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다 Sep 13. 2023

여섯. 프랑스 / 미대생, 루브르에서 3시간만에 나오다

루브르박물관



“아우 배고파”
아침 7시에 배가 고파서 깨버렸다. 전날 사온 샌드위치와 프링글스로 아침을 대신해도 위장이 미쳤는지 꼬르륵 난리다. 동현이는 아침에 그만큼 다 들어가냐며 신기해한다. 


그러고보면 우리가 어떻게 별 탈 없이 잘 다녔는지 신기하다. 동현이와 나의 스타일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동현이는 음식이나 잠자리는 대충 해도, 사고 싶은 ‘희귀템’은 꼭 사야한다. 식사양도 작다. 기름진것을 좋아하고, 빵보다는 밥을 선호한다. 빵도 피자빵이나 크림처럼 무언가가 얹어진 것을 먹는다. 커피도 좋아하지 않고, 아침은 굶어도 상관없다. 


나는 잠자리가 가장 중요하고,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꼭 필요한가’, ‘한국에도 파는가’를 꼼꼼히 따진다. 물도 많이 마신다. 빵이면 정신을 못 차리고, 식빵이나 바게트처럼 토핑이 없는 담백한 빵을 더 좋아한다.  ‘케냐’, ‘더치’커피를 좋아하고(동현이는 차라리 한약을 먹겠다고 한다) 간이 삼삼한것이나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좋아한다. 아침은 무조건 많이 먹어야 한다. 또한 식사의 경우 나는 때가 되면 바로 먹어야하는데 동현이는 ‘시간이 되면 먹고, 아니면 말고’식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엄청 걸어다니는데 비해 식당들이 잘 나오지 않아서 의도치않게 식사시간을 놓친 적이 많았다.) 


하나라도 어긋나면 크게 싸우고 토라질텐데, 다행히 동현이가 성격이 바다와 같이 넓어서(^^)나에게 많이 맞춰줬다. 나 또한 적당히 눈치를 보면서, 동현이가 지루해할만하면 적당히 쉬었다 가거나, 또는 양해를 구하고 혼자 둘러보러 다녀오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딱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었는데, 동현이가 ‘무조건 싼거’를 외치고 너무 돈에 신경을 쓰는 것이었다. 나는 여행지에서 만큼은 정말 고가이거나,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다 즐기자는 주의다. 특히, 유럽은 언제 또 올지 모르는 곳이기에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인데- 동현이는 무조건 ‘싼것’. ‘그냥 배만 부르면 되지’라고 주장하는 통에 좀 서운하기도 했다. 


가령, 샌드위치를 먹으러 가면 나는 햄이나 치즈, 채소 등이 듬뿍 들어있고, 이곳에서 밖에 먹을 수 없는 특별한 먹거리는 조금씩 사먹자고 하는데-동현이는 무조건 기본으로 된 것, 어차피 많이 못 먹을 거니 하나씩 사서 나눠먹고, 다양하게 먹어보자고 나를 설득한다.
(때로는 하나 가득 다 먹고 싶은데.. 어쩔 수 없이 나눠 먹을 때는 참 감질 난다.) 돈도 분산할 겸, 동현이 눈치 보지 말고 쓰라고 매일 밤 ‘다음날 쓸 동현이 용돈’을 50유로씩 넣어줬는데, 그마저도 점심을 같이 사먹거나 저녁을 먹을 때 자기가 내버리고,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꼭 나에게 한번 더 물어보고 샀다. 

결국, 하루는 동현이에게 “왜 그렇게 안 쓰려고 하냐?”고 말했다.


동현이의 대답은 참 뜻밖이었다. “누나가 번 돈을 함부로 쓸 수가 없더라” 

이번 여행 경비 중 절반 이상은 내 퇴직금과 내가 그 동안 모아둔 돈이었다. 그리고 부모님이 비행기값을 보태주셨고, 동현이가 개인전으로 번 수익금 백 만원 전부를 내놨다. 동현이는 그게 늘 마음에 걸렸었단다. 내가 매일 아침 자기 지갑에 용돈을 넣어주면서 ‘이건 네 돈이야’라고 하면 ‘이게 왜 내거야, 누나 돈이지’, 누군가가 ‘두 사람은 어떤 사이에요?'라고 물으면 ’남매에요.‘라고 말한 뒤 꼭 ’우리 누나 퇴직금으로 같이 왔어요‘라고 말했단다. (어쩐지, 사람들이 나를 보면서 ’어머, 대단하네요‘라고 말하던데-그제야 무슨 말인가 이해했다.)


남자친구가 재미있게 놀고 오라고 동현이에게 100유로, 나에게 200유로를 줬 을때도, 동현이는 100유로를 ‘이거 누나가 들고 있어줘’라고 말하던 아이. 뜻하지 않는 이유를 듣고 나서 내가 더 미안해졌다. 혹여 내가 은연중에라도 동현이를 무시했거나, 가뜩이나 눈치 보는 아이를 닦달하진 않았는지... 


동현이의 말을 듣고 나서 나는 내 생각을 전했다. 그런 눈치 볼 필요 없다고. 우리, 큰 마음먹고 온 것이니 마음껏 놀고, 먹을거 먹자고. 그 다음부터는 내가 좀 더 우겨서(?) 아이스크림도 1인 1개씩 먹고(!) 돈보다는 좀 더 양질의 음식을 먹으러 다녔다. (용돈도 상향조정해주고, ‘디즈니랜드’와, 각 나라의 마지막 날에는 기념품 살 돈을 따로 더 챙겨줬다-그래도 동현이는 끝까지 자기 용돈으로 점심과 저녁을 샀다.) 


여행을 통해서 20여년 넘게 살을 맞대고 함께 산 동생의 다른 면모를 정말 솔직하게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좀 더 알아간다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고 즐거운 일인지 알게 되었다.  

▶뭘 해도 재미있게~ 뭘 해도 닮아가는 이남매 :)  


“사람 별로 없는데?”
지하철을 타고 루브르 박물관에서 내려 표지판을 따라 걸어갔다. 오전 9시 개장인 루브르 박물관. 내가 도착한 시간은 8시 50분.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잔뜩 겁을 먹었는데, 엥? 50명도 채 안 된다? ‘혹시 다른 곳인가?’싶어서 안내원에게 물어보니 루브르 박물관 들어가려면 여기에 줄을 서면 된단다. ‘혹시 이 문 안에 또 다른 줄이 있는지’ 물어보니, 안내원이 웃으며 ‘여기로 들어가면 그냥 루브르 입니다’고 한다.  

▶'루브르 박물관' 인증샷!  


‘걸어서 세계속으로’나 ‘꽃보다 할배’등에서 나오는 ‘루브르 박물관’에서는 긴 줄을 엄청 오래 서야한다고 했는데, 심지어 9시 문이 열리자마자 그냥 쏙쏙 들어갔다. 으잉? 오히려 너무 쉽게 들어와서 동현이와 나는 의심을 했다. 


알고보니, 그날이 월요일 아침이라 사람이 다른날에 비해 많지 않았고, 휴가철도 아니었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루브르 박물관 정문(삼각 피라미드 있는 곳)으로 입장을 하기 때문에, 우리처럼 지하로 오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한다. 


한국어 가이드를 빌리고, 지하부터 천천히 둘러보고 있다가, 동현이가 ‘누나, 모나리자!’하고 불현듯 말한다. 아, 그래-모나리자 보러가야지!


루브르 박물관에서는 ‘모나리자’, ‘밀로섬의 비너스’ 등 관람객이 선호하는 유명 작품은 별도의 안내 표지판이 있어서 찾아가기가 쉬웠다. (그리고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모나리자' 앞에 모인 엄청난 인파!!!!!!  


‘모나리자’를 처음 본 인상은 ‘작구나’였다. 내 노트북보다 좀 더 큰 크기. 신비한 아우라, 아름다운 미소를 충분히 감상할 수는 없었다. 관람객이 너무 많았고, 특히 중국인 단체의 엄청난 샤우팅과 설명에 고막이 너덜너덜- 사람들은 너도나도 사진찍기 바쁘고,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다 보니 내가 ‘모나리자’를 보러온건지 사람들을 구경하러 온건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거기다 바리케이트와 그림의 거리도 멀고, 그림을 보호하기 위해 덧씌운 아크릴 같은 바리케이트는 빛이 반사되어 그림의 색감을 온전히 보기도 어려웠다. 결국 우리는 ‘인증사진’을 찍고, 그 사진 속 그림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모나리자' 미소를 따라할라다 안면빙구로 실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나리자’를 보는데 너무 큰 체력을 소비한 우리는 잠시 쉬기로 하고 계단에 앉았다. 하아. 긴 한숨. 벌써부터 지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오디오가이드를 활용하기로 했다. 보고싶은 작품을 별도로 검색해서 동선을 짰다. 그리고 동현이가 보고싶은 작품, 관심있는 곳을 짚으라고 했다. 다행히 나와 겹치는 것이 많았다. 우리는 의무감으로 전부 다 보려는 것보다는 슬렁슬렁 돌아다니면서 보고싶은것을 보고, 나머지는 가는 길에 둘러보는 형식으로 가자고 했다. 동현이는 적극찬성. 어째 미술전공자가 이리 미술품에 관심이 없는지.  


▶'모나리자' 다음으로 인기가 폭발적이던 '밀로섬의 비너스'

▶▶"아잉 부끄러워잉~"






▶본의 아니게 작품 속 사기꾼 눈빛을 흉내내게 되어 버린 하방구


 

우리가 루브르 박물관을 훑어보는데 걸린 시간은 4시간. 그마저도 정말 주마간산으로 본 것인데 이 정도라니. 누군가가 ‘루브르 박물관을 제대로 보려면 1주일은 잡아야 한다’는데 그 말이 거짓은 아닌 것 같다.  


▶삼각 피라미드 안에서 한컷. 생각보다 예쁘지 않고.... 겁나 뜨거웠다. 직사광선을 온전히 쐬다보니 옷에서 다리미 냄새가 솔솔~

▶▶루브르 박물관 전경이 보이는 입구. 바리케이트가 있어 조금 아쉽



▶삼각 피라미드를 중심으로 좌우앞옆을 돌면서 재미난 컨셉으로 사진을 찍었다. 동현이가 유치하다고 핀잔줬다. 쳇.





▶날아라 이남매~  



*이남매의 E팁
루브르 박물관, 요령껏 둘러보자!(2015.4월기준)
본문에서 언급한 대로, 루브르 박물관은 엄청난 인파와, 엄청난 볼거리로 정신을 못차린다! 조금이라도 효율적으로 볼 수 있는 ‘요령’을 전해보려 한다.  


하나. 가급적 입장시간에 맞춰 들어가라.
루브르 박물관 입장시간은 오전 9시. 정각이 되면 모든 게이트의 문을 연다. 이때는 사람들이 술술술~ 들어가기 때문에 다른 시간대보다는 좀 더 수월하게 들어갈 수 있다. (뮤지엄 패스를 소지하지 않아도 여유롭게 들어갈 수 있다.) 


둘. 성수기, 주말에는 ‘뮤지엄 패스’로 ‘지하입구’를 이용해 입장하자
프랑스 파리에 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구매한다는 ‘뮤지엄 패스’. 아무리 비수기라도 ‘오랑주리’, ‘루브르’는 사람이 많다. (입장티켓을 구매하는 줄이 웨이팅보다 더 길다.)뮤지엄 패스는 입장티켓을 대신할 수 있고, 전용 라인이 있어서 시간을 많이 줄여준다.


아울러, 지하철에서 내려 ‘위로 올라가지 말고’ 지하에 있는 루브르 박물관 입구로 가면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줄서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대부분 삼각 피라미드가 있는 정문으로 올라감) 


셋. 오디오 가이드를 꼭 이용하자
루브르 박물관 내의 지도가 무료로 제공되지만, 자세한 작품설명이 없고, 몇몇 주요 작품에 대한 안내만 나와있다. 또한 건물마다, 층마다 워낙 미로처럼 되어 있어서 지도만으로는 길찾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
루브르 박물관의 오디오가이드는 한국어 지원이 되고, 작품설명 뿐 아니라, 길찾기, 주요 동성, 추천 코스 등 다양한 서비스가 마련되어 있다.  

▶‘닌텐도’로 되어 있어 조작방법도 쉽고 간편하다. (*오디오 가이드 대여 시에는 신분증을 맡겨야 한다! 본인 이름이 적힌 신용카드도 가능하다. 우리의 경우 동현이는 자동차운전면허증, 나는 신용카드를 주었다)  


넷. 식사는 ‘미리 먹고 들어가기’
루브르 박물관 푸드코트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전자렌지도 있다. 다만, 사악한 파리 물가를 제대로 볼 수 있는데, 편의점 음식이 기본 5유로부터다. 음식물 반입도 금지기 때문에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입장하도록 하자. 

▶냉동 파스타와 샌드위치 하나, 음료 하나(500ml),물 한통(500ml)가 10유로...  


다섯. 잠시 쉬어가기는 2층 창가가 제격!
루브르 박물관 곳곳에는 벤치와 화장실 등 관람객을 위한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워낙 사람들에게 치이고, 시끄러워서 쉬는게 쉬는것 같지 않다. 이럴때는 2층  장식박물관 부근 벤치를 이용하자. 아름다운 루브르의 바깥경치도 볼 수 있고, 사람들도 적은편이라 무척 조용해서 쉼터로 안성맞춤이다.

 

여섯. 루브르 박물관을 나서면 ‘더 큰 아름다움’이 보인다
루브르박물관 일정을 잡는 이들은 ‘루브르 박물관 둘러보기’만 하고 나오는데, 사실, 루브르 박물관 밖을 나서면 더욱 아름다운 볼거리가 즐비하다. 특히 루브르 박물관 정문과 마주보고 있는 튈레르 정원-콩코드 광장의 매혹적인 경관과 도도히 흐르는 세느 강을 걷는 재미, 건너편 오랑주리와 오르세의 외관을 가장 멋지게 불 수 있는 곳이 ‘루브르 박물관’이다.


따라서, 루브르 박물관 일정을 잡는다면, 당초 잡았던 시간보다 좀 더 여유롭게 잡는 것을 추천한다. (단, 튈레르 정원 입구 ‘집시들’을 조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