나는 줄 수 없다고 하면 당장 눈을 세모로 치켜들고 달려든다. 


이들을 쫒아낼 수 있는건 단호하게 ‘NO'라고 대답하고 자리를 피하는게 상책이지만, 그 곳을 좀 더 둘러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다는 아쉬움 때문에 속상하기만 하다.  



▶이 사진 하나 찍는데, '야매 유니세프'들이 3팀은 넘게 왔다. 

▶▶튈레르 정원 너머로 에펠탑이 보인다. 개인적으로 낮에 본 에펠탑은...큰 매력이 없다.


 

“와!(에취) 진짜(에취) 예쁘다(부비적 부비적)”

튤립에 장미, 이름 모를 아름다운 꽃까지! 튈레르 정원에서 눈호강을 제대로 했다. 루브르 박물관을 등지고 왼쪽에는 푸른 잔디와 나무가 푸른빛을 띄고 있고, 오른쪽에는 오색만발 꽃들이 살랑살랑 움직인다. 눈 호강 하는것은 좋은데,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눈이며 얼굴이며 간지러워 혼났다. 급히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고 안경을 쓰고 다녔다. 힝~ 



▶때마침 점심시간 직후(오후 1시)여서 그런지,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만끽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복작복작 



 ▶꽃보다 하방구 :) 동현이는 이 사진을 보며 불쾌해했지. 흥! "꽃이 더욱 돋보여"라면서, 쳇  


▶튈레르 정원-콩코드 광장 사이. 저 멀리 보이는 에펠탑을 보며 느낌있는 사진 찰칵. 느낌은 개뿔 ㅜ_ㅜ




▶콩코드 광장. 약 1,100여명 이상의 사람들의 목이 잘려진 곳. 마리 앙트와네트가 처형 당한 곳. 낮에 보면 예쁜데, 밤에 지나가면 좀 으시시하다.  


“미술관 이름 되게 웃긴다, 오랑주리~”

루브르 박물관-튈레르 정원-콩코드 광장까지 주욱 둘러보고, 그 다음 코스인 ‘노트르담 대성당’이 있는 시테 섬으로 가던 중, 아주 작은 미술관이 보였다. ‘오랑주리’ 발음이 재미있어서 옹알거리다가 마침 뮤지엄 패스를 쓸 수 있고, 굉장히 작은 곳이라 둘러보기로 했다.

세상에! 모네의 수련 연작이 있는 미술관이 여기였다니! 나의 무지함에 머리를 쥐어 때리며(!)안 왔으면 얼마나 후회했을까 안도감이 들었다. 동현이는 심드렁- 나는 둥근 홀 벽면에 둘러쌓인 아름다운 수련의 모습에 탄복했다. 작지만 아름답고 신비한 곳이었다.  


▶'오랑주리' 입구

▶▶옛날에, 우리집에 있던 '미술전집'에서 본 그림. 실제 작품은 더 아름다운 색감과 우아함을 가지고 있었다.




▶이승철 짤이 생각났던 작품

▶가까이서 보면 '엥? 뭐지?'하는데.. 조금만 뒤에서 보면 분명한 집과 나무가 보여서 신기했던 작품 

정작 내가 극찬을 마지 않았던 '모네'의 작품은 눈으로 실컷 담았다 ^^;  


세느 강변을 따라 시테섬(노트르담 대성당이 있는 곳)으로 무작정 걸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길. 동현이와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걸었다. 숨소리, 바람소리, 이따금 지나가는 낯선 이방인들의 이야기... 한국에서는 늘 귀에 mp3를 귀에 끼우고 다녀서 몰랐던 소소한 일상의 소리를 마음껏 들었다.  


▶그냥 길을 걸었다. 사람들도 구경하고. 



▶합성같던 가로수길.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이 '오르세미술관' 이 날은 휴관이라 가지 못했다. 세느 강변 따라서 그냥 주욱주욱 걸었다. 


▶한참을 찾았던 '예술의 다리'.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예술의 다리'에 판자로 다리 난간을 모두 막아 놓았다. 판자 틈 사이로 자물쇠가 보인다.   


“누나, 되게 보기 흉하다”

파리에 오는 연인이 꼭 사진을 찍는다는 ‘예술의 다리’. 이곳을 다녀온 지인들이 자물쇠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곳만 찾으면 된다고 해서 수많은 다리 중 자물쇠 달린 곳만 찾고 있는데, 아무리 찾아도 그런 곳이 없다. 결국 근처에 크레페 파는 아저씨한테 크레페 하나씩 사먹고 ‘예술의 다리가 어디있냐’고 물으니 바로 내 뒤를 가리킨다.


엥? 그 다리는 굉장히 작았고, 자물쇠는 없었고, 굉장히 흉물스러운 판자가 다리 난간에 붙어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판자 뒤로 자물쇠가 빼곡하게 보인다. 아마 자물쇠가 하도 많이 달려서 판자를 덧댄 모양인데, 이왕이면 좀 예쁘게 색칠이라도 하지.  




▶루브르박물관을 등지고 예술의 다리 위에서 한 컷!

▶▶예술의 다리 위에서 한 컷! 좌우로 판자가 별로 안예쁘다. 흑흑흑... 먹고 있는 것은 설탕 듬뿍 뿌린 와플 :)  


“저 좀 도와주세요”

크레페를 기다리며 크레페집 아저씨의 알아듣지 못하는 프랑스어를 듣고 깔깔 웃고 있는데 예쁘장하게 생긴 아가씨가 난감한 표정으로 들어온다.

헉! 아저씨와 나, 동현이는 그녀의 팔을 보자 깜짝 놀랐다. 팔의 절반을 뒤덮은 새 응가들!!!!!!!!!! 아저씨는 깜짝 놀라며 휴지를 건네주었고, 아가씨는 연신 감사하다면서 응가를 닦는다. 어쩌다 이리 되었나 했더니, 자기가 요 앞에 길을 걷는데 갑자기 푸득! 하고 팔에 ‘쏟아져서’ 바로 이곳으로 뛰어왔다고 한다. 


나중에 알고보니, 질이 아주 나쁜 소매치기들의 수법이란다. 새 응가를 케첩병이나 페트병에 넣고 지나가는 행인에게 뿌린다. 행인이 정신이 없는 사이에 다른 한 명이 와서 ‘자기가 휴지가 있으니 빌려주겠다’고 접근한다. 팔과 몸을 닦아주는 사이, 또 다른 사람이 슬쩍 물건을 훔친다. 이 아가씨도 처음에 응가가 팔에 묻어 당황했는데, 이내 ‘소매치기다’는 것을 직감하고 바로 이곳으로 뛰어왔다고 한다. 이러나 저러나 이런 일을 벌이는 놈들은 똥통에 빠트려 정신을 차리게 해야한다!  


▶'저가까지는 또 언제 가노' 하면서 한숨쉬는 하방구.  


“콰지모토는 없나?”

‘노트르담 대성당’에 도착하자마자 ‘대성당들의 시대’를 틀었다. 동현이는 시큰둥- 동현이는 ‘누나는 종교도 없으면서 성당을 왜 이렇게 좋아해?’라고 핀잔이다. 왜? 난 좋은데. 


“아름다운 도시 파리- 전능한 신의 시대-” 

언제 들어도 매혹적이고 가슴이 뛰는 이 노래. 노트르담 대성당을 보면서 듣는 ‘대성당들의 시대’. 아! 그제야 “노트르담 드 파리”의 장엄한 감동이 다시 전해져온다. 울컥. 동현이는 노트르담 대성당에 들어가자마자 미사를 보는 곳에 앉아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 잠시잠깐 쉬게 두고 나 혼자 탑 언저리(탑 꼭대기는 못 올라가봤다)까지 둘러보고 나왔다.


비운의 종지기 콰지모토도, 에스메릴다 같은 아름다운 집시도 없지만-그래도 '노트르담 대성당'이 주는 남다른 감동에 흠뻑 취할 수 있었다.  


“누나, 팡테온이 뭐하는 곳이야?”

언덕을 오르며 동현이는 쉼 없이 투덜거린다. 도대체 뭐하러 ‘프랑스 위인의 무덤’에 가야하냐고 종알거린다. 가는 길에 중세박물관에서도 ‘별달리 볼 것도 없는데 왜 오냐’고 중얼중얼 거린다. 나는 ‘에밀 졸라’나 ‘빅토르 위고’가 잠들어 있는 곳을 간다는 것만으로도 엄청 설레는데! 다행히(?) 팡테온 가는 길에 피규어 샵에서 동현이 마음에 쏙 드는 레고 피규어를 득템해서 동현이의 불만은 잠잠해졌다.

노트르담 대성당-팡테온은 걸어서 20여분 걸리는데, 약간의 언덕이 있다. 가는 길에 '클리뉘 중세 박물관'도 들러보시길 추천!  


▶'클리뉘 중세 박물관' 입구.  

▶팡테온 입구 :)  


“누나! 우리 디즈니랜드 내일 가면 안될까?”

파리에 오자마자 일주일간의 날씨를 계속 찾아보던 동현이가 입을 연다. 동현이가 유일하게 ‘일정’에 넣어달라면 파리 디즈니랜드에 가기로 한 날에 비가 온다고 나와서, 동현이가 전전긍긍하다가 슬쩍 운을 뗀 것이다. 당초 우리의 일정은 아래와 같았다.  


화요일(오르세 미술관, 몽마르트르 언덕, 퐁피듀 센터, 빅토르 위고 저택, 라파에트 백화점)

수요일(인디고 파리 ‘남부투어’-지브리니 정원, 라부 여인숙, 베르사유 궁전/바토무슈)

목요일(파리 디즈니랜드&스튜디오)  


화요일과 목요일 일정을 통으로 바꿔야 하는데, 오히려 목요일에는 ‘오르세 미술관’이 야간개장이라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겠다 싶어서 괜찮다고 했다. 동현이는 그 때부터 들떠서 ‘내일을 위해 어서 들어가서 쉬자’고 난리다. 아직 해는 중천이지만(하지만 시간은 저녁 8시를 훌쩍 넘겼다)오늘 걷기도 많이 걷고, 내일을 위해 그냥 숙소에 가서 쉬기로 했다. 


숙소에 와서 씻고 나오니, 동현이는 내일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잘 잡히지 않는 와이파이 신호를 요리조리 잡아가면서 파리 디즈니랜드에서 살 만한 기념품을 찾고 있었다.  


동현이가 씻으러 간 사이에 동현이가 찾아 본 장난감 가격들을 대략 살펴보니 100유로가 넘는다. 지갑에 슬쩍 100유로를 넣어주었다. 동현이에게 ‘용돈 넣어놨는데, 그 지갑에 있는 돈 네 개인 돈이고, 우리 밥 먹을 돈이랑 간식비는 내가 챙겼으니 넌 네가 살 것 다 사’라고 말했다. 동현이는 지갑을 열어보고 100유로를 보자마자 깜짝 놀란다. 이 돈 다 써도 되냐고. 100유로는 남자친구가 용돈 준 것이니 네 돈이라고 말하니까 그제서야 안심(?)을 한다. 벌써 장난감을 다 산 것처럼 어찌나 해맑게 웃는지,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이남매의 E팁!

파리 뮤지엄 패스, 어떻게 써야하나요? 

파리 여행객이라면 꼭 찾아본다는 ‘뮤지엄 패스’.주요 관광 명소를 기간 내에 무한정 둘러불 수 있지만, 주로 미술관과 박물관이기 때문에 이런 곳에 큰 관심이 없다면은 사지 않는 것이 더 좋을 듯. 나의 경우, 4일권(56유로)을 구매해 다음 장소를 둘러보았다. (단위:유로)(2015.4월 기준)


개선문 9.5

퐁피듀 센터 13

루브르 박물관 12

노트르담 대성당 8.5

오르세 미술관 9

팡테온 8.5

로댕 박물관 7

베르사유 궁전 18

피카소 미술관 10

오랑주리미술관 7.5

클리뉘 중세 박물관 9 

총 112 /50% 할인혜택  


뮤지엄 패스를 사면 ‘본전’생각에 무리하게 일정을 잡을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의무감에 영혼 없이 둘러보게 된다. 애초에 저렴하다고 무조건 사는 것보다 다음을 고려해서 일행과 충분히 상의 후 구매 하는 것을 추천한다.  


하나. 지도를 보고 일정을 먼저 짠다.

그리고 일정 중 뮤지엄패스가 가능한 곳이 있는지 체크하고, 그곳의 입장료가 얼마인지, 평일에 가는지 주말에 가는지 따져본다.

(뮤지엄패스는 일종의 ‘패스트 패스’의 기능도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가는 주말이나 공휴일에 긴 줄을 설 필요가 없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둘. ‘주객전도’를 하지 말자. 뮤지엄 패스에 휘둘러서 억지로 보러 다니지 말자.

뮤지엄 패스를 기간 내에 무제한 사용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큰 관심이 없던 명소를 일일이 다니거나 무리하게 일정을 소화하는 경우가 있다. 가장 ‘비효율적으로’ 뮤지엄 패스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뮤지엄 패스’는 좀 더 알차고 저렴하게 명소를 둘러보는 목적이라는 것을 명심 또 명심하자!  


셋. 2일권, 4일권, 6일권! 적당히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뮤지엄 패스는 처음 시작일을 쓰면 무조건 그 날부터 해당 일자만큼 연속으로 써야한다. 체계적인 일정을 짜고 가지만, 일정대로 소화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4일권이니 빡빡하게 써야해!’라고 무리한 스케줄을 짜는 경우가 생긴다. ‘돈’이 아깝다고 해서 무조건 일정을 무리하게 소화하기 보다는, 적절히 일정을 포기하고, 뮤지엄패스에 휘둘리지 않길 바란다. 또한! 몇몇 한국인 관광객은 ‘지워지는 펜’이나 ‘연필’로 일자를 쓰고 나서 슬쩍 지워 다시 판매하는데-루브르박물관, 퐁피뉴 센터 등지에서는 이 같은 부분을 엄격히 확인하며, 하단 바코드로 확인한다. (슬프게도 동양인들에게 유독 관리가 엄격하다. 우리, 양심을 팔지는 맙시다!)  


넷. 야간개장, 무료입장을 노려라!

‘오르세 미술관’은 목요일 저녁 야간개장을 한다. 몇몇 명소와 박물관도 야간개장과 특정 일자에 무료입장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전에 확인해서 오후 일정이 빠듯하면 야간개장을 노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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